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3 (감각 사용설명서) 4강 미식 물리학

by 상팔자 2023. 10. 24.
반응형

(2023.10.23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감각 사용설명서) 4 미식 물리학

위대한 여든여덟 번째 강연 '감각 사용설명서'(시즌3 일곱 번째)

 

 

 

 

찰스 스펜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실험 심리학 교수

저서

<왜 맛있을까?> (2017)

<일상 감각 연구소> (2022)

이그노벨상 영양학상 (2007)

영국 실험심리학회 올해의 연구자상 (2003)

유럽 인지심리학회 폴 버텔슨상 (2003)

독일 베셀상 (2005)

 

 

 

 

 

4  미식 물리학

 

 

 

 

 

< 다중 감각적인 음식의 세계 >

 

음식은 가장 다중 감각적인 쾌락 요소이다

우리는 직업을 불문하고 식탁에 놓인 음식의 맛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음식의 맛이  음식의 화학적 구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는 아니다

식사의 즐거움은 정신이 좌우하기도 한다

입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미식 물리학(Gastrophysics)이라는 학문이

요리사나 식품 회사,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들에게

더 맛있고, 건강하고, 기억에 남으며 지속 가능한 경험을 선물하고 있다

 

 

※ 프로방스 로제 패러독스 ※

우리가 휴양지에서 경험하곤 하는 현상에

철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이름을 붙인 것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프랑스 남부로 휴가를 떠나서

프로방스산 로제와인을 마시며 등에 햇볕을 쬐곤 한다

가족과 함께 갈매기 소리, 짭짤한 바다 내음을 즐기다 보면

와인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맛도 좋은 데다가 값도 싸서 병이나 짝으로 사 들고 오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중해에서 산 와인을 집에서 마셔 보면

절대 그 맛이 안 난다

 

왜 휴양지에서 와인이 더 맛있게 느껴질까?

일단, 기분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배우자나 가족과 싸웠을 때는 음식이 맛없게 느껴지고

기분이 좋으면 음식 맛도 좋아진다

분위기도 중요하다

우리는 잔이나 접시에 담긴 음식만 음미한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분위기나 상황, 환경에서 풍기는 

시각, 청각, 후각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통합해서 

최종적으로 입 안에서 어떤 맛이 느껴질지 결정한다

몇몇 창의적인 요리사들이 상황이나 분위기, 사람들의 기분을 

잘 포착하고 활용해서 더 즐겁고 다중 감각적인 미각 체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마술 같은 현대적 분자 요리뿐만 아니라

현지의 제철 재료를 사용한 정통 요리를 선보인다

그의 레스토랑엔 법인 카드를 쓰는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온다

단추를 끝가지 채운 딱딱해 보이는 회사원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심각하게 안장 있는 걸 보니

음식을 제대로 즐기긴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마 드니의 레스토랑이 네슬레 본사 옆에 있어서

회삿돈으로 불편하게 식사하는 회사원이 많이 왔을 것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정신적 입가심(Mental Palate Cleanser)이라는 걸 시도했다

약 30명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의 식탁 위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다

식탁보는 하얗고, 식탁 정중앙엔 플라스틱 젖소 인형 하나가 놓여 있다

일행이 다 도착하면 손님들은 음식이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호기심 많은 손님은 

식탁 중앙에 놓인 젖소가 뭔지 확인해 볼 것이다

젖소를 들어 밑을 보면 젖소가 음매하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다들 놀라 웃음을 터뜨린다

스위스의 미쉐린 별 두 개짜리 식당에서 젖소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드니는 매일 이런 정신적 입가심을 활용해 

자리에 앉은 손님들이 놀라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기분이 좋아지면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진다

바로 그때 첫 번째 요리가 나온다

 

손님들의 만족도는 입이 아닌 정신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서 시각, 청각, 후각이 합쳐지고

음식이 주는 촉감, 맛, 온도, 통증이 기분, 감정과 통합된다

물론 우리는 뇌의 속임수에 넘어가서

입에 들어 있는 음식 맛이 전부라고 착각하겠지만 말이다

 

요리사들은 이런 사실을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젖소 인형으로 입가심을 시킬 정도인데 굳이 과학자가 필요할까?

 

우리의 뇌는 음식의 에너지 밀도를 빠르게 계산하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했다

 

약 15년 전, 팻 덕 레스토랑에서는 이런 아이스크림을 손님에게 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맛본 단골 손님들이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완벽하게 조미한 음식을 냈는데

레스토랑 손님들은 어떻게 싫어할 수가 있을까?

손님들은 너무 짜다고 했다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음식을 맛본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요리사는 이것이 역사에 남을 짭짤한 아이스크림이라고 생각했다

냉동 게살수프나 훈제 연어로 만든 아이스크림인데 말이다

색깔도 완벽하고 정말 자연스러웠지만 아무도 예상을 못 했다는 게 문제다

달콤한 맛을 기대했는데 짭짤한 맛이 느껴지니까

기대가 깨지면서 깜짝 놀라게 되고 음식을 별로라고 생각해서 다신 안 찾게 되는 것이다

 

요리사는 짠맛을 의도했지만 손님은 요리 이름을 모르니까

색깔만 보고 오해했다가 음식을 싫어하기에 이른 것이다

 

 

영국 브라이턴 대학의 연구로 밝힌 해결법

 

이런 사례로 알 수 있는 건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건 기분, 상황, 분위기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음식 이름이나 음식에 붙은 설명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더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하도록

곤충을 먹자고 제안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멀리 갔다는 분들이 있다

 

대신, 해파리 요리 얘기를 하자면

대부분 서양인은 해파리를 먹지 않는다

반면, 한국과 일본 등지에선 인기가 많다

해파리는 식감은 좋지만 손질하면 아무런 맛이 나질 않는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해파리 개체 수가 늘고 있다

지중해 등지를 떠돌며 발전소 설비를 틀어막기도 한다

어떻게든 없애야 하는데 식용으로 쓰면 어떨까?

 

런던의 요리사 조제프 유세프의 식당에서는

첫 번째 코스로 해파리 요리를 낸다

해파리를 처음 먹는 서양인들 식탁에 바닷소리와 함께 서빙한다

소리 풍경에 오도독 씹는 소리까지 넣어 놨다

그래서 손님이 해파리르 오도독 씹으면

헤드폰의 오도독 소리와 겹쳐 소리가 증폭되고

더 몰입감 있는 다중 감각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파리를 처음 맛본 서양 손님이아주 만족하고 돌아가도록 한다면

다음번에 레스토랑에서 또 주문하거나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 직접 사 먹을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누구와 먹느냐도 중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먹방(Mukbang)도 걱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방송을 보며 밥을 먹는 현상은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 같은데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수백만 명이 먹방을 본다고 한다

특히 혼자 먹고 혼자 사는 젊은 세대는

밥때가 되면 BJ의 먹방을 화면에 틀어놓는다고 한다

큰 접시에 쌓인 닭 날개를 먹는 영상 같은 걸 틀어 놓는다

그럼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 같지만

먹방의 유행은 우리 행복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혼밥을 부추기고 남과 함께 식사한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BJ가 먹는 음식들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이다

이렇게 에너지 함량이 높은 음식을 먹는 영상을 보면

보는 사람도 유혹을 못 참고 과식하게 될 수 있다

먹방뿐만 아니라 미식 포르노, 음식 포르노 같은 새로운 유행이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등장했다

 

젊은이들이 SNS에 올라온 예쁜 음식 사진을 보고

술집이나 식당에 가서 그 사진을 보여주며 음식을 주문한다

미식 포르노의 힘이 이토록 강하다

실제로는 음식을 예쁘게 꾸미면 어떤 차이가 나타날까?

 

세계적인 요리사 페란 아드리아

스페인 알리시아 재단과 관련 실험을 했다

분홍색 아이스크림을 손님에게 냈는데 약 60~70명의 실험 참가자 중

이후 아이스크림의 맛, 만족도, 달콤함에 점수를 매겼는데

음식을 담은 접시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데도

접시 색깔이 음식 맛에 영향을 줬다

 

흰색 둥근 접시에 담긴 아이스크림은

맛 9%, 만족도 13%, 달콤함 11% 높게 평가됐다

같은 사람이 같은 음식을 검은색 접시로 먹었을 때보다

좋게 평가한 것이다

 

음식 이외의 요소까지 생각하는 새로운 식사법이 등장했다

 

식기가 맛에 미치는 영향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미식 물리학이 녹아 있는 과학적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등장했다

(영국 중부에서 활동하는 일본 도예가 가네코 레이코의 작품)

디저트 접시, 해산물용 접시, 카레 접시도 있다

이 디저트 접시는 둥글고 분홍색인데

밑면은 질감이 아주 거친데

연구에 따르면 사포처럼 거친 감촉을 느끼면 

태국 그린 카레에 들어간 고량강과 생강의 알싸함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지각 향상 식기인 셈이다

 

디자이너와 요리사, 감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협력해서

디자인을 개선해 나가는 추세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10년 전쯤 런던에서 주류 브랜드와 협력한 적이 있다

스튜디오에 500명을 불러 위스키 한 잔과 채점표를 나눠 준 뒤

세 가지의 환경을 경험하게 했다

위스키의 풀 내음을 끌어내기 위한 환경

단맛을 유도하는 환경

위스키의 목 넘김 질감을 끌어내는 환경이었다

나무 방에서 위스키를 마셨을 때 사람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목 넘김의 질감을 13% 좋게 평가했다

달콤한 방에서 마셨을 땐 단맛을 11% 더 좋게 평가했다

풀을 형상화한 녹색 방에서는 위스키의 풀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총 500명의 참가자가 사흘간 모여서 진행한 실험이다

 

똑같은 위스키를 들고 다니며 평가했는데도

방위 바뀔 때마다 눈에 띄게 평가가 달라졌다

 

감각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하다

주변 환경이 맛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것이 미식 물리학의 활용법이다

오감을 자극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고

기억에 남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위대한 수업 (ebs.co.kr)

 

위대한 수업 Great Mind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전세계 최고의 지성을 한 자리에!

home.ebs.co.kr

 

EBS 1TV 월~금 23:40 ~ 24:00 (본방)

EBS 1TV 토 24:45 ~ 26:15 (종합)  /  EBS 2TV 금 24:00 ~ 26:00 (종합)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