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위대한 수업 4 마이클 루스(진화론과 종교) 1~5강
위대한 백스물 세 번째 강연 '진화론과 종교' (시즌 4 세 번째)
마이클 루스(Michael Ruse) 생물철학자
<저서>
다윈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
디윈과 설계(2003)
종교로서의 다윈주의(2016)
(2024. 10. 14. 방송)
1강 성경을 읽는 두 가지 방법
▣ 과학(생물학)과 종교(기독교)의 갈등
존 윌리엄 드레이퍼는 <종교와 과학의 갈등의 역사>라는 책을 썼다
19세기 말에 발표됐고 많은 사람이 읽었다
★ 어떤 지점에서 갈등이 발생했는가?
- 코페르니쿠스의 혁명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이끈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는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 이탈리아의 종교 지도자들과
분란에 휩싸였다
종교인들은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닌 태양이라는 걸
가장 문제 삼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가톨릭과 기독교에선
인간의 활동무대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그게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
태양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다
갈릴레오는 혹독한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
200년에 걸쳐 사람들은 그가 옳았다는 걸 깨달았다
- 찰스 다윈
찰스 다윈은 1809년에 태어났다
다윈은 아주 짧게 여행한 것을 빼면 평생을
영국에서 살았는데 그 여행이 다윈의 인생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1831년 영국 해군 탐사선 비글호 탑승)
다윈은 아주 부유한 가문 출신이다
(지금의 아마존 같은 대기업을 소유한 가족이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그런 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다윈은 뛰어난 혁명가였는데 과거를 탈피하기보단
과거 위에 새로운 걸 쌓았다
- 기독교
기독교에서는 성경으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기독교의 모든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한다
하나님은 전능하고 늘 선한 조물주이다
기독교를 논할 때 핵심적인 존재가 바로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세상을 만들 때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자기 자손(인간)을 만들고 싶었다
인간은 특별하게도 다른 동물과 다르게 하나님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어졌다
즉 인간은 하나님과 똑같은 사고 체계를 갖춘 존재다
전지전능하진 않아도 그의 자손이며 성장하는 존재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천지 창조 엿새 날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에덴동산이라는 낙원에서 살게 됐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지만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죄를 물려받아
더럽혀진 존재라는 것이 기독교의 핵심이다
기독교는 인간의 죄를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하나님의 희생을 통해 속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아들로 알려진 예수는 2천 년 전 팔레스타인에 살았다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니 내 말을 따르라"
당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로마인들은 말했다
"계속 그런 말을 떠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예수는 멈추지 않았고 성금요일에 언덕 위로 끌려가
십자가에 양손이 못이 박혔다
십자가에 못 박힌 건 당시 자주 쓰이던 처형법으로
예수가 처음이 아니다
아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매달리는 것보다
숨을 못 쉬는 게 고통스럽다
그런데도 해가 질 때까지 살아 있다면
검에 찔려 죽게 되고 예수도 그렇게 죽었다
하지만 예수는 곧 하나님이니 죽음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일요일이 되자 예수는 부활했고 만백성에게 귀감이 됐다
그렇다고 인간이 죄짓기를 멈춘 건 아니다
예수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졌다는 뜻이다
이걸 '대속'이라고 한다
"너희는 죄인이다. 내가 그 죄를 대신 짊어지겠노라"
인류는 그렇게 구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성경의 해석
그런데,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문제가 생긴다
천지 창조는 엿새 동안 이루어지는데
첫째 날에 빛과 어둠을 창조한다
하지만 태양은 넷째 날이 돼서야 만든다
어떻게 태양이 생기기 사흘 전에 빛과 어둠이 존재하나?
고대 유대인들은 우리처럼 교육받지 못했다
읽고 쓸 줄 몰랐다
(아브라함도 그 중요한 읽고 쓰기를 못 했다)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태양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처럼 교육받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성경을 은유와 우화로 설명했다는
주장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기독교는 초창기부터 둘로 나뉘었다
♣ 노아의 홍수
천지 창조 이후에 노아의 홍수가 일어난다
하나님은 지상을 내려다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인간들이 많은 죄를 짓고 있구나
이걸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하나님은 인류를 싹 쓸어 버리기로 한다
죄 많은 인간을 없애고 세상을 다시 시작하려고 한 것이다
하나님은 노아와 가족이 '방주'라는 큰 배를 짓게 한다
노아는 수많은 동물을 태운 방주에 올랐고
그 외 모든 생명은 물에 빠져 죽게 됐다
홍수가 끝난 후 방주는 상륙했고 노아와 가족은
무사히 내렸다
노아는 긴장이 풀렸는지 천막으로 돌아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해 버렸다
그런데 노아의 아들 중 한 명이 알몸으로 누워 자는
노아를 목격했고 아버지를 비웃으며 모두에게 소문냈다
이에 하나님은 화가 많이 났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지질학이나 홍수가 아니다
단순한 해결책을 경계하라는 교훈이다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법을 고민하다가
다 엎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이야기는 그런 건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풀어나가야지
다 엎어 버린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노아의 홍수를 해석하는 방식도 둘로 갈린다
문자주의자들은 홍수가 진짜 일어났다고 믿으며
지질학적 증거, 배의 크기, 부력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노아의 홍수가 은유나 우화라는 사람들도 있다
이 이야기엔 아주 중요한 진리가 담겨 있긴 하지만
우화에 불과하니 지질학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고 한다
죄를 짓지 말라는 교훈에 대한 거라고 말이다
과학과 종교의 갈등엔 이런 배경이 존재하고
오늘날까지 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 신무신론자
이 집단은 신을 강하게 불신하는 미국인과
영국인으로 이루어졌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을 강하게 주장한다
신무신론을 대표하는 인물은 옥스퍼드대 교수 리처드 도킨스이다
도킨스는 책 <이기적 유전자>를 써서 유명해졌고
최근 <만들어진 신>이라는 베스트셀러도 발표했다
사실 오늘날 그 갈등은 더 심해졌다
오늘날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얘기다
지금까지도 기독교인과 무신론자들이 갈등 중이다
특히 양측은 미국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종교와 과학의 갈등은 지식인들의 토론 주제가 아니다
사회적인 이슈다
(2024. 10. 15. 방송)
2강 진화론은 어떻게 완성됐나?
▣ 찰스 다윈의 진화론
이래즈머스 다윈은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이다
(영국의 의사, 자연철학자, 1731~1802)
그는 의사이자 시인이었으며 시간을 내 과학 연구도 했다
누구보다 먼저 진화를 믿은 사람이다
★ 그(이래즈머스 다윈)가 왜 진화에 관심을 가졌을까?
그는 딱히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아니었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무신론자는 아니었지만
기독교를 강하게 믿은 것 같지도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18세기 말 사람답지 않게
진보라는 개념을 아주 굳건히 믿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상황이 좋아진다는 개념이다
이래즈머스는 사회가 진보할 수 있다면
생물도 진보할 거라 믿었다
단순한 덩어리들이 세월이 흘러 발전을 거듭했을 거라고 봤다
6천 년 이상 발전을 거듭해 어느 순간이 되자
짜잔 하고 인간이 됐다는 것이다
즉, 이래즈머스는 진화론자였다
요즘 사람들은 진화라고 하면 화석부터 떠올린다
화석이 진화의 증거라 믿는다
하지만 이래즈머스 다윈은 화석이 뭔지 몰랐을 것이다
화석을 보여주거나 그걸로 몸을 쿡 찔러도 못 알아보고
화석에 관심도 안 보였을 것이다
그가 관심을 보인 건 진보라는 개념이었다
생물학적 진화가 문화의 진보를 뒷받침한다고 생각했다
많지는 않아도 그를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프랑스 생물학자 장바스타스 라마르크도 그중 하나다
라마르크는 이래즈머스보다 유명한데
사실 이래즈머스의 영향을 받은 학자였다
이후 19세기가 되고 찰스 다윈이 태어날 무렵에는
이미 진화론자들이 꽤 있었다
★ 다윈은 뭘 했길래 이렇게 유명한 진화론자가 됐을까?
영국에서 아주 유명한 도자기 브랜드인 웨지우드는
도자기를 굽는 직원이 15,000명에 달했다
이래즈머스 다윈은 조사이어 웨지우드와 친했다
이래즈머스의 장남 로버트 다윈이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딸과 결혼했다
다윈가의 부는 찰스 다윈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의사였던 아버지는 찰스에게 의사가 되길 권했고
당대 유럽에서 가장 좋은 의대였던 에든버러로 떠났다
찰스 다윈은 거기에 입학했는데 그곳을 정말 싫어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2년 후에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보내준다
차라리 목사나 사제 교육을 받아서 영국 교회의
성직자가 되길 권했다
성직자만 돼도 하류층이 아닌 상류층으로 인정받았다
케임브리지로 향한 찰스는 표본을 수집하는 등
생물학에 강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3년간 공부하며 과학자들과 어울렸다
목사가 될 일만 남았었는데 존 헨슬로라는 과학자가
HMS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둘러볼 사람을 뽑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배를 타고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지도를 보면 주로 남미를 탐험할 계획이었다
폴리머스를 출발해 대서양을 가로질러 브라질에 갔다가
남미대륙을 빙 돌아서 갈라파고스 제도로 갈 예정이었다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탐사는 지금의 에콰도르에 속한
갈라파고스 제도에 갔을 때 이뤄졌다
찰스다윈은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주목할 생물이
펀치나 흉내지빠귀 같은 작은 새들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전해 듣는다
'어떻게 섬마다 다른 종의 새가 살게 된 걸까?'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와서 새를 관찰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 새들은 다른 종입니다
이 현상을 설명할 유일한 방법은 진화뿐이죠'
♣ 흥미롭고 중요한 두 가지 사실
♧. 다윈은 화석 때문이 아니라 생물의 지리적 분포를
보고 진화론자가 됐다
♧♧. 생명의 나무 꼭대기에 인간을 그리지 않았다
→ 진화를 보는 관점이 할아버지와 달랐다
이래즈머스는 단세포 생물이 인간으로 발전하는 게
진화라고 믿었지만 찰스는 모든 생물종이 진화한다고 했다
자신은 영국인이고 인간은 중요한 존재라 믿었지만
나무 꼭대기에 인간이 있다는 건 증명하기 힘들다고 봤다
다윈은 진화의 메커니즘과 진화의 원인을 밝혀내야 했다
18개월 동안 아주 열심히 연구했다
다윈은 한 가지는 확신했다
유기체는 대충 만들어진 게 아니라
부위마다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 눈, 코, 입은 왜 존재할까?
우리를 돕도록 설계된 것이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말이다
다윈은 유기체가 마치 설계된 것처럼
잘 짜여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물론 종교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신께서 인간을 설계했으니 당연한 겁니다'
설계는 지금 우리에게 '적응'이라고 알려진 것이다
※ 적응(Adaptation): 생물이 서식 환경에서
유리하게 변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기본 개념
다윈은 본격적으로 설명 작업에 착수한다
15개월간 연구한 끝에 결론에 도달한다
18세기 말 영국에선 산업화가 시작됐다
사람들이 도시에 살기 시작해 도시인들을
먹일 식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골에 사는 농부들이 더 많은 걸 키워야 해서
농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했다
농부들은 가축을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제일 뚱뚱한 돼지를 골라 교배해야 더 뚱뚱해지는 걸 알게 된다
찰스는 이런 현상이 자연계에서도 일어난다고 했다
농부가 선택 교배로 더 뚱뚱한 돼지와 털이 풍성한
양을 만들고 육질이 좋은 소를 만들듯
자연에서도 선택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1838년 '자연 선택설'이란 학설을 정립한다
다윈은 이 이론을 정립하고 아주 기뻐했지만
사람들은 다음 세대로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유전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인데 당시엔 없었다
다윈은 19세기 말까지 평생 이 문제로 고민했다
♣ 그레고어 멘델
(1822~1884,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식물학자)
수도원에 살고 있던 한 무명의 수도승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원에서 완두를 교배하다가
정보가 어떻게 희석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지 발견했다
그 사람이 바로 그레고어 멘델이다
흥미로운 건 멘델의 모국어가 독일어였다는 것이다
<종의 기원>은 1859년 출간된 후 1861년 무렵 독일어로 번역됐다
멘델도 이 책을 읽고 진화라는 개념에 크게 감명받았다
멘델은 다윈의 업적에 놀라움을 느꼈지만 진화론에는
뭔가 빠진게 있다고 말했다
멘델이 죽고 그의 논문을 읽어본 사람들은
진화론의 부족한 부분을 멘델이 메꿨다고 말했다
20세기 초 멘델의 연구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의 이론을 종합해서 다윈의 자연 선택 진화론과 합쳤다
그 이론은 계속해서 발전했고 지리적 분포에 관한 연구는
유독 빠르게 연구가 진행된 분야 중 하나였다
학자들이 여러 섬을 둘러보니 섬에 사는 곤충 대부분이
날개가 잘 발달하지 않았거나 아예 없었다
☞ 곤충은 날개가 필요한데 대체 왜 그런 걸까?
섬에는 늘 바람이 불어 곤충이 잘 날아다니다가도
강풍에 휩쓸리면 바다로 떨어져 버린다
즉, 이건 생존을 위한 자연 선택의 결과였던 것이다
▶ ▶ 이게 바로 다윈의 진화론의 핵심이다
진화엔 절대적인 좋고 나쁨이 없다
특정 환경에선 특정 생물이 다른 환경에선
다른 생물이 잘 살아남는다
절대적인 건 없다, 다 상대적인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과 멘델의 유전 이론을 통합해
오늘날의 진화론이 정립된 것이다
(2024. 10. 16. 방송)
3강 다윈주의자는 기독교인이 될 수 있나?
▣ 인간에 적용한 다윈의 이론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인간에 대해 잘 다루지 않았다
그러면 '원숭이 이론'이라고 놀림당할 걸 알아서였다
다윈은 진화론이 인간에도 적용된다고 확신했지만
먼저 진화론의 기본 틀을 구축해 놓으려고 했다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라는 사람도 자연 선택을 발견했는데
그는 심령술에 빠져들고 있었다
다윈은 앨프리드가 진화론에 먹칠을 할까 봐
인간의 진화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했다
♣ 인간의 유래(1871)
인간은 동물계의 일원일 뿐이며 원숭이와
유인원의 후손이다
하지만 인간이 현존하는 원숭이나 유인원의
후손은 아니다
다윈이 1871년 <인간의 유래>를 발표하자
사람들은 혈통에 관해 고민하게 됐다
공룡은 새의 조상이다
시조새는 사실 새였다
깃털 달린 도마뱀이라고 보면 된다
연표 제일 위엔 인간이 있다
약 7백만 년 전에 인간은 모두 정글에 살았다
그러다 정글이 말라가고 평평한 들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유인원이 살 정글이 점점 줄어들었다
당시는 인간이 아니라 '호미닌'이라 불리는 시기다
호미닌은 대초원으로 밀려나게 됐고 이때 중요한 사건이 생겼다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걷게 된 것이다(이족 보행)
☞ 왜 그렇게 된 것일까?
I. 두 다리로 서면 더 멀리 볼 수 있고 야생 동물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된다
물론 두 발로 걸으면 속도가 빠르진 않다
II. 개처럼 빠르진 않지만 계속 걸어도 쉽게 안 지친다
동물을 뒤쫓을 때 도움이 된다
III. 햇빛에 덜 노출돼 몸이 과열되지 않는다
이족 보행의 여러 장점 중 이게 정말 중요하다
인간의 피부색이 다양해진 건 2만 년 전부터이다
그리고 지능도 발달했는데 인간의 지능과 관련해
특정 집단이 더 똑똑하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
지능 발달은 모든 집단에 고르게 나타났다
인간들 여럿이 모여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성 발달했다
다른 동물들은 대부분 만나자마자 싸우기부터 한다
인간이 사회적인 건 좋은 현상이다
진화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5만 년에 걸쳐 이족 보행을 하도록 진화했고
약 50명 정도 무리를 이뤄 수렵과 채집을 했다
사회성이 발달해 일도 함께 했다
공간이 워낙 넓으니 웬만하면 싸우지도 않았다
누가 가까이 오면 다른 데로 갔다
부족민이 50명뿐이라 여성도 평등하게 대우받았다
여성은 남성처럼 사냥은 못 해도 바구니, 덫 같은 걸 잘 만들었다
남성과 다른 방식으로 지능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약 1만 년 전에 농업이 발명된다
☞ 농업으로 무엇이 달라졌을까?
농업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힘들어졌다
고정 자산도 생겼다
이 무렵이 돼서야 갈등과 전쟁이 생긴 것이다
인간이 단순히 털 없는 유인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 인간 사회의 많은 부분이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문화적 진화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여성이 열등하게 여겨졌을지 몰라도
요즘엔 세탁기와 피임약이 생긴 덕에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선 월등하다는 걸 알게 됐다
※ 1940년 당시 여성의 삶
월요일만 되면 종일 빨래를 했다
화요일엔 빨래를 널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진 빠랠르 다린다
그러다 1950년이 되자 부모님이 세탁기를 구입한다
놀랍게도단 하룻밤 사이에 어머니의 삶이 180도 달라졌다
건조기가 없어서 직접 널기는 했지만 곧 건조기도 등장했다
다릴 필요가 없는 옷도 등장했다
대학에도 여학생이 많아졌고 여성에게 힘이 생겼다
→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문화적 진화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문화적 진화는
더 보편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 언어는 사회성의 중요한 축이다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뇌가 지금 우리의
뇌보다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같은 소통 기술이 없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크게만 만들려고 했는데
1980년대가 되자 크기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그보다는 통신 기술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인터넷, 이메일 같은 기술이다
요즘은 컴퓨터를 만들 때 단순한 연산 능력보다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의 진화 과정과 아주 비슷하다
다윈의 진화론을 공부할수록 오늘날
인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 인간은 도덕적 존재이다
세상엔 꼭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선 안 될
일이 있다고 믿는다
3~4살쯤 된 다른 집 아이가 복잡한 도로를 걷고 있다면
나가서 애를 들쳐 업고 안전한 길로 대피시킬 것이다
내가 위험하진 않을지, 내 자식인지, 남의 자식인지
따지지 않을 것이다
말 안 듣는 아이라도 일단 구하고 보는 게 도덕성이다
다윈은 특히 도덕성에 관심이 많았다
다윈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도덕성은 유전자의 한 기능일 뿐이고
유전자가 일으키는 착각이라는 건데
그렇다고 도덕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윈주의에 따르면 세상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회 다윈주의가 뭘까?
많은 사람들이 사회 다윈주의를 따라야 한다고 한다
"진화란 이빨과 발톱이 피로 물든 자연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끼리 싸우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무언가를 그냥 얻는 게 아니라 함께 노력해야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앤드루 카네기다
스코틀랜드 사람인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로 피츠버그에서 US 스틸이라는 큰 제철소를 운영했다
카네기는 사회 다윈주의를 믿었지만 착한 일을
하지 말라고 한 건 아니다
오히려 앞장서서 공공 도서관을 지었다
하지만 무언가를 거저 나눠 주는 것에는 반대했다
모두가 노력해야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믿었다
우리는 인간을 털 없는 유인원이라 생각한다
늘 싸우기만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싸움 구경은 재밌지만)
인간의 본성은 절대 이렇지 않다
생물학적 진화보다 문화적 진화의 힘이 세기 때문이다
다윈의 진화론, 생물학 이론도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생물학보다 문화를 활용할 때
더 빠른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능이 높은 사회적 집단은 도덕률 같은
다양한 규칙을 만든다
생물학보다 문화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힘들긴 해도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잡을 여지가 있다
다윈의 진화론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이론이다
종교가 하려는 것도 그렇다(물론 제대로 기능할 때 얘기)
전쟁을 부추기는 배타적인 종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서로 돕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타인을 소중히 여기려고 노력하라고 말한다
그래서 다윈의 진화론이 종교나 기독교와 근본적으로
대립한다고 보지 않는다
진화론과 종교가 늘 사이좋을 거라는 뜻은 아니지만
충분히 사이좋게 지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2024. 10. 17. 방송)
4강 창조론은 왜 과학이 아닌가?
▣ 기독교와 진화
기독교는 문자주의자와 신아우구스티누스 주의자로 나뉜다
후자는 성경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우화나 은유로 해석하라고 가르친다
⊙ 문자주의자
♣ 16세기 종교 개혁
이 개혁을 이끈 사람은 마르틴 루터였다
이게 바로 초기 프로테스탄티즘의 핵심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독립 초기의 미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18세기 말 영국에서 독립했는데
19세기 초가 되자 사람들은 시골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농장을 만들고 터전을 닦았는데 야생 동물과 원주민들이 있어
그들에겐 정말 외롭고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서 자신들을 이끌어 줄 지침이 필요했다
'오직 성경' 이 바로 그 지침이었다
미국인들은 삶에 조언이 필요할 때 성경을 펼쳤다
♧ 남성과 여성의 올바른 관계는 뭘까?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
♧ 부모와 자식의 올바른 관계는 뭘까?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
노예제를 지지하는 듯한 문장도 성경에 있다
노예를 잘 대하되 풀어주는 건 옳지 않다는 말이었다
남부의 여러 주에서 좋아할 만한 메시지였다
▶ 성경 문자주의
1860년에 미국 남북전쟁이 터지고 남부가 패배한다
하지만 그들은 성경마저 포기하진 않았다
구약 성경에선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식을 더 벌하고
엄하게 대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백성도 바빌론에서 온갖 수난을 겪었지만
하나님에게 선택받은 민족이었다면서 말이다
비록 지금은 남부나 서부 사람이 고난을 겪지만
하나님께 선택받은 자들이라 그렇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무려 20세기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1926년 갈등이 터진다
1926년 테네시에서 교사 존 토머스 스콥스가
진화론을 가르친 죄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 끝에 무죄를 받았다
하지만 이 재판이 끝난 후 출판사들은 교과서에서
진화론 얘기를 삭제했다
교과서를 선정하는 건 연방 정부가 아닌 주 정부인데
주정부들이 진화론이 실린 교과서를 고를 리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1925년부터 1955년까지 미국에선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다 미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러시아보다
과학에서 뒤처진 걸 알게 된다
1957년 소련은 스푸트니크 위성을 쏴서 보란 듯 자랑했다
"스푸트니크의 크기는 캐딜락만 하다"
이때부터 미국인들은 과학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진화도 가르쳤다
성경 문자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창조론자'라고 부르면서
그들만의 책을 펴내며 반박하기 시작했다
기시 박사는 버클리대를 다녔고, 미생물학자로서
유명 학술지에 글도 기고했다
그러다 종교적 깨달음을 얻고 성경이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 믿게 된 것이다
그 후 창조론의 입장에서 진화론을 반박하며 여생을 보냈다
1970년에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한쪽에는 모리스와 기시가 반대쪽엔 진화론자 몇 명이 앉아
청중 3,000~4,000명 앞에서 토론을 벌였다
진화론을 믿는 청중은 10명쯤 있었다
우선 과학자 측에서 이론을 설명한다
하디 바인베르크 법칙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사회자가 갑자기 끼어들어 그만하라고 말한다
'저는 이제 시작했는데요?'
'아뇨, 그만하세요.'
1981년에는 아칸소주에서 법안이 하나 통과됐다
학생들에게 창조론을 가르치려는 법안이었다
※ 동등시간법(Equal-Time Law)
: 진화론을 1시간 교육했다면 창조론도 1시간 교육해야 한다는 법안
이에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미국 시민 자유 연맹이 소송을 제기한다
그리고 재판에서 창조론은 과학이 아닌 종교라는
주장을 펼칠 사람들을 부른다
그리고 철학자를 한 명 세웠는데 그게 바로 마이클이었다
사실 제일 중요한 증인이 철학자였다
창조론이 종교인지 과학인지 따져보는 건 철학자가 할 역할이다
흥미롭게도 창조론자들은 멍청하지 않다
1980년에 훌륭한 과학 철학자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철학자 칼 포퍼로
런던 정치 경제 대학 교수였다
포퍼는 '반증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연구했다
과학은 오류나 실수를 지적할 수 있다
가설에 대한 반증은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사랑이다'라는 주장엔 증거가 없다
하나님이 사랑이라고 믿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이런 믿음은 과학이 아니라는 게 바로 포퍼의 주장이다
물론 창조론자들은 창조 과학도 반증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대 위대한 과학자 중엔 토머스 쿤이라는 과학 철학자도 있다
<과학 혁명의 구조>를 쓴 학자다
쿤은 '패러다임'일는 개념을 자주 썼다
여러 이론과 가설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포괄적인 무언가를 지칭한다
패러다임은 '사회 전체가 믿는 무언가'이다
쿤은 한 패러다임이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때는
반증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패러다임이라는 건 언제까지고 옹호할 수 있으니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창조론자들도 패러다임 얘기를 했다
세상엔 두 가지 패러다임이 있는데
하나는 진화론이고 다른 하나는 창조론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실상 동등한 위치에 있는 이 둘을 비교할
방법이 없으니 학교에서 둘 다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진화론이란 패러다임을 가르치려면 창조론도 가르쳐야 하고
창조론이란 패러다임을 가르치려면 진화론도 가르쳐야 한다고 말이다
진화론과 창조론이 별개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하나도 빠짐없이 분석했다
창조론자와 진화론자의 주장은 일치하진 않지만
사실상 비슷한 얘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두 이론은 모두 시간과 인간 그 외 많은 것들에 대해 말한다
반증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캐나다 북부에서 암석을 파헤치다가
갑자기 화석을 발견했다고 치자
강아지 화석이나 고양이 화석이라고 하자
그런데 이게 최근 화석이 아닌
5억 년 전 화석이라고 밝혀진 것이다
진화론에 오류가 있다는 뜻일까?
과학은 이렇게 반증할 수 있어야 한다
반증은 그 주장이 반드시 틀렸다는 게 아니다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화석을 발굴하면서 고양이 화석을
기대한 사람은 없지만 만약 고양이처럼 생긴
화석이 나온다면 가장 먼저 고양이 전문가를 데려와
정말 고양이냐고 물을 것이다
전문가가 이건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고양이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진화론이 반증 가능하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당대 학자들의 연구 사례를 몇 가지 소개했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연구, 이중 나선, 사회 생물학)
사회 생물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이런 건 다
반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장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오류가 있으면
반증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런 게 바로 과학의 특징인데 창조론은 반증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자기가 옳다는 걸 가정하고 시작하니 반증 불가능하다
설명을 마치자마자 판사가 요점을 추리더니 판결을 내렸다
내 주장을 근거로 창조론은 종교라고 결론지었다
'루스를 비롯한 과학계 증인'의 주장을 참고했다고 말했으니
내 주장을 아주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지적 설계론이라는 또 다른 가설을 만들어냈다
이 가설을 앞장서 주장한 건 마이클 비히였다
작년 이 무렵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나와 토론한 적이 있다
청중이 300~400명 중 진화론을 믿는 사람은 5명 정도였다
믿기 힘들겠지만 나머지는 지적 설계론을 믿는 성직자나 수녀였다
그 가설의 힘이 여전히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런 가설을 반박하는 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
과학과 종교는 여전히 싸우는 중이다
(2024. 10. 18. 방송)
5강 신은 어디에 있나?
⊙ '신아우구스티누스주의자'
이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현대적 방식으로 진화론을
다루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베이든 파월은 목사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였다
그는 영국 국교회 소속의 성직자이지만 과학이
정말 중요하다고 믿었다
다윈이 진화론을 쓰기 전부터 진화론자였고
몇몇 동료와 함께 열정적으로 진화를 공부했다
과거엔 진화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소수 고학력자, 고위직은 진화론을
높이 평가하고 다윈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19세기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신학자는
의심의 여지없이 존 헨리 뉴먼이다
영국 국교회 성직자로 출발해
1840년대에 가톨릭으로 개종한 사람이다
그는 신학을 가르치다가 나중엔 추기경의 자리에 오른다
뉴먼은 특히 과학과 종교에 관심이 많았다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진화론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정확히 밝혔다
다윈은 자연 선택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적응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려 했다
인간의 손, 눈, 귀가 이런 모양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종교가 과학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과학이 종교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적이 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별개로 존재하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게
뉴먼의 입장이었다
진화론의 등장이 기독교에 일어난 일 중
가장 설레는 일이라 생각한다
기독교의 2천 년 역사 중에서도 특히 지난 150년 동안 말이다
기독교에서 진화를 얘기할 때 꼭대기에
인간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 주장은 다윈주의를 토대로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과는 다르다
다윈의 학설은 반대론자들에게도 중요했다
덕분에 논쟁의 장이 마련돼 어떤 건 다윈이 옳았고
어떤건 틀렸다고 의견을 펼칠 수 있었다
많은 훌륭한 과학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했다
독일의 에른스트 헤켈은 열렬한 다윈주의자였는데
자연 선택뿐 아니라 진보에 관한 것도 믿었다
유럽 대부분의 학자가 그랬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학자가 앙리 베르그송이라는
프랑스인인데 그가 쓴 <창조적 신화>가 1911년
영어로 출간돼 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쳤다
베르그송은 생명이 진보하는 쪽으로 진화한다고 했다
또 진화는 일정한 법칙의 지배를 받긴 하지만
생명에겐 자유가 보장된다고도 했다
자유롭게 진화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생의 약동'이라고 부르는 개념이다
고등하게 진화하지만 정해진 길을 꼭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생명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는 말이다
줄리언 헉슬리도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는 <동물 왕국의 개인>(1912)에서 밝히길
앙리 베르그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예수회 신부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이 쓴
<인간 현상>(1959)라는 책이 있다
샤르댕은 고생물학자였는데 1930년대에 이 책을 쓰고
1955년, 자신이 생을 마감할 때가 돼서야 세상에 발표했다
샤르댕은 정말로 훌륭한 고생물학자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누스피어'란 상태에 도달한다고 했다
진화의 가장 최종 단계로 인간의 잠재력이 극대화되는 단계라고 했다
누스피어까지 올라가면 오메가 포인트라는 곳에 도달하는데
이게 바로 예수라고 했다
샤르댕은 진화를 완전히 기독교 관점에서 해석했다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는 대신에 다윈이 증명한
진화라는 개념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샤르댕의 이론은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특히 베르그송이 좋아했다
샤르댕은 이 책을 1955년에 출간하고
1959년에는 영문판도 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은 격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진화를 사실로 인정하려면
진화라는 개념을 인간에게만 적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진화를 신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신에 관한 통념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 시대의 하나님은 플라톤의
선의 이데아에 가까운 이미지였다
하나님은 영원불변의 존재고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하나님은 연민도 못 느낀다
연민을 느끼려면 감정이 변해야 하는데
불변의 존재니까 불가능하다
쉽게 말히 '무감정'하다는 것이다
영어로는 'impassible'이라고 한다
※ impassible: a.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처를 입지 않는
화이트헤드는 반론을 제시했다
그는 신도 변하고 우리와 함께 괴로워한다고 했다
우리가 수렁에 빠졌을 때 곁에 있어 주고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의심의 여지 없이
1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인물이다
화이트헤드 부부에게는 19세인 외동 아들이 있었다
아들이 공군에 입대했다가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은 화이트헤드에게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나님이 아들을 죽게 할 정도로 원망스러운
존재라는 걸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화이트헤드는 아들이 죽었을 때 신이 곁에
있었을 거라 믿었다
이런 이론을 '과정 신학'이라고 한다
세상 만물은 진화하고, 신도 분명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 안네 프랑크
독일의 유대인 소녀(1929~1945)
전쟁이 시작됐을 땐 12세였고 끝날 무렵엔 15~17세쯤이었다
전쟁이 터졌을 때 안네는 가족과 네덜란드에 살았다
태어난 곳은 독일이지만 전쟁 초기엔 네덜란드에 있었다
전쟁이 터지자 안네는 부모님, 형제, 지인들과 몸을 숨겨야 했다
그들은 안네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 건물에 몸을 숨겼고
거기서 4년을 살았다
안네는 일기를 아주 꼼꼼하게 썼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1944년 누군가의 밀고로 가족이 붙잡혔다
그렇게 독일 북부에 있는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보내진다
4월에 풀려나긴 했지만 안네는 5월에 장디푸스로 사망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만 살아남았다
안네를 보면서 과정 신학이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괴로워하며 죽어갈 때 신은 안네 곁을 지켰을 것이다
신이 무감정하게 구름 위에 앉아 슬퍼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기 힘들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자신의 힘을 내려놓는다는 개념이 나오니
화이트헤드가 하는 말에는 성경적 근거도 있다
안네가 죽어갈 때 신은 분명 곁에 있었을 것이다
안네의 일기가 출간될 때도 곁에 있었을 것이다
책이 출간되고 중요한 책으로 인정받을 때도 말이다
단순한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 됐다
13~14세밖에 안 된 아이가 그렇게 훌륭하고
감수성 있는 글을 썼다는 건 신의 존재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이런 게 바로 과정 신학이다
오늘날까지도 논란은 있지만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
과정 신학이라 부르기도 하고 과정 철학이라고도 한다
세상 모든 건 진화하고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것이다
진화라는 개념이 등장한 후 많은 갈등이 있었다
그 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쪽엔 도킨스 같은 과학자들이 반대쪽엔 창조론자들이 있다
다윈주의를 비롯한 진화론과 종교의 관계를 얘기할 때
이 둘 말고도 또 다른 진영도 있다
이들은 어느 선까지는 진화라는 개념을 기독교에
받아들이려 한다(테야르 드 샤르댕)
다만 신이 변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반면 화이트헤드 같은 학자는 신도 진화할 수 있다고 봤고
자기 힘을 내려놓고 신성을 포기한다고도 말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인간 곁에서 함께 괴로워한다고도 했다
일이 잘 풀리면 함께 기뻐하기도 한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전쟁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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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TV 월~금 23:40 ~ 24:00 (본방) / EBS 1TV 금 13:30 ~ 14:10 (본방) / EBS 1TV 토 24:25 ~ 25:55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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