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지은이 브라이언 헤더·버네사 우즈
옮긴이 이민아
감수 박한성
펴낸곳 디플롯
값 22,000
표지만 보고 처음에는 인간관계와 관련한 심리학 도서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책이었다는 점에서 처음엔 당황했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너무 알기 쉽게 설명해 줘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유익하면서도 어렵지 않고 재밌는 책을 우연히 만나서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이렇게 대중을 좀 다독이면서 함께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업계도 다정해야 살아남는다.
친화력은 타인의 마음과 연결될 수 있게 하며, 지식을 세대에 세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의 주제는 간단하게 말하면 이것이다. 살아남은 종족은 서로 협력했으며 그 친화력 덕분에 지금의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보편화된 편견을 한 번에 깨부수는 이야기이며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자기 가축화라는 것은 야생종이 사람에게 길드는 과정에서 외모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데 동물적 본성이 억제되고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개'이며 사람에게 친화적인 동물이 더 높은 번식 성공률을 보인다고 한다.
영리한 여우를 원한다면 당신이 찾을 수 있는 한, 가장 친화력 좋은 여우를 번식시키면 된다.
여우들도 협력적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여우는 개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친화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면 더 유연하게 사회적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도 사막에서 만난 여우가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인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야생 여우에게는 애초부터 다른 여우의 사회적 행동에 반응할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친화력은 협력적 의사소통으로 나아가게 하는 타고난 본능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우리가 더 강렬하게 사랑하게 된 이들이 위협을 받을 때 사람은 더 큰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다.
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서로 협력하며 강한 유대감을 지님과 동시에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성이 생겨난다. 특히나 서로 경쟁하거나 갈등 상황에 있는 집단인 경우에는 극도의 혐오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외부인에 대한 부정적인 행동을 할 때 마음이론(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신경망을 구성하는 활동이 감소했다. 모든 사람의 뇌에는 타인을 비인간화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어느 부분이 행동 유형과 연관된 유전자 연결망인지 알 수 없어 의도적으로 친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번식을 할 수는 없다.
인류를 발전시킨 것은 지능 일지 모르나 지금까지 유지한 것은 협력적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 친밀감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가지는 비인간화와 같은 부작용도 있지만 전쟁 상황에서도 한편에서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의식의 변화로 과거보단 편견에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폭력 시위보다 평화 시위의 경우가 더 성공률이 높으며 폭력적인 국가 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착하게 굴라는 말이 단순한 교육적 측면에서의 가르침이 아니라 진화 인류학적인 관점에서도 매우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라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타고나기를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타인에 대해 지나친 배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은 주어진 상황에 기인한 것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다정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인류의 생존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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