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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재수사1, 2

by 상팔자 2023.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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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1, 2

지은이 장강명

펴낸곳 ㈜은행나무

16,000

 

표지를 보면 범인이 보인다

 

 

 

 

“(중략)형사는 결코 범인을 잡아 응징하고 정의를 세우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 일을 하는 건 커다란 시스템이고, 사람들은 거기서 자기가 맡은 역할만 할 뿐이지. 
형사도 그중 한 사람이고. “_p.25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기쁨과 감동을 모두 희생하는 나날을 과연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삶을 산다는 것은 곧 삶에 삶에 맞선다는 것이며,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마지막 몇 방울을 어디까지 마시고 어디서부터 포기할지 내가 정한다는 것이다._p.77

 

 

한 권당 약 40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2권짜리이고 22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는 이야기이다. 진범의 수기와 경찰들의 수사 내용이 번갈아서 나오는 구성이 특징이다. 그리고 범인을 비롯해 사건 전반에 걸쳐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이 자주 거론되어 해당 작품을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진입장벽이 어려운 느낌이 약간 있을 수는 있다. 물론 모른다고 해도 큰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니다. 다만, 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방법의 하나로 신계몽주의니 사실-상상 복합체니 하는 개념들이 등장하는데 빨리 사건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싶은 입장에서는 다소 지루한 느낌이 있고 약간은 맥을 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음의 챕터를 더 기대하고 궁금하게 만들려는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건성으로 읽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시작부터 이미 범인에 대해 다 말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지하로부터의 수기>의 시작 부분을 인용한 문구인데

‘나는 병든 인간이다……. 나는 악한 인간이다. 나는 호감을 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범인의 수기와 등장인물의 행동을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저런 말을 할 법한 인물이 짐작이 간다

어쩌면 태도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상대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데에서 모든 사건은 비롯됐다. 사실은 어떻든 간에 범인은 자격지심 때문에 피해자가 건넨 말 한마디를 오해하고 분노가 폭발하여 살인을 저지른다. 자신의 세계에 지나치게 갇혀 있던 탓인지 범인은 기존의 사회체계나 죄와 그 벌에 대한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범인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의 느낌은 사실 별로 들지 않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옳다고 여기며 받아들여왔던 것들이 과연 정말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범인의 수기 내용이 다소 읽기 불편한 감이 없지 않지만 매번 술술 읽히는 소설과 달리 이런 구성도 나름 색다른 맛이 있기는 했다. 특히나 이 소설의 매력은 실감 나는 경찰 수사 내용이 아닌가 싶다. 탐정과 같은 인물이 갑자기 나타나서 모든 것을 꿰뚫고 사건을 해결하는 식이 아니라 실제 형사들이 수사를 통해서 하나씩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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