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 4 카를로 로벨리 (시간의 과학) 1~4강

by 상팔자 2025. 2. 27.
반응형

EBS 위대한 수업 4 카를로 로벨리 (시간의 과학) 1~4강

위대한 백서른 네 번째 강연 '시간의 과학' (시즌 4 열네 번째)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이론물리학자

엑스마르세유 대학 교수

루프 양자중력 이론의 창시자

저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화이트 홀>

 

 

 

 

 

(2025. 01. 14. 방송)

 

1강  머리는 발보다 빨리 늙는다

 

 

 

 

시간이란 뭘까?

시간은 흐르는 것이다

현재라는 순간이 있고 곧이어 다음 순간이 찾아오는 식으로

순간이 연속된 것이다

모든 순간이 한 줄로 늘어섰다고 상상해 보자

 

&quot;alt&quot;:&quot;모든 순간이 한줄로 늘어섰다고 상상해보자&quot;

 

머나먼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이동한다

온 우주는 지금 현재라는 순간에 존재한다

그리고 두 순간 사이엔 시간 간격이라는 게 있다

강의 시작과 지금 사이에는 우리가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간격이 있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고 시계로 측정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간단하게 과거와 미래를 구별한다

지금까지 시간에 대해 말한 내용은 완전히 틀렸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얼추 맞지만 정확하진 않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시간에 대해

간과한 것들이 있다

시간에 대해 뭘 잘못 알고 있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시계 두 개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평범한 시계가 아니라 훨씬 정밀한 시계라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두 시계를 같은 시간에 맞춘다

정확히 같은 시간으로 맞추면 잠시 후에 봐도

양쪽의 시간이 똑같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 하나를 위로 올려서 잠시 높이 들고 있다가

셋을 세고 내린다

만약 이 시계가 정밀한 시계라면 높이 들고 있었던 시계의 시간이

아래 시계의 시간보다 더 많이 흐른 걸 알 수 있다

즉 시간은 아래쪽보다 위쪽에서 빨리 흐른다

 

우리가 생각할 때, 꽃이 필 때, 스프링이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도 위쪽에서 더 빨리 흐른다

여러분의 머리가 발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머리는 발보다 성장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왜 평소엔 이런 차이가 안 보일까?

차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계산해 보면 여러분의 머리가 발보다 오래 살았다는 걸

알 수 있지만 그 차이는 겨우 몇 마이크로초 정도이다

그러니 쉽게 알아채기 어렵고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이다

정밀한 시계를 쓰면 측정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지구에서는 작지만 우주에선 훨씬 크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아래쪽의 시간이 느린 이유는 지구의 질량 때문이다

중력이 시간을 느려지게 한다

질량이 큰 물체가 여러분 옆에 있으면 시간은 느려진다

많은 물질이 뭉쳐져 질량이 큰 물체 주위에선 시간이 느려진다

실제로 관찰할 수도 있다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블랙홀이 있다

블랙홀은 밀도와 질량이 아주 크기 때문에

그 주변을 관찰해 보면 지구보다 시간이 느리다

블랙홀 근처로 간다고 상상해 보자

만약 당신이 먼 미래로 이동하고 싶다면

사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 옆으로 가면 된다

(한번 들어가면 못 나오니까 들어가지는 말라)

블랙홀 근처에 잠시 머물다 돌아오면 여러분은

먼 미래로 가게 된다

여러분에겐 잠깐이었지만 지구로 돌아와 보면

수백, 수천 년이 흘러 있을 것이다

다른 지구인들이 보기에 여러분은 천 년을 산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에겐 큰 의미가 없다

여러분 자신이 느낀 세월은 평소와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간은 매우 유연하다

놀랍게도 이런 현상을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래쪽보다 위쪽에 시간이 더 많다는 걸 측정할 수 있다

블랙홀 근처의 시간도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백 년 전에 이미 깨달은 과학자가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이론만으로 도출한 과학자다

이미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들만을 통해서다

우린 시간이 그냥 일직선으로 흐르고

두 순간 사이에 일정한 양의 시간이 있다고 여겼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렇게 생긴 천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선 위쪽과 아래쪽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quot;alt&quot;:&quot;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아래쪽과 위쪽&quot;

 

위쪽에 시간이 많고 아래쪽에 적다는 걸 뜻한다

과학자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할 때 이런 천을 떠올린다

이 천이 시공간을 나타내는 하나의 그림인 것이다

수평이 시간이고 수직이 공간이다

시간은 위쪽, 아래쪽, 저 아래쪽에서 제각각 흐르고

이런 시간이 모두 모여서 시공간을 이룬다

 

두 번째 이야기는 더 놀라울 것이다

우리가 '지금'이라고 하는 시간의 개념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금과 현재란 뭘까?

눈에 보이는 현실이 지금이자 현재이다

그런데 우리가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해 보자

우린 같은 순간에 서로를 마주 보며 존재한다

빛은 정말 빠르지만 한없이 빠르진 않다

빛이 이동할 때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물체를 본다는 건 물체에서 나온 빛이

우리 눈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빛이 물체에서 눈까지 오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가까우면 얼마 안 걸리고 멀면 오래 걸리겠지만

빛이 나에게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내게 보이는 사물과 사람의 모습이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우린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과거의 상대방을 보는 것이다

상대방도 과거의 나를 보는 것이니 절대 동시에 바라볼 수 없다

우리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습은 지금이 아니라

살짝 과거의 모습이다

내 눈에 보이는 현실은 현재나 지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란 뭘까?

현재란 동시에 일어난 사건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동시에'는 무슨 뜻일까?

어떤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걸 봤다는 건

빛이 내게 동시에 도착했다는 뜻일 텐데

방금 한 사건은 멀리서 다른 사건은 가까이서 일어났다

그러면 내가 두 사건의 중앙에 있다면 어떨까?

이때는 빛이 내게 똑같이 도착할 테니 동시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움직이고 있다면 어떨까?

밝혀진 바에 따르면 여러분이 어떤 행동을 하든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냐고 묻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다

즉 오른 손가락을 튕기는 사건과 왼 손가락을 튕기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말하는 게 매우 부정확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빛이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아주 드넓은 우주에선 빛이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는지 묻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 지구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안드로메다 같은

머나먼 은하의 시간을 비교해 보자

물론 거기서도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안드로메다에서 예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치자

우리는 그걸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

지금 먼 은하를 관찰하면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 보일 것이다

한편 안드로메다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은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지구에서 빛을 쏘면 안드로메다에 미래에 도착할 테고

안드로메다에 있는 미래의 천문학자가 우리의

지금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안드로메다의 과거 사건과 미래 사건 사이엔

우리의 지금을 기준으로 볼 때 과거도 현재도 아닌 사건이

많이 존재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는 현실에 관한 상식이 깨졌다

우주 전체에 단 하나의 현재가 존재한다거나

시간이란 우주가 하나의 현재에서 다른 현재로

이동하는 흐름이라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시간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현재를 잘 정의하는 한 가지 방법은

범위를 내 주변으로 좁히는 것이다

사건이 내 주변에서 벌어지면 빛이 이동하는

시간이 짧으니까 눈에 보이는 걸 현재라고 봐도 괜찮다

그러니까 현재란 국소적인 개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흐르는 시간을 모든 영역에 적응할 수는 없다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현재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생각하다 보면 무엇이 진짜

존재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현재 있는 걸 가리켜 실재한다고 하지

3세기 전에 존재했던 걸 실재한다고 하지 않는다

과거에 실재했을 뿐 지금은 아니다

우주에 현재가 없다고 한다면 실재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우리가 그 말을 쓰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풍부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의미를 품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처음에 아주 단순한 선 이미지로 시간을 표현했다

하지만 시간은 그런 식으로 흐르지 않는다

우리 머리는 발보다 더 빨리 나이를 먹고

단 하나의 현재가 존재한다는 개념도 정확하지 않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현실을 보는 관점을

뜯어고쳐야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세상이 이렇게 이상하다는 걸 보여주는

강력한 실험적 증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거가 발견되기도 전에 이걸 깨달은 사람이 있다

물리학 법칙끼리 상충하지 않고 시간과 공간 등

다양한 물리적 개념이 조화를 이루는 결론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도출해 냈다

과학이 아름다운 이유는 새로운 걸 가르쳐 주기 때문만이 아니다

옳은 줄 알았던 게 사실은 틀렸다거나 근사에 불과하다는 걸

알려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인류는 다 함께 성장하며 세상에 대해 배워나간다

세상엔 다양한 언어, 개념, 풍습이 존재하고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런 게 바로 세상을 알아가는 묘미다

과학도 이렇게 다 함께 연구하는 것이다

세상을 배우고, 아주 당연해 보이는 사살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다

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흐른다는 관념이

현실과 다르단 걸 알 게 된다

 

 

 

 

(2025. 01. 15. 방송)

 

2강  시간은 미래로 흐르는가

 

 

 

 

시간이 우리의 통념과 다른 방식으로 흐르는 또 다른 이유

아인슈타인의 연구와는 전혀 상관없고

전혀 다른 과학 분야에 얽힌 이야기이다

오늘 강의의 핵심은 과거와 미래의 차이에 있다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고 우리는 점점 늙지

안타깝게도 젊어지진 않는다

깨진 달걀도 다시 붙지 않는다

거와 미래는 분명히 다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 원인 다음에 결과가 오지

그 반대가 아니다

 

운석이 떨어져서 큰 구덩이가 생기는 걸 생각해 보라

구덩이가 운석 낙하 후에 생기지 그전에 생기지 않는다

물결도 연못에 돌을 던져야 생기지 그전에는 물결이 일지 않는다

이렇게 세상은 시간의 방향을 완벽히 따르는 듯하다

시간을 따라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관찰 가능한 대부분의 현상은 시간을 거슬러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역사적으로 과학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여러 이론을 제시해 왔는데

17세기의 뉴턴 이후로 과학자들은 방정식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했다

뉴턴의 방정식도 정말 잘 만든 방정식이다

요즘도 집을 짓고, 비행기를 설계하고, 달에 갈 때 이용하고 있다

< 뉴턴의 제2법칙, F(힘) = m(질량) x a(가속도) >

 

그런데 뉴턴의 방정식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진자 운동이나 돌의 낙하에 대한 해를

뉴턴의 방정식으로 구한다고 해 보자

그렇게 구한 해를 뒤집거나 마치 동영상을 거꾸로 돌리듯

돌려봐도 여전히 뉴턴 방정식의 해가 될 것이다

뉴턴은 이 방정식을 통해 태양 주변을 도는 지구의 운동과

지구 주변을 도는 달의 운동을 설명했다

이런 천체 움직임을 영상으로 찍어서 거꾸로 재생하면

반대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여전히 

뉴턴 방정식의 해가 된다

진자의 운동도 마찬가지다

방정식을 풀면 사인파에 해당하는 해가 나오는데

시간의 방향을 뒤집어도 그 해는 똑같이 진자 운동을 나타낸다

※ 사인파(Sine Wave): 사인 함수의 값을 그래프로 나타낸 곡선

즉 뉴턴의 방정식은 과거와 미래가 다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뉴턴 방정식을 운동의 법칙이라고 가르치는데

아무래도 뭔가 빠진 것처럼 보인다

뉴턴은 17세기 사람이다

세상이 일어나는 일을 해석하는 기초물리학의 토대도

그때 세워졌다

그 후 전기역학이 등장하고 맥스웰과 패러데이가

전기장과 자기장을 연구했다

그 둘이 만든 전기역학 방정식 덕분에 전자기파나

전력을 활용한 다양한 현대 기술이 발전했다

맥스웰의 방정식도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마찬가지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개념을 아름답게 재정립했지만

역시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았다

양자 역학이나 양자 장론도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다

일반상대성이론이나 표준모형 같은 고급물리학도 마찬가지다

 

물리학의 주요 원리가 다 담겨 있는 이런 이론 방정식들에 따르면

한 방향으로 일어난 사건은 역방향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시간의 대칭성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정명으로 부딪치는 주장이다

19세기말 물리학의 한 분야가 발전했다

이 학문에서 시간의 방향성을 포착한 듯 보였다

열과 온도를 통해서 말이다

온도의 변화, 열의 이동, 에너지로 열을 발생시키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 열역학

열역학에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핵심 방정식이 있다

물질이 뜨겁거나 차가운 이유를 열의 이동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열이 발생하는 곳엔 시간의 방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자를 예로 들어 보자

시계에 달린 추를 떠올려 보라

추의 움직임을 진자 운동 방정식으로 풀어보면

추는 영원히 움직여야 한다

시간의 역방향으로 관찰해도 추의 운동은 항상 똑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찰 때문에 추는 얼마간 움직이다 멈추고 만다

마찰이 뭘까?

추는 연결 부품과 마찰하고 공기와도 마찰한다

그러면 진자 운동 에너지의 일부가 열로 바뀌어 빠져나간다

마찰이 열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열이 개입되면 시간에 방향성이 생긴다

마찰로 추가 뜨거워지면 주변의 온도가 높아진다

그러면 추가 점점 느려지다가 결국 멈춘다

이걸 영상으로 찍어서 거꾸로 재생하면 웃길 것이다

멈춰 있던 추가 저절로 움직일 테니 말이다

 

소파를 손으로 문지르면 소파가 따뜻해지지만

그렇게 생기는 열을 이용해서 손을 움직일 수는 없다

시간의 방향성 문제는 19세기말에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열과 온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설명엔 오류가 있다

열과 온도의 이런 특성이 밝혀진 직후에 사람들이 물었다

"열이 뭔가요?", "온도가 뭐죠?"

그리고 곧 이 의문을 해소해 줄 아름다운 해답이 발견된다

아주 놀라우면서도 정확한 답이었다

온도란 분자가 움직이는 속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찬물과 더운물의 성분은 완전히 똑같다

'열'이라는 성분은 없다

더운물이 찬물과 다른 점은 분자가 더 빨리 움직인다는 점밖에 없다

찬물의 분자는 더 느리게 움직인다

열이라는 건 분자의 빠른 운동을 부르는 이름이다

분자의 빠른 움직임을 우리는 열로 느끼는 것이다

 

온도는 뭘까?

열이 많을수록 높아지는 게 온도이다

열과 온도를 정의한 건 과학의 놀라운 업적이다

그렇다면 열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할까?

열이 분자의 운동에 불과하다면 어떻게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걸까?

뉴턴의 운동 방정식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지 않는데 말이다

우리가 열이라고 부르는 운동과 그 밖의

다른 운동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실 운동 자체는 다르지 않다, 양쪽 다 움직일 뿐인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열운동은 개별 분자의 운동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돌의 운동을 관찰할 땐 하나하나 추적할 수도 있고

사람이 개입할 수도 있다

돌을 멈추거나 에너지를 줄 수도, 뺏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잔에 담긴 뜨거운 물은 다르다

우린 많은 분자가 움직이고 있는 건 알지만

그걸 보거나 통제할 수는 없다

물체가 뜨거우면 그 안에 에너지가 있다는 뜻이지만

우리가 그 에너지를 직접 사용할 순 없다

개별 분자 운동을 조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뭔가가 뜨겁다는 말은 우리의 정보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시간의 방향성이 우리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뭘 알고 모르는지 자연은 어떻게 알까?

열역학 법칙 중에서 시간의 방향성을 다루는 건

열역학 제2법칙이다

※ 열역학 제2법칙

: 외부와 단절된 세계에서 엔트로피(무질서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한다는 법칙

※ 엔트로피(Entropy): 물리계의 무질서도, 즉 정보의 부족을 나타내는 양

이 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라는 물리량은

시간에 따라 증가만 하지 감소하지 않는다

이 법칙은 클라우지우스가 19세기에 발견했다

이후 볼츠만이 분자의 운동이라는 걸 발견했다

19세기에 정립됐으니 상당히 오래된 물리학인데

지금 우리가 보기에도 아리송한 데가 있다

시간의 방향성이 생기는 원인이 뭔지 명확히

말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리학자, 철학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오늘날까지도 이 문제를 논의 중이다

과학은 놀랍지만 모든 답을 알려주지 않으며

때론 커다란 의문을 남긴다

어떤 사람들은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거에 우주의 배열이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했기 때문에

시간의 방향성이 보이는 거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순 있지만

어쩐지 다른 과학자들은 썩 만족하지 못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라고 얼버무리는 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주 고려하지 않는 또 다른 가설이 있는데

시간의 방향성을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는 가설이다

이 가설이 옳다고 믿지만 확실하진 않다

하늘을 올려다본다고 상상해 보자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진다

달도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여름밤, 산이나 잔디에 누워서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별도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매일 우주 전체가 우리 주변을 도는 셈이다

자연이 빚어내는 멋진 장관 중의 하나다

"왜 우주는 매일 우리 주변을 크게 도는 걸까?"

그 답을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찾았다

그보다 수백 년 전에도 비슷한 답을 제시한 사람이

세계 곳곳에 있었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아름다운 설명 덕에

모두가 확신을 갖게 됐다

우리 눈엔 하늘이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해와 달과 별도 돌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했다

우리가 움직이는 거라고 했다

 

우리가 사는 행성인 지구는 회전을 한다

이처럼 회전하는 지구에서 바깥을 보면

우주가 도는 것처럼 보인다

회전목마를 타면 세상이 빙빙 도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세상이 아니라 말에 탄 사람이 도는 것이다

시간의 방향성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우주 전체의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그저 여러 과정을 거치며 존재할 뿐인데

우리의 관점으로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인식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몇몇 과학자나 철학자는 물리학의 기본 법칙으로는

시간의 방향성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열역학 법칙도 마찬가지다

초기 우주의 상태에서도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관점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보는지에 달린 것이다

앞서 우리가 열을 생각할 때 세부 사항을 무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세부 사항을 생략한 채

우주를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세부 사항을 지우고

보는지에 따라 우리의 관점이 잡힌다

관점이란 특정 부분을 보지 않을 때 생긴다

인간이라는 거시적 존재는 지구의 일원으로서

우주와 상화 작용을 한다

물 잔에 담긴 분자들처럼 우린 세상을 자세히 보지 않고

일부분만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간의 관점에 따라 시간이 흐른다고 믿는다

즉 우주 어디서든 시간이 흐르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건

우리의 관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25. 01. 16. 방송)

 

3강  왜 시간이 흐른다고 느껴질까

 

 

 

 

실제로 시간의 많은 부분이 우리 관점에 달렸다

우리가 시간의 성질을 종종 오해하는 것도

이 내용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왜 흐르는가

물리학 방정식 중 뉴턴의 운동 방정식을 생각해 보라

시계나 진자 같은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방정식이다

(F=ma, 뉴턴의 제2법칙)

이런 방정식은 시계와 진자가 갖는 변숫값들

사이의 관계를 알려준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왜 흐르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흐르는 걸 아주 선명하고

생생하게 경험한다

우리는 현존하고 과거를 헤쳐 나왔으며 미래로 나아갈 거란 걸 느낀다

여기엔 시간의 흐름이 있다

 

시간의 흐름이란 뭘까? 그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과 시계 같은 장치의

시간을 비교해 보자

괘종시계가 똑딱거리며 가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시계의 움직임은 시간의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이것과 어떻게 다를까?

우리는 멜로디를 통합된 형태로 감상한다

멜로디는 여러 음이 연속돼 만들어지지만 우리가 감상할 때

한순간에 하나의 음만 듣는다 

하나의 음도 그다음 음도 멜로디가 아니다

음을 하나씩 끊어서 들으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없다

 

우리는 멜로디를 어떻게 인식하는 걸까?

하나의 음을 들을 때 그 이전의 음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음들이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이다

첫 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음을 들은 뒤

여섯 번째 음을 들어도 이전 다섯 개의 음이

아직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이다

멜로디란 이전에 들은 음에 대한 기억이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없다

시계에는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부품이 없다

반면 우리의 뇌는 전에 일어난 일을 기억한다

각종 뉴런의 말단 부위인 시냅스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면서 말이다

여러분이 어떤 곡의 멜로디를 듣는 상황이다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는 교향곡 같은 음악을 들으면

여러분은 다음에 나올 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했던 음이 나오면 만족감을 느끼지만 때론 놀라기도 한다

음악이 놀랍고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우린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예상한다

여러분의 인생을 돌아보며 시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우리에게 시간은 현재가 아니다

과거를 떠올리며 미래를 예상하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말할 때도 방금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면 대화를 진행할 수 없다

방금 한 말을 기억하는 게 대화의 기본이다

그리고 우리는 뭘 하든지 늘 다음 순간을 예상한다

다음에 나올 단어나 문장을 예상하고 다음에 갈 장소를 예상한다

인간에게 시간이란 기억과 예상이다

우린 이걸 시간이라 부른다

특정 순간에 우리의 뇌를 관찰하면 과거의 흔적과

미래에 대한 예상이 보일 것이다

이걸 시계의 시간과 비교해 표현하면

마치 창문을 여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우린 현재에만 있는 게 아니라 과거와 미래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간에 있는 작은 창문이 열려서

방금 전의 과거와 살짝 뒤의 미래가 엿보이는 것이다

그 범위는 우리 주변이고 주변에서 일어난 일은

볼 수 있어도 먼 은하에서 벌어지는 일은 못 본다

이렇게 우리는 현실을 한순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여기만 떠올리는 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조금씩 함께 생각한다

 

우리가 뭘 할지 선택할 때 뇌 속에선 일련의 과정이 진행된다

인간보단 아주 단순하지만 박테리아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당분을 찾을 때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생각한다

인간은 고민을 거쳐 늘 선택해야 한다

결정할 수 없는 문제도 있겠지만 미래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행동에 따라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계산한다

여러 가능성을 따져볼 수 있으니 우린 미래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끊임없이 과거를 떠올리며

가능한 미래를 그린다

그래서 과거는 고정돼 있고 미래는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시계는 똑딱거리는 부품으로 움직인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도 하나뿐이다

기억이나 예상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에서 와서 미래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우리 뇌의 작동 방식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성질은 보편적인 개념은 아니다

우주 전체의 시간이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저 인간이 세상의 시간 구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일 뿐이다

여러분이 지구 어딘가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본다면

정말 아름답다고 감탄할 수는 있지만

그건 여러분 입장에서만 아름다운 것이다

다른 종의 동물이 보기에는 추한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고정된 과거에서 열린 미래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느낌도 인간을 제외하곤 의미가 없다

그저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방식일 뿐이다

 

자연에서 인간만이 특별한 존재라거나

기타 종과 다른 생물학적 특징을 갖췄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에게 유별난 비물리적 특징이 있는 건 아니다

인간은 물리적 존재이고 모든 인간은 물리학의 영향을 받는다

우린 뉴턴의 법칙에서 벗어난 행동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독특한 물리적 구조 때문에 인간만 할 수 있는

행동이 있긴 하다

우리에겐 뇌와 뉴런이 있는데 이것들이

인간이 현실을 특유의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시간이 고정된 과거에서 열린 미래로 흐른다고 쉽게 착각한다

어떻게 보면 시간의 흐름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존재로서

시간을 느끼는 방식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하며 미래가 열려 있다고 여기니까

객관적 현실을 그런 특유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의 근원은 감정을 통해서다

기초생물학에서 배운 다윈의 이론을 생각해 보라

"환경에 적응한 종이 생존과 번식에 이득을 본다"

생명 현상은 애초에 미래로 향하는 인과 관계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뛰어난 생존 능력으로 살아남은 유기체의

자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존 능력을 잘 발휘하도록 진화했다는 게 

생물학의 설명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뭐가 좋고 나쁜지를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좋고 싫음을 분별하는 능력을 본능적으로 갖추고 있다

물론 사회 구조나 문화의 영향으로 그것이 더 두드러지긴 한다

 

또 우리에겐 욕망이 있다

갈증이 날 때 물을 간절히 찾는 것도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은 매우 강렬하다

그래서 뭔가를 고민할 때 우리는 이성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도 생각한다

사실 우리가 이성이라고 부르는 건 다른 동물도

갖춘 사고방식이 발전한 형태이다

감정에 이끌리고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하면서

생존이라는 생물학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정에서 추진력을 얻어 행동하는 건 좋은 것이다

잘못된 길로 빠지면 이성적 사고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데 감정과 시간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정은 우리가 미래에 뭘 할지 고민하고 선택하게 한다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은 우리가 뭔가를 원하거나

두려워하는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이걸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세상에 존재한다

지각의 핵심에 시간의 흐름이 있는 것이다

다만 물리계 전체가 그렇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굴러다니는 돌이나 회전하는 행성엔 감정이 없다

우주를 도는 행성에 공포, 갈망, 욕망은 없다

그냥 이동할 뿐이다

그런 사물도 시간의 영향을 받지만 인간처럼 느끼진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은 인간만의 특징이니

자연에 투영한다면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즉 인간이 경험하는 시간을 자연에 그대로 대입해선 안 된다

자연계의 시간은 훨씬 단순하다

인간은 뇌를 비롯한 생물학적 구조 때문에

시간을 더 풍부하게 느낄 뿐이다

 

과학은 수많은 지식의 집합체이며 

사실, 그 이상이다

다양한 기술에 과학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과학은 배우는 과정이다

그리고 배움은 열린 질문에서 비롯한다

과학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2025. 01. 17. 방송)

 

4강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시간 경험은 물리적 실체에 크게 좌우한다기보다는

인간의 감정, 기억, 미래에 대한 예상과 연관돼 있다

 

양자중력(Quantum Gravity)

중력과 양자역학을 통합해 블랙홀에 적용하려는

이론물리학의 한 분야지만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시간에 대한 특성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아인슈타인 이론의 설명이다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흐르는 시간의 유연한 성질)

시계로 측정할 수 있는 시간의 성질

이보다 더 잘 설명한 사례는 아직 없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전히

공개한 시기는 1915년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이 논문을 쓰고

1916년에 또 다른 논문을 발표한다

 

'복사에 관한 양자이론'

나의 이론만으로는 세상을 다 설명할 수 없으며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세상에는 양자역학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현상도 있기 때문이다

약 100년 전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을 아름답고 정확하게

설명했지만 그렇게 현실을 잘 설명하는 이론도 양자현상을

설명하진 못했다

양자효과는 세상 모든 곳에서 관찰된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시공간 이론도 양자효과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후로 과학자들은 시공간을 양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다

 

현재 시공간에 관한 양자이론 토대와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마련됐지만 이 이론이

맞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나 증거는 아직 없다

양자 시간이나 양자 공간에 대한 가설은 여럿 있지만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아서 지금의 과학자들이 신뢰하는

뉴턴역학, 전자기학, 양자역학 같은 이론의 수준으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양자 시간과 양자 공간에 관한 수많은 가설에 따르면

시간에 대한 관념이 다시 한번 바뀔 수 있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아인슈타인 덕에 처음 바뀌었고

정밀한 시계 덕분에 아래서 보다 위에서의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제 이 관념을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양자역학에서의 시간 가설

 

1. 시간은 연속되지 않고 조각나 있다

양자 세계를 다루는 이론인 양자역학에 따르면

모든 물리량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입자성을 띤다

조각조각 나뉘어 있다

멀리서 볼 때 빛은 파동 같다

연속된 에너지가 흘러들어오는 듯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빛은 수많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빛의 알갱이인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밖의 수많은 것들이 입자성을 띤다

자연을 양자의 관점에서 볼 때 시간에 관해

알 수 있는 첫 번째 사실은 시계, 국소성, 그 밖의 

어떤 수단으로 시간을 정의하고 생각하든 간에 

시간은 조각나있다는 것이다

 

손가락을 튕기는 사이 1초가 흘렀다고 치자

반으로 나누면 0.5초, 그걸 또 나누면 0.25초가 된다

1초를 점점 잘게 쪼갤 수 있지만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한도가 있다

더는 쪼갤 수 없는 최소의 시간이 있다

이걸 계산하면 엄청 작은 수가 나온다

10의 마이너스 44승 초이다

1초를 1뒤에 0이 43개 붙는 숫자로 나눈 것과

같은 숫자이다

엄청나게 큰 수로 나누니 아주 미세한 초가 되겠지만

실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작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어떤 과정을 볼 때 이것을 연속적으로 보지 말고

작은 점프가 계속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 점프 하나가 시간의 기본 단위인 셈이다

이것을 플랑크 시간이라고 부르는데 플랑크라는

과학자가 처음 제시했다

이렇듯 시간은 점프하면서 끊어진 단위로 움직이는 과정이다

 

2. 시간은 중첩되어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사물이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띠는 경우가 있다

입자는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물체로 특정한 위치에 존재한다

그런데 어쩔 땐 한 입자가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는

상태의 합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걸 양자중첩이라고 한다

여기 있는 것도 아니고 저기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미래에 어디에 위치할지 계산해 보면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다는 답이 나온다

참 희한한 현상이지만 양자물리학자들에겐 익숙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을 측정할 때

서로 다른 시계를 썼을 때 시간이 달리 측정되는 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똑같은 시계를 써도 시간이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

마치 하나의 시계가 양자적으로 중첩돼 여러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다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은 유일하지 않다

시간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

시간마저 양자적으로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3.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1960년대 말 훌륭한 물리학자 두 명이 있었다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와 브라이스 디윗이다

이 둘은 아인슈타인의 바람을 이뤄 줄 방정식을 하나 쓴다

시공간을 양자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방정식이었다

휠러-디윗 방정식

그런데 이 방정식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변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시간 변수 없이도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예를 들어 진자의 움직임을 시간에 따라 설명한다고 해보자

진자 옆에 시계를 놓고 진자 위치의 변화를 

시곗바늘의 움직임과 함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진자의 각도와 시곗바늘의 각도를 두 개의 변수로 설정하고

두 변수의 관계를 값으로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걸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시간이 이상하게도 측정자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고

연속적이지도 않다면 시간이라는 특별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관념을 포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냥 수많은 변수로 세상을 설명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시곗바늘의 각도 같은 걸 변수로 잡고 다른 변수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휠러-디윗 방정식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양자중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현실을 잠정적으로

표현할 때 시간의 존재를 잊는다

그리고 여러 변수의 관계로 세상을 설명한다

세상에선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런 일들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수 자리에 어떤 값을 넣으면 어떠한 결과가 나온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만든 물리학 방정식들과 똑같이

시간이라는 특별한 변수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양자중력이론의 밑바탕이 되는 현재까지의 가장 일반적

이론에 따르면 시간의 존재를 잊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세상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시간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우리 머릿속 시간 개념은 현실을 표현할 땐 정말 유용하다

개념에 불과하니까 성질 몇 개를 빼놓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시간을 다르게 느껴도 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시간에서 방향성을 빼도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은 그저 단어에 불과하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건 다층적 개념이다

각각의 성질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저마다 현실을 그럴듯하게 반영한다

이중 시간을 정의하는 유일한 성질은 없다

시간은 이 모든 게 뒤섞인 복잡한 개념이다

우린 시간의 흐름을 생생히 느끼며 감정으로도 느낀다

시간이 물처럼 흐르는 느낌을 체감하기도 한다

늘 고민하고, 선택하고, 시간을 생각하고, 과거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열역학 교재에 나오는 시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열은 특정한 방향을 선호한다

우리 우주는 시간의 방향이 구분되는 특수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한 단계 더 내려와 역학을 살펴보자

뉴턴의 방정식이 설명한 세상의 물리학 교재에는

열역학이 없었다

뉴턴의 이론에는 시간의 방향성이 없으니

미래와 과거가 똑같은데 물리학 교재에선

그것도 '시간'이라고 부른다

방향성만 없을 뿐이다

 

한 단계 더 내려오면 아인슈타인의 시간이 있는데

여기선 시간의 유일성이 사라지고 모든 시계가

각자의 시간에 따라 돌아간다

 

한 단계 더 내려오면 아직 가설에 불과한

확증되지 않은 영역이 나온다

양자중력이론이다

그중에도 루프 양자중력은 아주 정밀한 방정식을

사용해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뉴턴 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을 정교하게 다듬은

이론인데 이에 따르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가장 일반적인 우주 이론에선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굳이 시간이 무엇인지 말한다면 시간은 여러 성질을 갖고 있으며

우리에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해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혼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길 드리고 싶다

먼 미래를 상상해 보라

누군가 예측했듯이 우주가 차갑게 식어서

작은 요동 외에는 아무 일도 없는 완벽한

평형 상태에 도달했다고 하자

그곳엔 과거와 미래가 구분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분은 과거와 미래가 구분되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할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과 똑같은 상태로 존재한다면 그럴 수 있지만

여러분은 평형 상태가 아니다

무엇을 생각하든 늘 시간을 염두에 둔다

우리가 시간을 과거와 미래로 구분하는 이유는

생각이 시간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형 상태의 우주에 산다면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우리 자신도 평형 상태가 될 것이다

다른 모든 사물처럼 생각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기억, 생각, 예상을 하지 못하니 우리도

시간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과학의 모든 문제 중 시간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다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아주 다르다는 걸 기억하라

 

 

 

 

 

 

 

 

 

 

 

 

 

 

https://home.ebs.co.kr/greatminds/index

 

 

EBS 1TV 월~금 23:40 ~ 24:00 (본방) / EBS 1TV 금 13:30 ~ 14:10 (본방) / EBS 1TV 토 24:25 ~ 25:55 (종합)

EBS 2TV 금 24:00 ~ 25:30 (종합)  /  EBS KIDS 월~금 24:00 ~ 24:30 (재방)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