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0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엘리트 신화의 종말) 2강 대학은 어떻게 엘리트를 만들어 내나
위대한 아흔두 번째 강연 '엘리트 신화의 종말 '(시즌3 열한 번째)
미하엘 하르트만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 사회학 명예 교수
<엘리트 제국의 몰락>(2019)
<글로벌 경제 엘리트>(2017)
<엘리트와 그들의 유럽 지배력>(2011)
2강 대학은 어떻게 엘리트를 만들어 내나
엘리트를 이야기할 때 엘리트 대학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는
서구 주요 선진국에는 엘리트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대학은 두 가지 주장을 고집하는데
1. 엘리트 대학이 국가의 대다수 엘리트들을 교육한다
2. 엘리트 대학은 학업 성적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
많은 분들이 '니드 블라인드(Need-blind)' 입학 정책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이다
미국 엘리트 대학이 추구하는 입학 정책으로
학생이 비싼 수업료를 낼 수 있는지 심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대학들이 실제로 이 주장을 지키는가 하는 점이다
학생들의 사회적 배경에 대한 몇 가지 연구를 보면
이런 주장에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하버드 경제학자들이 미국 엘리트 대학과
전체 일반 대학들의 환경을 연구했는데
아이비리그 대학 재학생의 약 17%가 미국 사회 상위 1%로 구성돼 있다
하위 60% 출신에 속하는 학생보다 상위 1%에 속하는 학생이 더 많다
거의 60%의 학생들이 상위 10% 출신에 속한다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
이 주장에 부합되는 비율이 아니다
학생 선발 과정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모든 엘리트 대학이 입학시험 응시자들에게
높은 학업성취도를 요구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런 입시에는 학업 성적이 아니라
지원자의 인성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학생의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는 입학 정책을 강조한다
미국 사회학자 제롬 카라벨이 한 매우 광범위한 연구가 있다
그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들 대학에서 시행해 온 100년간의 입학 정책을 조사했다
그리고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1920년대에 입학 정책에 분명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1920년대 이전까지는 상류층 자녀들이
엘리트 대학에 입학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이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교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사립 기숙 학교 학생의 성적이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다른 요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상류층 학생들이 늘 최고 성적으로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대인 난민들이 갑자기 유입됐다
그중 상당수가 지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 결과 변화가 생겼다
유명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뉴욕 컬럼비아 대학을 살펴보자
1922, 1923년에는 신입생의 40%가 유럽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로 채워졌다
당시 반유대주의는 독일에서만 만연한 게 아니라
미국 상류층 사이에도 반유대주의가 상당했다
미국 상류층은 컬럼비아 대학 학생의 절반이
유대인으로 채워지는 것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았다
뉴욕의 부유한 집안들은 자녀들을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에 보냈다
컬럼비아 대학 입장에서 이건 큰 문제였다
이민자들은 기존의 학부모들처럼 재정이 튼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에도 경종을 울렸다
바로 그때 이들 대학은 학업 성적에 기반하던
전통적인 심사 기준에 한 가지를 더한다
입학의 필수 기준으로 인성을 도입한 것이다
인성이란 개념은 해석의 여지가 많다
처음엔 단순히 거주지나 부모의 직업 등을 묻는 수준이었다
이들(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대학은 인성이라는 평가 기준을 도입해
유대인 신입생 비율을 20% 미만으로 맞출 수 있었다
여전히 성적은 중요한 신입생 선발 기준이었지만
컬럼비아 대학과는 달리 이들 대학은 인성이라는 기준을 통해
전통적인 상류층 부모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이 평가 기준은 이후 수십 년간 발전했다
지난 세기 말부터 더 이상 인성 전반이 아니라
리더십이 핵심 기준으로 정착하였다
이들 대학들은 자신들에 맞는 인재들이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리더십이야 말로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리더십 역시 상당히 유연한 용어다
조지 부시 주니어는 예일대에 다녔는데
모든 사람이 동의하듯이 그는 예일대가 요구하는
지적 성취 요건을 전혀 충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몇 가지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 그는 리더십 기준의 요건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상원의원이었고 아버지는 대통령이었다
철강 왕국을 이룬 가문과 은행업 왕국을 이룬 가문이
조부와 증조부 세대에 걸쳐 하나로 합쳐진 집안이다
따라서 조지 부시 주니어는 지적 능력과는 관계없이
언젠가 결국 리더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리더십에서 중요한 건 바로 이 부분이다
대학들은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성공한 동문들이 최대한 많이 필요하다
훗날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직 최고 경영자 등 성공할 사람들이다
조지 부시 주니어는 단순히 가족의 배경 덕분에 이런 성공을 거뒀다
이런 기준을 통해 어느 정도 입학생 구성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입시에 합격한 한 독일인이 해준 이야기
그해 입시에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가 있다
응시자는 심사위원에게 되물었다
"어느 다리 아래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때 심사위원들은 그가 문제의 의도를 안다는 걸 깨달았다
주요 심사 기준을 충족한 것이다
그 응시자는 자신감과 재치가 있고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필사적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답을 찾진 못했다
이것은 사회적 배경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문제이다
출신 배경을 드러내게 하여 응시자의 사회적 배경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요소가 있다
첫째로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의 모든 엘리트 대학은
두 개의 입시 전형이 있다
일반 지원자 전형과 동문 자녀 전형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라도 하버드나 예일을 졸업했다면
동문 자녀 전형에 지원한다
하버드 합격률은 최근 몇 년간 3~5% 사이를 오간다
지원자의 대부분이 합격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문 자녀 전형의 지원자들은
일반 전형보다 5~6배 높은 합격 기회를 갖는다
동문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동문들은 모교에 기부한 거액에 대한 대가를 기대한다
1970년대에 예일에서 이런 관행을 바꾸려는 논의가 있었는데
동문들이 기부를 중단하겠다며 바로 협박했다
엘리트 대학 합격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또 있다
명문 사립 학교 중 한 곳을 거치는 것이다
모든 국가에는 명문 사립학교가 있고
엘리트 대학 합격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립학교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비용이 많이 든다
학비가 비싸지 않은 경우에도 간접적인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사립학교 시험에 합격하려면 사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립 학교 학비는 6만~8만 달러에 달하지만
미국에는 상당히 발전한 장학금 제도가 있다
하지만 누가 장학금을 받는지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그로턴 사립학교가 수치를 공개했고 웹사이트에 명시했다
"우리 학생의 42%가 장학금을 받습니다"
이걸 보면 대부분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학교 재학생은 380명이다
380명 중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160명 가까이 된다
하지만 장학금을 받는 학생 중 사회에서
하위 75% 출신 학생은 38명에 불과하다
전체 학생의 10% 비율이다
하지만 더욱 놀랍고 예상하지 못한 건
거의 같은 숫자인 33명의 장학금 수혜자 그룹이 있는데
이들은 연 소득 30만 달러 이상인 가정 출신이다
그리고 대학의 경우는 이런 종류의 자료도 제공하지 않는다
드물게 찾을 수 있는 자료를 예일대에서 찾아냈는데
특정 소득 계층이 장학금을 받는 수치이다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정의 학생
4명 중 1명이 장학금 수혜자
이는 장학금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장학금의 상당 부분 소득 기준 상위 5% 학생들 몫이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최소 부유층인 사람들이다
엘리트 대학은 국가 엘리트를 육성한다는 주장을
충분히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한다는 엘리트 대학의 두 번째 주장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부분적으로만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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