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레모사
지은이 김초엽
펴낸곳 (주)현대문학
값 14,000
서점에서 보고 비하인드 북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호기심이 일었던 게 제일 처음 가졌던 느낌이었다. 비닐로 밀봉되어 있어 살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지구 끝의 온실]의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던 기억이라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모른 채로 표지와 작가의 이름만 보고 일단 선택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짧은 기간에 많은 작품들이 연이어 출간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재난 여행이라는 테마에서 윤고은 작가의 [밤의 여행자들]이 생각나기도 하는 소설이다. [밤의 여행자들]은 재난 투어에 참가하게 되면서 인간이 갖게 되는 우월감에 대해 다뤘다면 [므레모사]는 재난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에 대한 개인적 고통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SF소설이지만 매우 현실적인 지금의 이야기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무용수였던 유안은 수시로 자신의 다리를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사고로 한쪽 다리에 의족을 하고 있는 그녀는 잘린 자신의 다리가 계속 있는 듯한 착각에 시달린다. 유안 외에 5명의 여행 동반자들이 등장하고 다들 우회 링크를 통해 여행 신청을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생화학 무기를 만들어내는 공장과 가장 가까운 장소였고 화재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으나, 그중 대부분의 주민들이 돌아오는 장소 '므레모사'
'우리는 여기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겠다. 방해하지 말라'
폐쇄된 채 살아왔던 귀환자들이 관광 사업을 벌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그들은 첫 참가자로 선택된 것일까? 소설 장르의 특성상 재미를 느끼려면 리뷰를 읽지 않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유안은 자신의 도약을 끊임없이 바라는 연인과 이별하고 희망의 증거가 되길 요구하는 대중의 시선에 지쳐있었다.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다리로 인해 환지통(팔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이미 없는 수족에 아픔과 저림을 느끼는 현상)을 느끼고 진통제를 매일 달고 살아야 하는 처지이다. 재난이 발생한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이 그 현장에 대한 생생한 후기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었다면 유안이 기대했었던 것은 삶의 평온이었다. 국제 구호단체의 의사였으며 '므레모사'에 파견됐었던 사람의 회고를 읽고 그녀는 그 속에서 새로운 삶에 대해 갈망하게 된다.
"그래서 도울 수 있게 했잖아요. 선의를 베풀 수 있게 했어요"
남의 불행을 관망하는 입장에서 돕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봉사 자체에는 자기만족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 순수한 인류애와 구원을 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조차 그러하다. 비극의 서사에 취해 자신이 불행에 빠진 이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바꿔 말하면 자신의 그 비극에서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우리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조차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제 일이 아니니까 그런 위로도 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유안의 마지막 선택은 그런 사람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녀가 원한 것은 위로나 격려,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스러운 희망 따위가 아니었다. 단지, 고통에서 벗어나는 일. 그리고 자신답게 사는 일 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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