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5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초근접 미래를 위한 안내서) 3강 우리는 여전히 인간일까
위대한 아흔네 번째 강연 '초근접 미래를 위한 안내서' (시즌3 열세 번째)
후안 엔리케스 미래학자
하버드 경영대학원 생명과학 프로젝트 창립 이사
하버드 경영대학원 '최고의 교수'로 기록
하버드 의과대학 유전학 자문 위원회 위원
TED가 가장 사랑하는 미래학자
3강 우리는 여전히 인간일까
세포도 스마트폰의 메모리 칩처럼
갈아 끼울 수 없을까?
이걸 연구하려고 정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결국 한 세포의 유전 부호를 다 끄집어내고
전혀 다른 유전 부호를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합성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건 새로운 생명체라서 지금껏 존재한 적 없는 유전 부호를 지니고 있다
거기엔 시도 들어가 있고 몇몇 과학자의 이름도 적혀 있다
게다가 스스로 번식까지 할 수 있다
이 작은 실험이 앞으로 모든 걸 바꿔 놓을 것이다
세포를 컴퓨터처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포 프로그래밍은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은 저녁에 프로그래밍해서
침대맡에 두고 잠들었다 깨도 십억 개가 복제돼 있진 않는다
하지만 세포를 프로그래밍하면 성장 복제를 거쳐
똑같은 세포 수십억 개를 만들 수 있다
미래엔 지금과 전혀 다른 산업이 등장할 거란 것이다
SGI-DNA란 회사에서 지금껏 존재한 적 없는 데스트톱 프린터를 만들었다
크기는 사무실에 있는 레이저젯 프린터와 비슷하지만
세포를 프로그래밍해서 그 세포를 인쇄한다는 점이 다르다
생명의 부호를 이용해 세포에 문장을 써넣는 것이다
책 몇 권을 통째로 세포에 넣을 수도 있다
ABC 같은 모든 알파벳을
'0, 0, 1, 1, 0' 이런 식으로 바꾼 게 디지털 부호라면
DNA는 딱 네 글자로 이뤄졌다
모든 디지털 부호를 생명의 부호로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생명의 부호를 디지털 부호로 바꿀 수도 있다
이걸 실생활에 접목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하버드 의대 교수 조지 처치가 이 기술을 활용해서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발행된 책을 썼다
역사상 모든 언어권의 책을 통틀어서 1위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많이 발행된 책은
조지 처치의 '리제네시스'이다
조지는 영어로 작성한 책의 모든 문장을
디지털 부호로 다시 썼다
전자책을 만들 때 바로 이런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일단 0과 1로 이뤄진 전자책이 완성되면
그 0과 1을 DNA의 네 글자로 바꾸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게 DNA 부호라 바꿔 쓰면 세포 안에도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세포가 증식한다
조지는 그렇게 책 초판을 십억 부나 발행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 소장한 책을 전부 끌어모아서
DNA나 작은 티스푼 안에 넣을 수 있다
데이터를 빽빽하게 코딩해서 세포에 집어넣으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간다
티스푼 크기 정도의 세포에
한국에서 발행된 모든 책과 그림, 이미지, 음악을 집어넣을 수 있다
이런 프린터 같은 기계는
데이터 저장 방식과 장소, 상품 생산법까지 바꿔 놓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고 새로운 경제가 등장할 것이다
2021년에 로봇 공학 분야에선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살아있는 합성 기계를 만들었다
로봇과 비슷하게 작동하는데
보통의 로봇보다 더 많은 걸 만들 수 있는 기계다
번식도 할 수 있다
로봇은 성관계를 해서 번식할 수 없지만 세포는 할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을 활용하면 살아 있는 기계가
번식을 통해 점점 늘어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이 상용화되면 박테리아나 조류를
작은 비커에 집어넣어서 번식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걸 꺼내서 천장에 매달린 플라스틱 관에 넣는다
천장에 매달아 놓으면 곧 녹색 수프가 될 것이다
그걸 다시 꺼내서 커다란 연못에 집어넣고
녹색 수프를 더 많이 만든다
극소량의 녹색 수프를 번식시켜서 계속 만들어 내면
미식축구 경기장 몇 개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양이 된다
정말 생명체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녹색 수프에게 제트 연료를 만들라고 명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휘발유를 만들라고 명령할 수도 있고
백신을 만들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
식품을 생산하라고 지시할 수도 있고
옷감을 만들라고 지시할 수도 있다
수많은 독감 백신이 달걀 안에서 만들어진다
독감 백신을 달걀에 집어넣고 샴페인 병뚜껑을 돌리듯
달걀을 돌려 따서 백신을 복제하고 꺼내서 살균 처리를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표준화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생물을 채취해서 으그러트리고
프로그래밍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공장은 녹색 물질이 담긴 거대한 연못 같은 것이다
디지털 부호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생명의 부호 혁명도 우리가 알던 모든 걸 바꿔 놓을 것이다
하루에 한 번 이상 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성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분도
성관계에 관한 우리 개념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생명의 부호 혁명은 단순히 조류에만 일어날 혁명이 아니라
번식 과정 자체의 혁명이다
조부모님과 여러분의 도덕관이 똑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준거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타임머신을 써서 60대가 아닌 20대의 조부모님을 모셔 왔다고 해보자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조부모님은 성관계에 관심이 많고
대화하기를 원해서 약간 신이 난 상태다
여러분은 서로 너무 다른 삶의 모습에 놀라워하다가
이렇게 입을 뗀다
과거에도 피임약은 있었지만 효과가 떨어졌고
구하기도 힘들었으며 먹어도 임신이 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행동과 결과가 완전히 분리됐다
조부모님껜 낯선 개념이니까 이렇게 되물어 보실 것이다
'정말 임신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여성은 피임 기술 덕에 언제 아이를 가질지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박사 학위를 따고, 커리어를 쌓으며 임신 시기를 정할 수 있다
이런 자유를 누린 세대는 그리 많지 않다
덕분에 여성은 과거와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됐고
자기 삶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하지만 곧 할 얘기에 비하면 이건 별일도 아니다
그러면 조부모님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되물을 것이다
"두 사람의 신체 접촉도 없이 임신할 수 있다는 거니?"
"부부가 한 나라에 살지 않아도 임신할 수 있다고?"
"그런데 과거에도 비슷한 개념은 있었단다"
"그 원죄 없는 잉태를 재현할 수 있다고?"
20대인 조부모님의 눈에 우리가 얼마나 이상해 보일지
시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시겠나요?
우린 생명의 부호를 이해한 덕에
조부모님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게 옳다고 여겼던 도덕관을
180도 바꿔 버린 것이다
이번엔 여러분이 타임머신을 타고 60살이 된 손주들을 만나러 가 보자
손주들의 성 관념이 여러분과 똑같을까?
후손들이 우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번식하고 있을까?
지금은 나쁘다고 여거지는 것들이 미래엔 옳다고 여겨지진 않을까?
지금은 아기의 유전자를 편집해선 안 된다고 여겨지지만
더 빠르고, 싸고 좋은 기술 덕에 편집이 보편화될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내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기를 뱃속에 품고 다니길 원치 않는 산모도 있을 것이다
안전하고 깔끔하게 살균된 병원에서 태아를 키우는 것이다
피부나 체내 세포 하나만 떼어 내서 번식할 수도 있다
신체 일부나 자기 자신을 복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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