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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한성 프리메이슨_정명섭

by 상팔자 2023.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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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프리메이슨

지은이 정명섭

발행처 주식회사 교보문고

값 14,000원

 

 

 

역사와 미스터리의 그 중간쯤

 

 

 

사전 정보 없이 제목만 보고 무심코 집어든 소설이었는데 의외로 재밌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여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역사의 그 끝을 알기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한 심정으로 읽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 시대의 말과 분위기를 살려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점과 실제로 발생한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갖게 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흥미진진하면서 역사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는 소설이었다.

 

평리원 검사 이준은 양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편지를 받고 양인 살인 사건 현장을 찾아가게 된다. 러일전쟁 이후 일본인 감독관의 간섭을 받게 된 이준은 상관을 모욕했다는 부당한 혐의를 받고 정직 처분을 받았지만 항의의 표시이자 법관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평리원에 계속 출근할 정도로 원칙주의자인 사람이다. 

 

"을씨년스럽군."
(중략)
을사년이었던 지난해, 아라사(俄羅斯)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황제 폐하를 겁박해 조약을 체결했다. 그날 이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해 내정에 간섭했다. 쌀쌀하고 바람이 많이 불던 11월에 전해진 비극에 조선 사람들은 날씨가 조금만 안 좋으면 '을사년스럽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_p.14

 

 

양인 부부의 살인사건 현장에서 이준이 하는 말이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을 쓰긴 했어도 이런 뜻이 있는 줄은 몰랐었는데 이렇듯 잘 사용하는 말이지만 뜻을 모르거나 과거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익숙하지 않은 외국 나라의 이름 등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한 번의 살인사건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또 다른 양인의 죽음과 실종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그 뒤에 배후가 있음을 짐작케 한다. 더욱이 살인사건의 현장에는 프리메이슨이라고 하는 비밀단체의 로고가 남겨져 있어 그 의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서양 속담에 그런 게 있대요. 호기심 많은 새가 덫에 잘 걸린다고요. 검사라면서 왜 그 사람에 대해서 캐고 다니는 거죠?"_p.58

 

 

사건의 조사를 위해 정동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주 드나드는 정동구락부에 간 이준은 그곳에서 일하는 나타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이준은 양인의 죽음이 거대하고 복잡한 사건의 일부라고 생각하면서도 조사를 멈추지 않는다. 한편 고종황제가 만든 비밀 정보기관 '제국익문사' 또한 양인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고 있다. 

 

 

남자는 대답 대신 뒤쪽 허리춤에서 뽑아낸 창수형 수리검을 던졌다. 퍽 소리와 함께 상대의 가슴에 수리검이 박혔다. 두 번째 수리검을 뽑은 그는 우당탕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지는 청국인을 가볍게 뛰어넘었다._p.97

 

 

 이 소설의 색다른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밀 정보기관의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7호의 활약이다. 실제로 액션신을 보고 싶을 만큼 통쾌한 장면들이 펼쳐져 잠시나마 나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상황의 분함을 잊게 해 준다. 영화로 만든다면 최고의 명장면이 될 듯한 액션들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을 통해서 다시 한번 이준 열사의 이름과 그 행적들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귀한 발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역사적 진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미 또한 주고 있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더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라도 읽히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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