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부수는 말
지은이 이라영
펴낸곳 (주)한겨레엔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는 말이 있는가하면
말하려 하지 않는데도 굳이 물어봐주는 말이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말의 무게와
영향력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달라진다
이 책은 우리가 접하는 권력있는 자들의 말부터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는 힘 없는 자들의 말까지
의식없이 접해왔던 말이 주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통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물어봐준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권위를 가진 고통이다_p.12
예술 또한 노동인데 우리는 왜 노동의 고통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는
특별한 취급을 하는 것일까
그들의 고통을 알아봐 준다는 것 자체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특권으로 보일수 있다
숭배의 대상도 패배의 징표도 아닌, 살아 있는 자의 행위다. (중략)
노동 해방에 관해 말하기보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먼저다._p.35
사는 동안 노동은 필수적인 것이다
그렇게나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때론 소외되기도 한다
노동은 하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동안 얼마나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사로운 억울함을 밝히겠다고 자신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데 여념이 없는가 하면,
정작 다른 사람도 억울해질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방관한다._p.111
내 억울함을 밝히지 않아 다른 사람도 억울함을 당할 일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밝혀야 한다
때로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권력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주체적 경험이 지식화 되거나 역사화되지 못하도록 방해받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이들을 피해자의 위치에만 한정해서 바라보려 하기 때문이다_p.155
왜 진짜 목소리를 들어려 하지 않는가
피해자라는 이름에 여성들의 삶은 지워진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견뎌야 했던 고통은 그들의 시선으로 재단된다
여성이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면 흑인 노예는 '말을 알아듣는 동물' 취급을 받았다.
이 세계의 모든 약자가 가지는 공통점은 언어가 없는 물질로 존재한다는 점이다._p.272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함부로 대해도 좋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짐승같다는 말을 비하의 표현으로 써도 괜찮을지도 의문이다
짐승의 입장에서는 인간같다는 말이 더 치욕스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누군가는 희생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과도한 학대의 역사들이 있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세상인데도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권력자의 시스템에 우리는 익숙해져 가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언어 속에 자리한 차별과 폭력을 가려내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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