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지은이 빅터 프랭클
옮긴이 이시형
발행처 청아 출판사
![](https://blog.kakaocdn.net/dn/NCS5U/btsnZJ2hfnI/GxM3v3GWR3AA0rfvB3bykK/img.png)
그간의 독서로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쉬운 책들만 읽었었나 보다. 삶에 대한 진지하고 진심이 가득 담긴 이야기가 좀 버겁게 느껴지긴 했다. 책의 유명세만큼의 특별함은 내게는 없었다. 어쩌면 아직 그만큼 삶이 무르익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공감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빅터 프랭클의 이 책은 독일의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덧붙여 그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시한 로고테라피라는 새로운 학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수기와 함께 나와 있다.
그때 나는 이 세상에서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그것이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라고 해도) 여전히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_p.70
그는 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 안에서, 사랑을 통해서 실현된다고 말한다. 겉으로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사람인데도 의외로 건강해 보이는 사람보다 잘 버티는 경우는 정신적인 측면에 있어서 내적인 풍요로움과 영적인 자유가 넘치는 세계로 도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때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지며 자신도 실제로 그렇게 느꼈다고 한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_p.108
강제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매일이 선택의 순간인 수용소에서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결국 환경보다는 인간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자신의 삶을 결정짓게 된다는 것이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포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우리에게 던져 준 과제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바로 이것이 개개인마다 다른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_p.124
앞이 막막한 상황에서 인간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괴롭기 마련인데 이에 저자는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멈추고 스스로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에 따라, 때에 따라서 삶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각자가 자신만의 삶의 과제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는 유일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것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련을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
실존적 좌절 그 자체는 병적인 것도 병원적인 것도 아니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그것에 대한 절망도 실존적 고민이지 정신 질환이 아니다._p.156
저자는 로고테라피의 개념을 설명하며 실존적 좌절을 설명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갈등은 겪기 때문에 이것을 다 신경 질환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병의 원인을 심리적인 것이 아닌 정신론적 차원에 두고 실존적 문제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개념이기는 한데 인간을 단순히 사회와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닌 의미를 찾고 그것을 성취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에 평온보다는 내면의 긴장이 정신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해야 최악의 상황에서도 더 잘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시련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나 또한 내가 누군지 찾아가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독서를 선택했다. 그러나 읽는 만큼 생각하는가 하면 또 그게 쉽지가 않다. 그나마 읽고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돌이켜 보는 정도이기는 하지만 내 내면을 들여다보며 스스로가 진정으로 삶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마 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절실함이 없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현상을 유지하고 사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라고 여기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조금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게도 언젠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가 오면 이 책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새롭게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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