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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사람, 장소, 환대_김현경

by 상팔자 202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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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에 있길래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는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책인 줄은 몰랐다

아니 근데 또 재미는 있어서 끝까지는 읽고 싶은 책이었다

천천히 의미를 생각하며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하거나

참고된 자료들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그 정도로 어려웠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책이어서

논문 읽는 느낌으로 읽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살아갈 수 있으며,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실로 근대적 환상의 핵심이다._p.21

 

저자는 서두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이야기를 한다

회색 옷을 입은 정체 모를 남자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판

주인공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한다

그림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사람과 인간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태아, 노예  군인, 사형수 등을 예로 들어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과 인간의 존재가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말한다

살아있지만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존재가 지워지고 격리되는 경우 사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날 때, 우리도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된다_p.57

 

사회란, 바로 이 공간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타자의 인정을 욕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며 이때 인정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의 인정에 의해서만 충족된다

 

 

사람이라는 말은 사회 안에 자기 자리가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사회적 성원권을 얻기 위한 투쟁은
사람이 되기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_p.64

 

사회적 성원권이란 장소에 대한 권리와 관련이 있다

잠시 머물다 가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환대는 

그들이 이주자가 되는 순간 철회되기도 한다

 

해방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은

재일조선인은 존재하지 않는 '조선' 국적을 선택함으로써

돌아갈 곳을 잃은 존재가 되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과 제도(아파르트헤이트)로

흑인 홈랜드를 설치하여 독립 후에도 흑인들은

백인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생활을 지속해야 했다 

 

 

아렌트가 주장하듯이 활동적인 삶이 행동 action에 의해 완성되고,
타자의 존재가 바로 행동의 조건이라면,
모든 사회관계로부터 철수한 이 자아는
행동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는 만큼,
어떤 동물성 속으로 굴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_p.98~99

 

카프카의 [변신]에는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해 버린

그레고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사화와 격리된 채 타자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가족과의 관계마저 소원해진다

이를 통해 개인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연결되고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굴욕'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지배적인 모욕의 형식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일 것이다._p159
누구도 나를 모욕하지 않았다면,
내가 느끼는 굴욕감은 전적으로 나 자신의 문제가 된다_p.160

 

 과거에 비해 우리는 평등한 사회가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굴욕을 원하고, 자신의 굴욕을 두려워한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을 중심으로

새로운 신분주의가 생겨났다

 

 

환대는 시민적 의무이지만, 우정은 의무가 아니다._p.174

 

환대를 거부하는 것은 모욕이지만

우정을 거절하는 것은 모욕이 아니다

우정의 관계에서 순수한 선물은 경제적 의미를 갖지 않지만

지위가 다른 사회관계 속에서는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로 인해 경제적인 소외는 사회적 소외로 이어진다

 

 

유교사회의 구성원들은 갚을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는 점에서 노예와 비슷하다_p.225

 

부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교 문화권에서는 자식이 부모를 위해 신체를 공양하는

이야기들이 종종 전해져 내려온다

이는 사회가 성원권을 부여하는 방식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만일 어떤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아무 때나
주권자의 명령만으로 벌거벗은 생명의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이미 사회가 아니며,
구성원들은 사람이 아니다._p.277

 

생명윤리학자 존 해리스는 서바이벌 로터리라는 가상의 장치를 고안한다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장기에 대한 정보를 관리센터에 등록하고 번호를 받아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두 명이상 발생할 때마다

적합한 장기를 가진 사람을 무작위로 골라내 장기를

이식용으로 제공해야 한다

 

공공의 복리에 아무리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해도

이것을 강제할 구실은 없을 것이다

도덕적 발화가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동일한 공동체게 있다고 믿을 때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장소를 떠나는 것은 그 장소에 속한
다른 모든 사람들을 떠나는 것이며,
우리의 자아를 구성하는 것은 우리의 기억뿐 아니라
우리를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_p.287

 

현대 사회에서 환대는 단순히 외부인을 맞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지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연결된다

 

아직도 세상에는 투쟁이 필요하다

달라진 세상에는 여지없이 새로운 신분주의가 

소외되는 사람들을 만들고 달라진 것 같지만

여전한 방식으로 노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 생겨난다

완전히 평등한 사회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과거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살기 위해서는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와 공간

그리고 주변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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