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위대한 수업2(인사이드 차이나 경제) 5강~8강 요약정리
위대한 예순여덟 번째 강연 '인사이드 차이나 경제 '(시즌2 스물 여섯 번째)
훙호펑 존스 홉킨스 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
(연구분야) 중국, 아시아 발전에 대한 정치경제학
미중 관계 및 국제정치
5강 왜 국가는 부유한데 개인은 가난한가
- 중국 경제 모델의 불균형과 위기
· 중국 경제의 위기와 불균형은 2010년대 이후 점점 심해졌다
1980~2000년대에 걸쳐 일어난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은
경제적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2010년대에 중국이 저소득 국가에서 중간소득 국가가 됐기 때문이다
· 하지만 중국식 경제 모델에는 불안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1997~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당시 총리였던 주룽지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경제가 수출 지향적 제조업에 계속 의존하진 않을 것"
"국내 가계소비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 수출과 투자 동력을 보완해야 한다"
2007년 총리였던 원자바오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경제의 특징은 불균형, 부조화, 지속불가능"
"중국 경제는 구조개혁과 재균형이 필요하다"
원자바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개혁하고 재조정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 1990~2000년대 중국의 경제적 급성장에는 두 가지 주요 동력이 있었다
1. 수출 지향적 제조업(제조업 분야에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세계 선진국에 상품을 수출)
2. 투자(수출로 벌어들인 외환보유액은 국유은행의 기반이 됐다)
중국 경제에 필요한 새로운 동력
3. 가계소비(일반 국민들의 가계소비를 늘려서 중국 경제 급성장의 세 번째 기둥으로 삼자는 것)
중국의 GDP 대비 가계소비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가계소비의 절대적 수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가계소비 절대량은 확실히 증가하고 있다
·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제조업이나 수출에 관심이 없음에도
여전히 중국에 진출하는 이유가 성장 중인 거대 시장 때문이다
가구부터 장난감, 핸드폰까지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시장 말이다
중국의 개인 소비량은 확실히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경제의 전체 규모와 수출, 투자 같은 부문의 경제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경제 규모 대비 가계소비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투자와 수출 부문의 성장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증가하는데
중국 국민들이 그 많은 생산품을 다 소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제품을 팔아 경제가 돌아가고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세계 시장의 수요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제품에 대한 세계 수요가 계속 증가하진 않을 것이다
· 언젠가는 보호무역이 시행될 거고 이미 경험한 것처럼 세계적, 지역적 금융 위기가 올 것이다
그러면 해외 시장은 위축될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이 성장하지 않으면 해외 시장이 위축됐을 때 중국 경제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중국 투자 부문의 지속가능성이 약한 것도 문제이다
많은 투자 부문 예를 들어 부동산, 제철소, 석탄발전소, 고속철도, 공항과 지하철 확장
이 모든 것에 대한 투자금은 대출로부터 나왔다
대부분 국유은행이 국유기업과 지방정부에 빌려준 것이다
공장, 철도 같은 사회 인프라를 만들면 일자리가 생긴다
경제가 단기적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인프라를 만든 후엔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기껏 인프라를 확충하고 부동산을 개발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사려고 하지 않으면
대출받은 건설사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수익과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부문도 위험해진다
한 권위 있는 조사기관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를 포함한 중국의 총부채는
그보다 더 보수적인 중국 정부의 조사에서도 GDP 대비 총부채가 이미 270%가 넘었다
대부분이 대외 채무가 아닌 국내 채무이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건 변함없다
중국이 경제를 어떻게 재조정할지가 중요하다
핵심은 내부 수요를 강화해 세 번째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GDP 대비 국내 소비가 늘어나면 과도한 투자로 생긴 과잉 생산물이
중국 내부에서 소비될 수 있을 것이다
과잉 생산물을 처리하려고 해외 시장에 기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서 GDP 대비 국내 소비를 늘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결국 문제는 소득 분배, 불평등, 권력 분배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친 시장 개혁은 세계에서 소득분배가 가장 평등한 나라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중국을 바꿔놓았다
각종 데이터가 증명하듯 중국의 1인당 GDP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평균 가계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도 봐야 한다
경제 급성장으로 발생한 소득이 일반 가정까지 도달하지 않아
가계소득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기업과 정부의 배만 불린 것이다
평범한 국민들에게 돌아간 게 아니다
이게 바로 1인당 GDP에 비해 평균 가계소득이 더디게 성장한 이유이다
평균 가계소비를 좌우하는 건 1인당 GDP가 아니라 가계소득 증가율이다
평균 가계소득이 각 가정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평균 가계소비는 평균 가계소득을 넘어설 수 없다
평균 가계소비 증가율은 평균 가계소득 증가율과 비슷한 편이다
즉 1인당 GDP보다 평균 가계소득이 느리게 증가하면
당연하게도 평균 가계소비 역시 느리게 증가한다
그러면 GDP 대비 국내 가계소비의 비중은 시간이 갈수록 감소할 것이다
중국에는 일반적인 선거 제도가 없고 평범한 국민을 위한 제도를 만들도록
정부를 압박할 수단이 없다
하지만 국유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자, 지방정부들은 정부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제도적 특권을 갖고 있다
이렇게 편향된 정치 구조 때문에 정부가 투자와 수출 부문에만 신경 쓰는 것이다
평균 가계소득이나 가계소비보다도 말이다
이게 바로 중국 경제의 재조정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이다
결국 경제 급성장이 만든 소득과 혜택의 분배 문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치 체제의 권력 분배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와 생산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늘고 있다
중국의 불균형한 경제는 장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아직 괜찮아 보인다
구조적으로 불균형해도 중국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구조적 불균형은 이미 진짜 문제가 됐다
6강 왜 지금 위기인가
- 대출에 중독된 중국 경제와 중국공산당의 정당성
· 중국공산당 지도자들 역시 오래전부터 경고해 왔듯이
중국식 경제 모델에는 거센 역풍과 불안 요소가 있다
중국의 구조적 불균형은 이미 진짜 문제가 됐다, 2010년 이후 중국의 성장세는 둔화했다
· 중국 경제의 성장 패턴은 제조업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를 보면 알 수 있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 분야의 확장과 축소를 측정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호황인지 불황인지 중국 경제의 성과를 평가할 때
GDP 대신 사용하는 지표이다, 중국의 공식 GDP에는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제조업 PMI가 더 믿을 만하다, 중국 정부와 사설 기관이 각각 조사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HSBC은행이, 지금은 차이신 미디어가 조사하고 있다
사설 기관과 정부 두 곳의 조사결과가 있으니 교차검증을 통해 동일한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지표에 따르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전까지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꾸준히 큰 폭으로 확장돼 왔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는 급격히 위축됐다
2009~2010년 중국 경제를 회복시킨 건 수출, 제조업이 아닌 투자 부문이다
세계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국유은행에 대출 확대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대출금 사용처에 대한 검토도 하지 말고 최대한 많은 돈을 빠르게 빌려주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지방정부, 지역 기업, 국유기업, 사기업은 미친 듯이 돈을 빌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명한 유령 도시를 남긴 부동산개발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이다
허허벌판에 아파트를 지었는데 아무도 살지 않았다
유령 도시는 무모한 대출과 차용, 무모한 건설 투자의 결과물이었다
고속철도 건설도 그 당시 무모하게 진행됐다
수많은 고속철도가 생기는 걸 놀라운 인프라 확충으로 여겼다
하지만 고속철도가 완공된 후 중국의 철도 사업체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빚에 허덕였다
국가보조금 없이 고속철도 시스템만으론 탑승권을 팔 수도 없었다
그렇게 고속철도 부문에서 대출 상환이 큰 문제가 됐다
부동산 개발, 석탄발전소, 제철소도 거금을 빌려 생산량을 늘렸지만 다 과잉 생산물이 됐다
강철을 구매하는 사람도 없고 석탄발전소가 생산할 전력을 소비할 사람도 없었다
결국 생산물을 모두 수출해야 했다, 강철은 헐값에 팔고 석탄발전설비는 수출했다
그러자 중국이 강철을 헐값에 내놓고 석탄발전소를 확장한 것에 대해서 다른 나라들은 반발했다
아래 도표의 두 번째 선은 매달 중국 시장에 새로 풀리는 대출 금액이다
2009년과 2010년에 이 선이 상승한게 보인다, 이때 대출이 크게 늘어 중국 경제를 부양했다
하지만 그 이후 경제의 확장과 축소를 보여주는 PMI 지수를 보면
경기 침체를 뜻하는 50선 근처를 맴돌고 있다
작은 규모의 상승과 하락이 있지만 2010년 이후 쭉 50선에 정체돼 있다
대출 발생량은 2009~2010년 경제 재부흥기 이후 더 많아졌다
경제가 크게 위축될 때마다 중국 정부가 겁을 먹고
국유은행에 대출을 늘려 경제를 부양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제가 조금 살아나면 중국 정부는 기업과 지방정부의 내실을 걱정했다
그러니 국유은행에 다시 대출을 줄이라고 했다
그래서 은행이 대출을 줄이면 경제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중국은 경제를 촉진하려고 대출을 늘리는 방법을 썼다
마치 마약중독 같은 것이다, 중국 경제는 대출에 중독된 것이다
처음에는 대출량이 적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엔 대출량을 늘려도 경제 회복 탄력성은 작아진다
중국은 이렇게 대출과 채무에 중독돼 있다
실업자가 발생하고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므로 정부 입장에선 큰 빚을 진 기업이 파산하게 둘 순 없다
그렇다고 상환 능력도 없는 기업을 좀비처럼 살려두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새로운 걸 창출하거나 수익을 만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런 기업을 구제해 주면 당장 부도를 피하고 큰 문제를 막을 순 있지만
장기적으론 경제에 부담을 주고 은행에 문제를 떠안길 것이다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면 은행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게 바로 중국 경제가 가진 장기적 불균형과 모순이다
주룽지와 원자바오는 1990~2000년대에 걸쳐 경고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라 바로 해결하진 못했다
당시는 세계적인 경제 호황기였고 보호무역 걱정도 없었다
이런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금융위기가 터지자 많은 선진국이 보호무역을 시행했다
중국 경제는 더 큰 빚더미에 올랐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문제는 급격히 늘어난 생산력에 비해
과잉 생산을 소화할 가계소득과 가계소비가 빠르게 증가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대출 위기까지 터졌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은 더 장기화됐다
이제 중국 정부는 경제 위기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장기 불황에 빠져 있었다
이건 중국 정부의 정치적 과제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급격한 경제 성장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해 왔다
"너는 자유도 민주주의도 가질 수 없어, 하지만 삶의 질은 빠르게 상승하고 일자리도 보장될 거야"
이 말은 사실이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탄압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산당 정권에 만족했다
국가 경제의 미래가 갈수록 밝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불황이 굳어지면서 빠져나올 방법이 보이지 않고
경제 위기와 부채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자 사람들은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는 걸 체감하고 있다
경제적 파이가 늘어나긴 커녕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은 정당성의
새로운 원천을 찾아야 한다, 급격한 경제 성장만으론 안 된다
새로운 정당성 없이 체제를 유지할 방법은 통제 강화, 권력 집중
아니면 극단적 민족주의에 기대 국민이 우쭐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자신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이 더 나빠질 거라 느낄지라도 말이다
중국의 경제 위기는 결국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공산당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7강 미국과 중국은 왜 자꾸 싸울까
- 변덕스러운 미중 관계
· 1990~2000년대 미국과 중국은 평화롭게 협력하며 지냈는데
어째서 지금은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사이가 나빠졌을까
냉전이 한창이던 1950~60년대 미국과 중국은 미국 대 소련 혹은
다른 공산 국가처럼 대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상황이 급변했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가 거의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이유는 '도미노 효과'를 막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남베트남을 사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북베트남에 통합되어 공산화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당시 공산주의 운동과 농촌 중심의 게릴라 혁명이 미국과 그들의
동남아시아 동맹의 이익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벌어지는
공산주의 운동은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고 있었는데
미국정부는 그때 소련과 중국이 분열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1972년, 키신저에 이어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다
마오쩌둥을 만나 미국과 중국 간 유사 동맹 관계를 수립하고
소련을 공동의 적으로 둔다
그때 미국은 중국에 약속을 받아냈다
동남아의 공산주의 운동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말이다
1970년대가 되자 소련의 동남아 주요 동맹인
베트남의 영향력이 퍼지는 걸 막아서 중국은 미국에 큰 도움을 준다
미국은 중국과 손잡음으로써 동남아의 공산화를 막았다
미국은 남베트남에서 철수하며 베트남전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공산주의가 퍼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중국의 입장은 마오쩌둥이 했던 말로 알 수 있다
1970년대 중국공산당은 미국보다 소련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소련의 국경 침범을 막는 게 현명한 처사였다
즉 1970~80년대 미국과 중국은 지정학적 이유로 우호적 관계를 맺은 것이다
공동의 적인 소련을 막겠다는 목적이 있었다
물론 중국은 1970년대 이후 미국과의 친교로 경제 이득을 봤다
특히 1979년 공식 수교를 맺으면서 중국은 미국 동맹국(특히 일본)의
경제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1970년대 일본의 지원을 받고 마오쩌둥이 자립을 중시한 덕에
중국공산당은 국제 사금융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1980년대 국제 금리가 폭등해 폴라드와 유고슬라비아 같은
많은 사회주의 국가와 많은 개발도상국이 국제적 채무 위기를 겪었지만
중국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하자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지정학적 우호관계도 끝났다
1990년대 미국은 중국과의 외교 정책을 재정의한다
그리고 소련 블록 붕괴와 함께 세계에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1993년 클린턴 정부 첫 해 미국의 지배적인 입장은
미국이 무역으로 중국을 압박해 중국 국민의 인권을
개선하게 만든다는 거였다
당시 1989년 천안문 사태 직후라
미국에서 중국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인권 문제가 등장했다
결국 1993년 클린턴 정부는 중국에 낮은 관세를 매기는 대신
인권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중국 경제가 수출 지향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였다
중국에게 미국 시장이 꼭 필요한 때였다
미국 시장을 계속 열어주는 대가로 인권 개선을 요구하자
중국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결국 1993~1994년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을 동원해 로비를 한다
중국이 인권 개선 없이도 미국 시장에 낮은 관세를 적용받도록 말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제안한 것은 중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
이에 미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인권 개선을 담보로 한 클린턴의 중국 무역 정책에 반대했다
그 결과 1994년, 클린턴 정부와 국회의원들은 정책을 철회하고
중국에게 조건 없이 낮은 관세를 적용했다
더불어 중국의 모호한 인권 의식 때문에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미국 기업이 더 늘어났다
중국도 각종 특혜를 제시하며 미국 기업을 적극 유치했다
그렇게 미국 기업도 다른 나라 기업처럼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어떤 회사는 생산 라인 전체를 중국으로 옮기기도 했다
대규모 생산 라인이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기득권을 쥔 미국의 기업가 엘리트들은
중국의 이득과 미중 관계를 위한 로비를 펼쳤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꽤 오랫동안 미국 기업은
미중 관계에 긴장이 돌 때마다 중국의 특사 행세를 했다
그때 중국과 남동중국해에 있는 미국 우방국의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대만은 민주화를 지향하며 처음으로 총통 직접 선거를 했다
중국은 이를 대만의 독립 요구로 받아들이고 미사일 실험과
군사 훈련을 하며 대만을 위협했다
이에 미국은 대만 해협에 항공모함과 함대를 보내며 대만을 지지했다
1990년대엔 이런 지정학적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1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미국이 베오그라드의 중국 대사관을 폭격하는 일도 있었다
2001년 남중국 영공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한 사건도 있었다
이런 지정학적 긴장이 심해지고 중국의 인권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중국의 특혜에 매료된 미국 기업들은 특사 역할을 하며
백악관, 의회, 외교부에 대중 정책을 완화하라고 로비했다
미중 관계를 더 조화롭고 우호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런 움직임은 2001년 9.11 테러로 더 강해졌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상대로 한 테러와의 전쟁에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아태지역이나 아시아에서 일어난 작은 충돌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시아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국에 많이 기댔다
북한의 핵확산 문제와 남중국해, 대만해협의 갈등에 대해 말이다
즉 2000년대 미중 관계는 정치경제적으로 아주 우호적이었다
2000년대는 양국 관계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한다(특히 2010년 이후)
당시 중국은 장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었다
부채 조달을 통한 투자로 제철소 석타발전소, 고속철도를 만들었지만
경제가 둔화하며 중국의 경제적 파이가 확장을 멈춘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파이가 늘어나던 시기에는 중국 기업은 물론
미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이 늘어나는 파이에 맞춰
수입과 이윤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파이가 줄어들면서 제로섬 게임이 시작됐다
중국 기업이 정부에서 정책 지원을 받아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
미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이 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2010년 이후의 경제 침체로 중국 시장은 기업의 각축장이 돼버렸다
8강 누가 패권을 쥘 것인가
- 미중 관계 악화의 원인과 앞으로의 과제
· 2010년 이후의 경제 침체로 중국 시장은 기업의 각축장이 됐다
이에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미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만 중국 정부가 영업 규제를 불공정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말이다
또 지적재산권 침해가 일어난다는 불만도 있었다
2010년 이후 갑자기 폭증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의 조사나 익명의 경기동향조사 미국 내 각종 기업단체가
내놓은 중국 시장 보고서를 보면 이런 불만들이 서서히 발생 중이었고
2010년 이후 급증했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시작하면서
중국과 미국 기업의 공격적 경쟁은 제3국 시장에서도 일어났다
주로 다른 개발도상국이나 일대일로 대상 국가에서 말이다
※ 일대일로 :중국의 21세기 실크로드 전략 구상
중국은 제3국에 과잉 생산물을 일대일로 대상국과 개발도상국에
수출을 한 것이다
중국 기업은 특히 미국 기업과 격렬하게 경쟁했다
그 결과 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고
각종 개발도상국과 일대일로 대상국에서도 밀려났다
이때가 전환점이었다
미국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진 않았지만
미국 기업과 단체들이 주도한 각종 로비 활동이 벌어졌다
이 여파로 2010년 이후 중국 정부를 위해 로비하는
미국 기업의 수가 줄었다
기업의 로비가 사라지자 미국과 중국 사이 지정학적 갈등과
인권 문제에 관한 대응책이 법률과 정책으로 채택됐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중국 정부가 싫어할 만한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2017년 트럼프 정권 초기 몇 달간 미국의 주요 기업 단체들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에서 미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상기시키고 강경책을 요구하기 위해
많은 기업 단체가 트럼프 정부에 로비를 벌였다
트럼프가 중국에 무역 전쟁을 선포하며 관세를 인상했을 때
손해를 본 미국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후 바이든 정부가 중국 관세 정책을 재검토하자
미국 기업을 대변하는 수백 명의 로비스트는 바이든 정부에
관세 정책 유지를 간청했다
1990~2000년대와 비교하면 로비의 경향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과거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단꿈을 꿀 땐 중국 정부의 특사라도
되는 양했지만 2010년 이후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을 상대로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격렬한 제로섬 게임을 벌인 이후 미국 기업의 로비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게 바로 미중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된 근본적 이유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념적 대립은 물론 정치적 대립을 생각하면
신냉전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이념적 대립은
천안문 항쟁부터 시작해 1990~2000년대까지 지속됐다
그리고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미중 관계는 우호적으로 유지됐다
결국 경제가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의 손익 경쟁이 갈등의 핵심 원인이다
이건 냉전이나 이념적 정치적 대립과는 다르다
진짜 냉전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미국의 우방 중에는
민주 국가가 아닌 곳도 많다
독재 국가나 시민 사회와 여성을 탄압하는 곳도 많다
이건 과거에 미국과 소련 중 한쪽을 택하는 것과 다르다
1950~60년대에 미국과 소련 중 하나를 택하는 건 자유시장경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완전한 사회주의계획경제를 택할지의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중국과 미국 모두 자본주의 국가이다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무자비하게 이윤만 찾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지금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고르는 건 실존적 문제가 아니다
자국의 사회경제체제의 근간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많은 사람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대립이 세계대전으로
발전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20세기 초 독일 혹은 지금의 러시아와 비교해 보면
중국은 무자비한 권위주의적 국가이고
공격적인 민족주의 국가지만 그렇게 군국주의적인 정부는 아니다
중국이 마지막으로 치른 전쟁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이었다
그리고 중국이 마지막으로 심각하게 군대를 동원한 건
1989년 천안문에서 자국민을 진압할 때였다
러시아를 예로 들면 최근 몇 년간 계속 타국에 무력으로 개입했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총력전을 한다는 건 논리적이지 않고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날 만한 일도 아니다
물론 중국은 군사 훈련을 통해 대만을 계속 위협할 것이다
총력전은 아니어도 외딴섬에 군사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게 미중 전쟁을 야기한다고 보긴 어렵다
양국 기업의 사업적 충돌로 빚어진 미중 갈등은
덜 위험한 경쟁으로 발전할 것이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미국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
거금을 투자하고 있다,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국제기구에서도 경쟁하고 있다
이런 경쟁 역시 덜 위험하고 오히려 건전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계보건기구에 투자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세계보건기구는 물론 국제기구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정부는 국제기구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이 번쩍 든 미국 정부는 국제기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제기구에 도움이 되는 경쟁이다
국제기구를 더 평등하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양국 기업의 제로섬 게임으로 심화된 미중 갈등과 대립은
하루아침에 완화하거나 잠잠해지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 격렬해질 것이다
성장을 이뤄낸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정면 대결할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미중 간 대립과 경쟁을 덜 위험하고 더 건전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전쟁이 아닌 기술, 교육, 투자 부문에서 경쟁하게 하고
국제기구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경쟁하게 하고
국제기구를 개혁 및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미중 갈등이 계속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 경쟁이 전쟁으로 번진다고 속단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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