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가족
지은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옮긴이 장선정
발행처 김영사
값 13,000원
일용직을 하는 '오사무',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노부요', 윤락업소에서 일하는 '아키', 가게에서 생필품을 훔치는 '쇼타', 그리고 '린'은 죽은 남편의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하쓰에'의 돈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가족처럼 보이는 이들은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남이지만 보통의 가족보다도 더 강한 유대감으로 살아가고 있다. 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의 원래 제목은 좀도둑 가족이고 이 책은 같은 제목의 소설이다.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다. 기본적인 이야기는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영상이 주는 매력은 또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개봉한 <어느 가족>이란 제목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제목이지만 이 작품에서 말하는 '훔친다'의 개념이 더 와닿아서 '좀도둑 가족'(어감은 별로 좋지 않지만) 이란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보통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법인데."
"근데······· 자기가 고르는 편이 강력하지 않겠어?'
'쇼타'는 파칭코 가게 주차장에서 차 안에 방치된 것을 주워온 아이이고 '린' 또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를 차마 다시 돌려 보낼 수 없어 같이 살게 된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차마 그들을 내버려 둘 수 없어서 보호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 것이지만 세간의 시선으로는 유괴와 다를 바가 없다. '하쓰에'와 '아키'도 실제 가족이 아니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가족이 되었다. 의무적인 책임감이 생기는 혈연관계보다 더 끈끈하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관계는 평화로워 보이면서도 어딘가 위태롭다.
'쇼타'는 '오사무'에게 도둑질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듣고 자랐다. '가게에 진열된 것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말이다. 잘못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오사무'는 그것말고는 가르칠 게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쇼타'에게 도둑질이 나쁜 것임을 말해주는 어른이 나타난다. '야마토야'의 주인 할아버지는 젤리 봉 두 개를 주며 '동생에게는 시키지 마라'라고 말한다. 여태껏 '쇼타'의 도둑질을 알고서도 눈감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로 '쇼타'는 도둑질을 하러 가지 않는다. 이 가족의 변화는 그 작은 호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누군가 버린 걸 주운 거예요. 버린 사람은 따로 있지 않나요?"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상처 입은 사람들은 서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생활고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나름 행복한 순간들도 있었다. 그들에겐 아무도 사가기 전 진열대의 물건처럼 주인이 없었다. 그런 그들끼리 모여 서로를 보듬고 살지만 외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사회는 보편적인 사회의 잣대로 그들의 도덕성을 평가한다. 과연 그럴 자격이 사회에 있기는 한 것일까. 또한, 함께 산다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위태로운 삶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며 행복했던 이들의 사회의 안전망 속에서 흩어져 살아도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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