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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날마다 만우절_윤성희

by 상팔자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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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지은이 윤성희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4,000원

 
 

위로의 거짓말

 
 
책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으나 제목만은 인기 소설 리스트에 몇 번 본 것 같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건 가볍고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어렵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이야기인데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기분 나쁜 체증도 묵직한 슬픔도 아닌데 닫혀있던 감정 세포의 어딘가를 건드는 느낌이다.
이 책은 총 11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단편 소설은 선호하지 않는데 단편인 줄은 모르고 골라서 
그 점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을 읽다 보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이전 소설에서 주연이었던 사람이
이번 소설에서는 주변인물로 설정이 되어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뭐,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공유할 수는 없어도 공존하는 세상의 이야기.
 
 
<여름방학>
퇴직 후에 과거의 연인으로부터 온 연락
 

(중략)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의 손에 내 손을 가볍게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지 마요._p.27

 
 
얼마 전에 유행했던 노래 중에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 의미만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사건의 지평선은 완벽한 단절의 상태이다.
마치 블랙홀처럼 어떤 방법으로도 아무리 오랜 시간이 더 지나도
다시는 만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태
아주 오래전에 끊어진 인연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를 가진다.
 
 
<여섯 번의 깁스>
계속되는 불운한 사고마저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나는, 음, 나는, 그냥 어른이 되었지."_p.55

 
 
삶이라는 것 자체가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도 많은데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몸이든 마음이든 한 번 다치지 않고 살기란 너무 힘든 것이 인생이다.
그저 그런 스스로를 보듬고 치유하며 살아있는 삶 자체에 의미를 두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일까?
 
 
<남은 기억>
암 말기의 영순, 그리고 서로 다른 과거의 기억
 

"산딸기잼 만들어 한 병 보내줄게. 그래도 용서하는 건 아니야.
병신이라고 호기롭게 말하던 언니는 이제 없거든."_p.85

 
 
인간의 기억이란, 제멋대로 각색된다.
가끔은 사실보다 각인된 감정만이 남아 다른 생채기를 남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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