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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레슨 인 케미스트리1, 2_보니 가머스

by 상팔자 202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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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지은이 보니 가머스

옮긴이 심연희

펴낸곳 다산북스

값 15,800원

 

 

화학 입문 강의

 

 

 

제목도 작가도 사실 낯설었다. 추천 도서로 인터넷에서 제목만 기억하고 있다가 찾아서 읽은 책이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흔한 말로 재미와 감동이 동시에 있는 소설이었다. 표지만 봐도 머리 아픈 화학 원소 기호들이 있어 순간 잘못 골랐나 싶었지만 과학적 지식이 없이도 읽기에 부담이 없는 소설이다. 두 권짜리 인 것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캘빈과 엘리자베스는 헤이스팅스 연구소에서 만나 우연한 기회를 통해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유년 시절의 아픔을 보듬어 가며 함께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이 바뀌는 것을 원치 않았던 엘리자베스는 캘빈과의 결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우리의 행복한 미래가 바뀌지 않는 거야. 캘빈, 최소한 나한테는 그래. 난 이미 너에게 내 전부를 주었는 걸. 결혼한다고 그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단 말이야. 그리고 에번스 부인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마. 사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_p.96

 

 

지금보다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던 1960년대의 시대에 엘리자베스는 한 명의 과학자로 남길 원했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화학진화 연구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캘빈을 잃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약간의 트러블은 있었지만 영혼의 반쪽이었던 엘리자베스는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꽃향기는 섬세한 향수를 만들어낼 것처럼 어지러이 뒤섞여 풍겼다. 그렇게 생생한 봄의 향연 속을, 엘리자베스와 여섯시-삼십분만 살아 있되 죽은 존재로 걸어갔다._p.174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지를 받은 엘리자베스는 이를 거절했지만 그럴수록 연구소 사람들과의 갈등은 점점 커지기만 한다. 공교롭게도 60년이 더 지났는데도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임신으로 인한 부당해고는 (전보다 많이 줄기는 했어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우쭐대며 자기들이 판사인 척했지만 판단력도 없었다. 하나는 수정란 착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는 것 같은 인간이었고 이곳에 졸졸 따라온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처지의 여자를 깎아내리면 높은 위치의 남자들이 어떻게든 자신을 높이 평가해 줄 거라고 믿는 여자였다._p.196

 

 

과학자로 살고 싶었던 엘리자베스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엉뚱하게도 요리쇼의 진행을 맡게 된다. 그러나, 아주 생소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게 엘리자베스는 요리를 화학이라고 말한다. 엘리자베스의 요리쇼는 요리이면서도 화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방송이었던 것이다. 또한 누구보다 집에서 일하는 여성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는 방송이기도 했다. 

 

"저는 원자와 분자에 대해서 말하는 거예요, 로스 씨. 물리적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규칙 말이죠. 여자들이 이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면 그들을 위해 창조된 세상의 그릇된 한계를 보게 될 겁니다."_p.191

 

 

한편으로는 매우 드라마틱한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현실은 이보다 더 가혹하고 희망적이지 않을 수 있다. 평생을 외톨이로 자란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이별 후 절망에 빠졌다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되는 긍정적인 마무리가 그렇다. 평생을 외롭게 살던 엘리자베스에게 친구도 생기고 가족도 생긴다. 단편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사회적 통념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분명한 울림을 준다. 비록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특히 여성의 독자들에게는 큰 힘과 용기가 될 것이다. 엘리자베스처럼 당당하고 거리낌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눈치 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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