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지은이 요시모토 바나나
옮긴이 김난주
펴낸곳 (주)민음사
값 7,000원
각자 집 어딘가에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 자신이 제일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주인공 미카게에겐 그 곳이 부엌이였다.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에게 찾아 온 유이치는 할머니의 꽃집에서 일하던 청년으로 할머니가 죽고 나자 혼자 남겨진 미카게에게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 것을 권한다. 미카게는 그 집의 키친에 반해 그 곳에 머물게 된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외로움이 커지니까 안 된다. 하지만 부엌이 있고, 식물이 있고, 같은 지붕 아래 사람이 있고, 조용하고......최고다. 여긴 최고다.
나는 안심하고 잠들었다.
유이치의 엄마는 원래는 아빠였고 유이치를 낳은 친모가 죽고 나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런 이유로 여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건 사랑에 대한 깊이인지 이별에 대한 깊이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삶이 절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아무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연인 히토시를 잃은 사츠키는 조깅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하고, 히토시의 동생이자 같은 날 형과 연인 유미코를 잃은 히라기는 유미코의 세라복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그 상황을 극복하려한다. 히라기의 기행은 사츠키의 조깅같은 거라고 그녀는 말한다.
투명하고 싸늘한 공기 속에서 그렇게 서 있으면 자신이 아주 조금은 <죽음>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실제로 그 혹독하고 투명하고 고독한 풍경 속에서만 나는 편히 숨쉴 수 있었다. 자학, 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시간이 없으면 나는 그날 하루를 제대로 보낼 자신이 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한테는 절실하게 그 풍경이 필요했다.
상처와 치유, 그 과정과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같은 상처를 지닌 미카게와 유이치는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친구 같으면서도 가족같은 그러면서도 또 연인은 아닌 사이를 유지하며 지낸다. 결국에는 돈가스 덮밥 프로포즈 비슷한 것을 하긴 하지만 그 끝은 알 수가 없다. 영화 [스피드]에서 '극한 상황에서 맺어진 커플은 절대 오래 못간다'라고 하는 말에 '그럼, 사랑으로 맺어진거로 하죠. 뭐' 이런 대사가 있다. 사람에겐 누구나 사랑이든 위로든 필요한 순간이 있고, 그 순간 곁에 있는 사람이 같은 상처를 갖고 있다면 그 둘의 유대감은 낯선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가까운 사람보다 더 깊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위로의 방식에 차이는 있겠지만 일상의 궤도로 다시 돌아왔을때 그 유대감이 계속 유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그것이 연애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의문이다. 소설 '키친'은 키친/만월/달빛 그림자 세 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걸 딱히, 연애 소설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죽음과 상실, 치유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분류는 넣어 두더라도 이 소설은 낭만적인 경향이 있다. 특히, 달빛 그림자는 죽은 연인을 다시 본다는 몽환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희망적인 앞날을 예고하며 끝난다. 사츠키는 히라기와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는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부러, 울지 않고 힘든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으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애쓴다. 치유의 방식에 있어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잊는 현실적인 상황이 아닌 죽은 연인과 다시 만나 마지막 인사를 전함으로써 극복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다. 그래서인지 상실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그리 슬프지 않고 말 그대로 소설적인 상상력이 대신 치유해 주는 방식을 통해 비현실적이긴 하나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방식을 취한다. 한때, 붐이 일 정도로 인기였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장르적 특징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들어 책을 다시 보니 왜 그렇게까지 인기였을지 잘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엔 그런 동화적 상상력이 필요했던 시기가 아니였을까 싶다. 희망차고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낭만적인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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