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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대도시의 사랑법_박상영

by 상팔자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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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지은이 박상영
펴낸곳 (주)창비
값 14,000원
 
 

너를 가지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재미있게 읽어서 작가의 이름만 보고 일단 보기로 했다. 역시나 깔깔거리며 재밌게 봤고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다. 게이가 나오고 게이와 친한 여자 사람 친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1차원이 되고 싶어'와 상당히 닮아 있다. 물론 전하는 메시지가 같다고 할 수 없지만 비슷한 느낌의 반복이라는 점에서는 퀴어 문학의 세계를 이 이상 넓혀가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매력적인 것은 사회의 이단으로 취급되며 우울증을 안고 사는 어두운 존재나 뭔가 특별하고 예술적인 이미지의 상징성을 위해 '게이'를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의 대상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게 '한국 게이'의 실상을 이만큼 제대로 표현한 소설도 없을 것 같다. 아, 근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얼굴이 알려진 만큼 소설 속 주인공을 떠올릴 때 작가의 이미지가 계속 오버랩된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비슷한 이미지로 그려져 있기도 하고 말이다. 
 
네 개의 제목으로 나뉘어져 있어 처음엔 전혀 다른 이야기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의 이야기로 연결이 된다. 다만, 그 시기와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전하는 메시지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 <재희>는 정조관념이 희박한 '재희'와 주인공 '나'가 친구가 되어 겪는 이야기를 전한다. '나'는 우연히 게이인 것을 재희에게 들키게 되면서 두 사람은 친해지고 서로의 연애를 공유한다. 그러나, 지구 상에서 가장 가깝고 편한 사람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도 영원할 순 없었다.
 

모든 아름다움이라고 명명되는 시절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재희는, 이제 이곳에 없다.

 
두 번째 이야기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은 쫄깃한 우럭과 함께 찾아온 사랑의 추억과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과 나를 가지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고 말하는 엄마. 암환자인 엄마를 간호하는 '나'와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를 간호하던 '그' 힘든 시절 만난 두 사람의 사랑은 불꽃처럼 뜨거우면서도 촛불처럼 위태롭다.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대도시의 사랑법>과 <늦은 우기의 바캉스>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HIV에 걸린 주인공이 사랑하며 겪게되는 난관들. 그리고 결국 그로 인해 헤어지고 난 후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HIV에 '카일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렇게 생각해면 병에 대한 무게가 좀 줄어들어서일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런다고 현실을 피할 수는 없다. 중요한 순간 마다 걸림돌이 되어 사랑마저 훼방해 버리고 만 '카일리'. 그러나, 그건 단지 '카일리'만의 문제였을까? 
 
절절하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후회하고 또 그 일을 반복하고 그러는 동안 어른이 되어 있거나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있거나 현실에 타협하거나 도망치거나 그러다가 사랑을 잃거나 또는 잊거나. 아니, 근데 좀 꼰대같은 소리지만 젊은 시절 자유롭게 연애하고 다 좋은데 피임은 좀 잘해라. '재희'도 그렇고 '영'도 그렇고 기분이고 뭐고 지킬 건 지키자. 뭐, 대충 유쾌하게 웃고 넘기는 해프닝 취급하지 말고 인스타 감성인 양 그럴싸한 이름 붙여주면서 피하지 말고 말이다. 안전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사랑하고 행복하길 바란다. 사랑이 아닌 어떤 다른 이유로 사람에게 기대기도 하고 사랑이 아닌 어떤 다른 이유로 이별을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어쩌면 그때에는 그런 사랑이, 또는 그런 이별이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삶의 어떤 외로움이나 두려움, 욕망 같은 것들이 그것을 필요로 인해 끌어들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너무 오랜 시간, 깊은 감정으로 매몰되지 않길 바란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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