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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 4 리처드 랭엄 (요리와 인류) 1~5강

by 상팔자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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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위대한 수업 4 리처드 랭엄 (요리와 인류) 1~5강

위대한 백스물 여섯 번째 강연 '요리와 인류' (시즌 4 여섯 번째)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미국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원

영국 학사원 회원

국제 영장류학회 회장(2004~2008)

맥아더 펠로우십 수상(1987)

 

 

 

 

 

(2024. 11. 04. 방송)

 

1강  화식으로 생긴 일

 

 

 

동물이 생태계에 적응하는 방식은 식단을 통해 알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코끼리라면 많은 풀을 찾기 위해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사자라면 사냥을 함께 할 다른 사자가 곁에 있어야 하고

벼룩이라면 피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게 중요하다

즉, 동물마다 다른 먹이를 먹도로 진화했고

그게 생활 방식의 큰 차이를 만든다

 

Q.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점이 뭘까?

명확한 해답은 없다

침팬지나 인간이나 과일을 먹으니 유인원과

우리가 얼마나 다른 걸 먹는지 비교해 볼 수도 있다

그러다 25년 전 결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벽난로 앞에 앉아 타오르는 장작의

불을 가만히 보면서 인류의 진화를 생각했다

"인류의 조상이 불을 보지 않았던 시점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고민하다가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요리가 인간의 생물적 특성과 인간 사회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정말 요리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인간은 날것을 잘 먹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지만

사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날것을 잘 먹는다

생으로 먹는 음식이 많다

한국에서는 육회를 먹는다

서양에서도 생소고기를 잘게 다져서 먹는다(스테이크 타르타르)

우리가 익혀 먹는 채소도 대부분 생으로 먹을 수 있다

 

날것으로 먹는 것보다 요리해서 먹는 게 더 특별할까?

대부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우리는 동물이고 동물은 날것을 먹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생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이 있고

자신만의 신념 때문에 생식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날것만 먹는다

 

그렇다면 요리가 인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이상한 생각이 아닐까?

30년 전에는 정말 이상한 생각이었다

프랑스의 사회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책을 쓸 정도로 말이다(날것과 익힌 것)

사람들이 온갖 음식을 익혀 먹는 이유를 고민한 책이다

"우리가 음식을 익혀 먹는 데엔 생물학적 이유가 없다"

"그저 상징성 때문에 화식을 하는 것이다"

그는 인류학자였기 때문에 상징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우리가 화식을 하는 건

자연과 우리를 분리하기 위해서라고 본 것이다

우린 동물과 다르길 바라는데 동물이 날것을

먹으니 우린 익혀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특별한 거라고 말이다

 

놀랍게도 당시 그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가 틀렸다고 반박하기는 커녕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고 25년 전쯤에야

이런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잠깐, 음식을 익혀 먹는 게 우리한테 좋은 거 아닐까?"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질문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수렵 채집인들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수렵 채집인은 농산물은 전혀 이용하지 않고

모든 식량을 야생에서 얻는다

숲속에 마련한 본거지 밖으로 나가 식물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해 온다

수렵과 채집은 참 고된 생활 방식이다

식량을 얻는 것도 불을 피우는 것도 상당한 고생이다

열대 지방처럼 땔감을 구하고 불을 피우는 게

비교적 쉬운 곳에서도 북극처럼 혹독한 환경에서도 

모든 수렵 채집인이 그렇게 한다

극지에서는 땔감이 부족하니 요리하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린다

장작불만 있으면 20분 만에 끝날 일인데

극지의 수렵 채집인은 기름으로 불을 피워 수프를 데워 먹는다

장소와 무관한 문제다

 

소위 문명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저 야만인들, 음식을 생으로 먹는대!"

사실이 아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집단이든 음식을

자주 익혀 먹을 뿐 아니라 매일 저녁 식사를

요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인에게 요리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리는 왜 중요할까?

비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과체중을 걱정하면서

익힌 음식이 아닌 날것을 먹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전후 사진을 자랑스럽게 전시한다

화식을 할 때 통통했던 몸이 생식 때문에

날씬해졌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일까? 사실이다

인간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경우에도 그렇다

 

요즘은 비만 문제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됐고

사람들은 뜻하지 않게 체중이 많이 느는데

동물도 그렇다

과체중인 반려견에게 생식을 먹이면

체중이 준다는 게 밝혀졌다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면 

화식과 생식을 할 때 체중이 얼마나 느는지

비교해야 할 텐데 그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화식과 생식의 차이가 크다는 건 충분히 밝혀졌다

 

두 가지 방식을 서로 비교해 효과를 알아볼 수 있다

채식하는 사람과 육식하는 사람을 비교하거나

생식하는 사람과 화식하는 사람을 비교해보면

고기 섭취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지만 

요리에 따른 차이는 확연히 나타난다

화식을 하는 사람들은 생식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신장 대비 체중의 비율로 계산하는 체질량 지수가 

훨씬 높다

 

"alt":"생식 섭취량에 따른 체질량 지수"
출처: 코리나 쾨브릭 연구팀

 

독일에서 수백 명을 조사한 연구는 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이 연구에서는 날것을 먹는 여성과 익힌 음식을

먹는 여성의 생식 능력을 체계적으로 비교했다

날것을 많이 먹는 여성일수록 배란 빈도가 줄어들었다

 

"alt":"생식 섭취량에 따른 월경 빈도 분류"
출처: 코리나 쾨브릭 연구팀

 

완전히 생식을 하는 여성은 임신할 수 있는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체의 생식 시스템이 멈춰 버린 것이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서구 선진국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 선진국에서 먹는 날음식과 수렵 채집인의 날음식의 차이 >

 

1. 서구의 도시인들이 먹는 날음식은 사람이 기른 것이다

→  수백 년에 걸쳐 발전한 농업 기술의 산물

농업 기술로 재배되고 키워진 당근, 토마토, 과일

동물은 야생 식량에 비해 에너지 함량이 높다

야생 식물에는 보통 소화가 안 되는 섬유질이 

사람이 재배한 품종보다 훨씬 많다

한편 가축은 야생동물보다 소화가 안 되는

콜라겐이 더 적고 지방이 더 많다

즉, 사람이 기른 먹거리는 수렵 채집인이 야생에서

획득한 식량보다 영양소가 많고 흡수가 잘 된다

 

2. 현대 도시인은 겨울을 쉽게 난다

식량 생산량이 가장 적은 계절에도

전 세계에서 음식을 구할 수 있다

한겨울에도 다양한 나라의 식량을 구할 수 있으니

썩은 순무 몇 개로 겨울을 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수렵 채집인은 계절에 따라 식량이

부족할 때도 있으니 추운 겨울에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기 어렵다

도시의 생식주의자는 전기를 사용해 음식을

가공하는 기계가 있다

음식을 물리적으로 분해해서 소화하기가

더 쉽게 만든다

또한 생식을 하면서 충분한 기름섭취할 수 있다

기름은 야생에서 구하기 어려운 영양소로

에너지가 풍부하다

 

3. 도시의 생식주의자는 수렵 채집인보다

육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도시의 생식주의자는 유리한 조건에서

생식을 하며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계절에 상관없이 식량을 기르고 물리적으로

혼합해 섭취한다

수렵 채집인들은 에너지가 훨씬 적은 음식을 섭취한다

 

이 연구 결과로 확실해진 점은 수렵 채집인들이 

생식만 한다면 번식을 위한 에너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생식에 의존하는 거의 모든 여성이 아기를 갖지 못해

인구가 소멸해버린다

 

요리의 의미는 아주 명확해진다

인간은 지구의 다른 종과 달리 요리 능력을

갖춰야만 하고 요리한 음식을 주기적으로 

먹어야만 한다

벼룩이 흡혈에 적응했고 기린이 초식에 적응했다면

인간은 화식에 적응했다

 

 

 

 

(2024. 11. 05. 방송)

 

2강  언제부터 요리를 했을까

 

 

 

Q.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화식을 해 온 걸까?

우리는 어디에 있든 화식을 해야 한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든 오늘날처럼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든 말이다

인간이 화식에 장기적으로 적응해 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인류 진화의 양상을 이해해야 한다

화석 증거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생겨났고

그 조상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에 속한다

6만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은 전부 아프리카에 있었다

그런데 약 6만 년 전에 호모 사피엔스는 지리적 범위를

확장했고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오늘날 사람마다 신체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모두 6만 년 전의 아프리카인에게서 기원했다

이렇게 200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호모속의

세 종을 만날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 /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호모 에렉투스 전에 '미싱 링크' 개념에

가까운 것이 존재했다

※ 미싱 링크: 진화 과정에서 잘 설명되지 않는 상태의 중간적 분류군

인간의 특징을 갖춘 동시에 유인원 같은 특징도 갖춘 종이다

호모 하빌리스 /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하빌리스

'호모'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달라지는 건

이 종이 인간에 가까운지 유인원에 가까운지에 달렸다

 

유인원(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가깝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옷 가게에서 몸에 맞는 옷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가슴이 너무 거대하고 다리는 상대적으로 짧을 것이다

하지만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사피엔스는

전 세계 어느 도심에 있는 옷 가게에 가도 기성복을 사 입을 수 있다

이 세 종은 키와 체중이 오늘날 사람과 비슷하다

 

사피엔스에서 하이델베르겐시스, 에렉투스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그 전으로 가면 유인원에 더 가까워진다

호모 하빌리스, 즉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하빌리스

전으로 가면 직립은 하지만 침팬지에 더 가깝다

나무에서 그네를 타고 즐겁게 매달리 수 있는 종이다

물론 두발걷기도 잘 했다

 

☞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호모 에렉투스 이후로

뇌가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하빌리스부터 변하기 시작했는데 에렉투스의

뇌 용량은 700cc에서 1,200cc 정도였고

하이델베르겐시스의 용량은 평균적으로 좀 더 컸다

사피엔스의 평균 뇌 용량은 1,300cc에서 1,400cc 정도이다

 

&quot;alt&quot;:&quot;호모종의 뇌 용량&quot;

 

이만큼 종이 빠르게 진화하고 뇌 용량이

빠르게 증가한 사례는 다른 동물종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  오래 전부터 인류가 요리를 했다는 증거 >

 

⊙ 고고학적 증거

입안에서 발견된 화식의 잔해

연대는 7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데

익힌 녹말립이라는 맛있는 증거이다

우리는 밀가루가 들어간 녹말 식품을 먹는다

그때 녹말은 녹말립이라는 아주 작은 알갱이 형태로 존재한다

이게 중요한 단서가 되어 7만년 전이라는

먼 과거에도 익힌 녹말을 먹었다는 게 밝혀졌다

화석 치아의 치석 안에서 열에 의해 팽창한

녹말립이 발견된 것이다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에서 이런 증거를

찾을 수는 없지만 그때도 화덕은 있었다

화덕에 잔뜩 쌓인재에서 요리되거나 가열돼

살짝 타 버린 식물 혹은 동물의 잔해가 발견됐다

이스라엘에서 4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케셈 동굴이 최근에 발견됐다

그곳엔 엄청 쌓여 있던 재에서 불타 버린

동물 뼈가 발견됐다

그곳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음식을 요리하고

익힌 고기를 먹었다는 것이다

 

이건 40만 년 전 증거지만 78만 년 전 증거도 있다

이스라엘의 요르단강이 방향을 바꿔 강 옆의

진흙 지대로 흘러 가면서 땅이 드러났다

재는 모두 쓸려 가 없었지만 부싯돌로

모닥불을 피운 흔적을 찾고 돌 도구들도

복원할 수 있었다

캠프파이어 크기의 작은 구역을 특정할 수 있었는데

모닥불을 피운 흔적인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수많은 생선 뼈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엄청난 양의 생선 뼈가

어떤 온도로 가열됐는지 알아냈고

생선의 크기도 최대 2m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80만 년 전의 상황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

 

남아공에서 발견된 본데르베르크 동굴에서도

요리한 흔적이 보인다

동굴 깊숙한 곳에 백만 년 전에 생긴 재가 쌓아 있었는데

자연 현상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위치였다

바람에 의한 자연 발화로 보기에는 너무 깊은 곳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언제부터 불을 사용했는지는

화덕과 재가 아니라 다른 흔적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

 

⊙ 생물학적 증거

1. 소화 기관의 크기

익힌 음식을 먹는다는 건

소화가 이루어진 음식을 섭취한다는 것이다

소화 활동이 몸 밖에서 불에 의해 이루어져

효소 분자가 활동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즉, 우리 몸이 음식을 소화하는 데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입도 작아지고 턱도 약해지고

장의 크기도 작아졌다

그래야 익힌 음식을 소화하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소화기관은 영장류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크기일까?

신체 크기에 대한 비율로 따질 때 우리의 치아와

소화 기관은 영장류 중 제일 작았다

그 이유는 우리의 대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장은 고릴라, 침팬지의 60% 정도밖에 안 된다

우리가 화식을 하니까 별로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의 대장이 지금처럼 작아진 건 언제일까?

대장은 연조직이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지 않아

직접 알긴 어렵지만 뼈를 통해 대장의 크기를

추측할 수 있다

대형 유인원이 비교적 큰 대장을 갖고 있다는 건

대장의 박테리아로 소화가 어려운 생식을

발효시킨다는 뜻이다

큰 대장을 지탱하려면 뼈도 그만큼 커야 한다

대형 유인원은 비교적 넓은 골반을 갖고 있는데

이는 커다란 대장의 넓은 바닥을 지탱한다

갈비뼈는 가슴 상단부터 바깥으로 넓게 돌출돼 있다

 

우리 골반은 언제부터 작아졌지?

우리 갈비뼈는 언제부터 납작해졌지?

호모 에렉투스부터이다

인류의 진화 역사를 통틀어 치아가 가장

급격히 작아진 건 호모 에렉투스가 진화할 때였다

그때부터 턱이 약해지고 입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생물학적 증거의 한 갈래이다

 

불이 없었을 때는 나무를 타야만 했다

대형 유인원처럼 밤에 나무에 오르려 했을 것이다

코뿔소에게 쫓기거나 사자에게 사냥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다

만약 불이 없었다면 나무도 못 타면서 어떻게

땅에서 잘 수 있었을까?

호모 에렉투스가 진화할 때부터

나무를 못 타고 땅에서 자기 시작했다

 

모든 증거가 2백만 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를

가리키고 있다

고고학적 증거는 그때까지 미치지 못한다

기나긴 시간 동안 많은 게 파괴됐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줄 증거가 부족한 게 당연하다

생물학적 증거를 보면 인류는 소화 기관이 작아졌고

나무도 못 타게 됐으며 호모 에렉투스 때부터

불을 다루기 시작해 밤에 밖에서 불을 피우고

요리도 했다는 걸 추론할 수 있다

 

☞  요리의 역사는 아주 길고 인간은 이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다른 동물들과 달라졌다

 

 

 

 

(2024. 11. 06. 방송)

 

3강  우리는 어떻게 큰 뇌를 갖게 됐나

 

 

 

약 2백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하면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요리를 시작했다

인간은 요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  요리와 지능

우리의 커다란 뇌는 지능을 관장한다

우리의 뇌는 어쩌다 커졌고 우리의 지능은

어떻게 높아졌을까?

우리의 뇌는 200만 년 전부터 꾸준히 커졌다

뇌가 무슨 일에 유용했을까?

뇌로 사회적 관계를 전부 추적하면서

타인과의 상호 작용을 기억하고

타인과 어떻게 교류할지 예측했던 건 아닐까?

 

큰 뇌가 없었다면 복잡한 관계를 맺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뇌가 커졌다는 이론도 있다

Q.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음식을 찾는 데 큰 뇌가 필요했을까?

상대적으로 행동반경이 큰 동물들이 뇌가 조금 더 큰 편이다

하지만 뇌의 진화를 이런 관점으로 보면

아주 중요한 질문을 간과하게 된다

바로 동물이 뇌의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다

비용이란 뇌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말한다

 

현재 우리 뇌는 무게가 전체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몸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뇌가 무게에 비해 과한 에너지를 사용하면

뇌가 큰 동물종은 에너지 공급이 원활해야 할 것이다

뇌 크기의 증가가 화식과 관계가 있을까?

 

 

⊙ 어떻게 뇌가 요리를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1. 우리가 익힌 음식을 먹으면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대략 20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데 우리는 그만큼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다른 동물들은 그 과정에서 큰 소화 기관을 사용한다

반면 인간의 대장은 우리의 가까운 친척인 대형 유인원의

60%밖에 되지 않는다

작은 소화기관은 상대적으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다른 영장류보다 소화 기관이 작아서 아끼게 된 에너지 양은

우리 뇌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양과 정확히 일치했다

소화 기관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뇌의 크기도 커질 수 있다

이게 바로 익힌 음식을 섭취한 결과로 뇌가 커졌다는 근거이다

 

2. 요리가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고 날것을 먹을 때보다

훨씬 빨리 씹을 수 있다

침팬지는 음식을 씹는 데만 하루의 반을 쓴다

몸 크기로만 따지면 침팬지가 우리보다 조금 작지만

필요한 음식의 양은 비슷하다

야생에서 얻은 생식으로 칼로리르 채우려면

하루에 5~6시간은 씹어야 한다

만약 인간이 야생에서 생식을 구해 먹는다면

6~8시간 정도 더 씹어야 할 것이다

날것을 먹으면서도 이렇게 큰 뇌를 유지하고 싶다면

음식 섭취에만 종일 시간을 써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  인간의 뇌는 꾸준히 커졌다

  인간은 화식을 해왔다

  인간은 음식을 점점 덜 씹게 됐다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음식을 씹는 시간과

횟수를 보면 사람이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먹는 데 쓰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도 안 된다

그렇게 인간은 시간을 아주 많이 아끼게 됐다

우리가 음식을 빨리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뇌에도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요리 덕분에 큰 뇌를 가지게 된 것이다

 

 

▣  요리와 사냥

침팬지는 사냥을 좋아한다

원숭이나 돼지, 작은 영양을 사냥해서 죽이고

날것을 아주 천천히 먹을 때가 많다

그런데 침팬지는 사냥에 시간을 오래 들이지 않는다

평균적으로 먹잇감을 발견하니 지 20분 만에 

사냥이 끝난다

하지만 야생에 살았던 수렵 채집인의 삶을 보면

4~8시간 동안 사냥감을 물색하고 뭐라도 본거지에

가져갈 궁리를 했다

 

수렵 채집인이 날 것만 먹었다면 4~8시간 동안

사냥할 수 있었을까?

날것만 먹는다면 최소 6~8시간은 씹는 데 써야 할 텐데

5~8시간을 어떻게 사냥에 쓰겠는가?

하지만 화식을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은 하루 종일 사냥을 하고 본거지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는 종이 됐다

종일 굶어도 한 시간도 안 돼서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다

또 사냥을 하는 쪽은 남성이고

요리를 하는 쪽은 여성인 경우가 많다

여성이 하루 중 몇 시간을 요리에 쏟을 수 있기 때문에

남성이 온전히 사냥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익힌 음식을 먹지 않았다면 사냥에 전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은 화식 덕분에 뇌가 커졌고 사냥할 여유도 생겼다

인간이 달릴 수 있는 것도 화식 덕분이다

위장이 가득 차 있으면 오래 달릴 수 없다

침팬지를 비롯한 기타 유인원이 한 번에 100m도

못 뛰는 이유는 위장이 하루 종일 음식으로 가득해서

소화를 위해 에너지와 산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뛸 수 있다

인간은 몇 시간을 굶더라도 나중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안다

 

 

▣  요리와 젖떼기

대형 유인원의 새끼가 젖을 떼는 시기는 4~5세이다

오랑우탄의 평균 이유기는 무려 8년이나 된다

평균적으로 수렵 채집 사회에서 인간의 이유기는

아이들이 두세 살에 젖을 뗀다

고형식이라고 하지만 사실 죽이나 다름없다

식물이나 동물을 죽처럼 조리해서 어린아이에게 먹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결론은 젖을 떼면 어머니는 임신할 수 있는데

이건 동시에 돌봐야 할 아이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을 동시에 키워야 하는 부담을 지는 것이다

양육을 돕는 일의 가치가 매우 커진다

양육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어머니는 아이를 집에 두고

멀리 일을 하러 가기 어려워진다

타인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  요리와 공동체

우리는 요리를 시작하면서 음식을 그 자리에서

다 먹지 않고 근처에 보관했다

요리하기 위해 재료를 보관하는데 도둑맞을 수도 있다

요리를 하려고 불을 피우면 연기가 나고

그걸 본 굶주린 사람은 훔쳐 먹을 게 없는지 가 본다

요리하는 몇십 분 동안 앉아서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음식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보관해 둔 식량과 요리하는 음식을 서로 지켜주고

훔치려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맞서는 것이다

 

이게 공동체의 기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음식을 한곳에 모아 두지 않는 유인원과 달리

인간은 보관해둔 식량을 가져와서 요리하고

신뢰가 있는 타인과 본거지를 형성해 불을 피우고

그 주변에 둘러 앉았다

불 덕분에 유인원보다 늦은 시간까지 활동할 수 있다

요리는 우리에게 큰 뇌만 준 게 아니다

사냥하고 달리고 전보다 아이를 빨리 가지고

공동체를 형성하게 됐다

공동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속성을 지니고

그에 따라 사회적 행동이 나타난다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 행동과 협동하는 능력이다

 

 

 

 

 

(2024. 11. 07. 방송)

 

4강  인간은 왜 잔혹한가

 

 

 

▣  인간의 폭력

대부분의 종에 비해 아주 극단적이다

우린 가끔 전쟁을 일으켜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무엇이 인간을 이토록 못된 존재로 만드는 걸까?'

'왜 우리는 서로를 죽이려는 걸까?'

 

♣  인간은 별나다?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1960년대에 집필한 책

(공격성의 역사에 관하여_악이라는 것)에서 그 답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동물은 서로 죽이지 않는데

인간이 아주 별난 거라고 한다

로렌츠는 늑대들을 관찰했는데 늑대들이

서로 살갑게 놀다가 한 마리가 신호를 보낸다

자기가 졌으니 복종하겠다는 굴복의 신호였다

그랬더니 우두머리의 공격성이 억제됐다

로렌츠는 인간도 이와 똑같지만

우리에게는 원거리 살상 무기가 있어서

상대가 항복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1만 년 전부터 농업이 발전하면서 집단의 규모가

커진 결과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웃 집단을 무찌르려는 욕구가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로렌츠는 동물행동학자이자 사육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의 연구 대상은 사육된 늑대였고 그런 늑대들은

다른 무리와 영역 다툼을 할 일이 없었다

로렌츠가 관찰한 건 그 무리 안의 역학 관계였다

그런데 그의 책이 나온 직후인 1970년대부터

사람들은 야생 동물들을 오랫동안 관찰했다

영역이 서로 맞닿은 탓에 경쟁할 여지가 큰

무리들을 살펴본 것이다

 

♣  인간만이 서로를 죽이는 건 아니다

로렌츠가 연구한 사육된 늑대들과는 달리

야생 늑대끼리 죽이는 일은 아주 빈번했다

어떤 지역에서는 성체 늑대의 사망 원인 중 40%가

이웃 무리 늑대의 공격인 것으로 밝혀졌다

침팬지도 서로 죽인다는 사실이 1970년대에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웃 무리의 구성원을 죽이는 건 인간만이 아니다

수많은 종이 걸핏하면 서로를 죽인다

 

♧  수렵 채집인은 어땠을까?

다른 집단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싸우지 않았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 그중 대다수는 이웃 집단이

훨씬 강력한 경우였다

이와 달리 비슷한 수준의 수렵 채집인 집단이

이웃해 사는데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사이가

안 좋은 경우는 어떨까?

이때는 아주 체계적으로 다양한 전쟁을 치른다

요즘 전쟁보다 파괴력은 훨씬 덜하다

상대가 눈에 보이면 즉시 활을 쏘는 식이었다

 

  더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이제는 고고학적 증거로 사람들이

서로를 죽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1만 년 전의 시신이

20구 이상 발견됐는데 모두 묶여 있다가 

죽음을 맞은 게 분명했다

붙잡혀서 처형된 사람들이었다

케냐뿐 아니라 페루나 그 밖의 지역에서도

농업 시대 이전에도 폭력을 주고받은 사례가 나타난다

인간이라는 종은 과거부터 계속 그랬던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대략 2백만 년 동안 사냥에 적응한 종이다

남성들은 하루 중 많은 시간동안 사냥 기술을 연마했다

인간은 약 7만 년 전부터 화살을 사용했고

최소 40만 년 전부터 창으로 동물을 죽였으니

사람을 죽이는 기술도 익혔을 것이다

 

 

⊙  왜 인간은 서로를 죽였을까?

1. 비용·위험의 문제

2. 이익의 문제

흥미롭게도 비용 문제를 보면 인간도

다른 종과 아주 비슷하다

 

어떤 동물종이 살해를 저지르는 빈도가

다른 종에 비해 높다면 그 이유는 힘의 불균형이

큰 두 집단이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한 무리가 약한 무리를 죽여도

자신들이 다칠 위험이 없어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침팬지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식량을 못 구하면

영역의 경계로 가기도 하는데 6~15마리씩

모여있는 침팬지 무리가 비슷한 규모의 

다른 무리를 만나곤 한다

그때 서로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가 도망친다

둘 다 도망치거나 한쪽이 다른 쪽을 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침팬지 무리가 홀로 있는 침팬지를 만나면 어떨까?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이 외톨이에게 몰래 접근한다

그렇게 몇 미터 안으로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면

난데 없이 돌진해서 누구는 발을 누구는 손을, 누구는 다리를 잡아

상대를 못 움직이게 하고 끔찍한 공격을 시작한다

물고 비틀고 찢고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린다

그리고 자신들의 영역으로 돌아간다

별 이유도 없이 그냥 죽일 기회를 찾는 것이다

아프리카 곳곳의 침팬지 집단에서 이런 사례가

수십 개씩 발견된다

무력한 외톨이를 다수가 죽이는 일이 반복된다

 

자연 선택이라는 개념 뒤에는 이런 슬픈

이야기가 숨어 있다

감수해야 할 위험이 없고 이득만 있다면

상대방이 탈출하려 해도 무조건 공격한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공격해도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공격을 행하고 그중 어떤 유형은 침팬지와 비슷하다

소규모 집단이 마을에 들어가 혼자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창을 던져 공격한 뒤 도망간다

다른 유형도 있지만 급습과 매복이 있다는 건 똑같다

아홉 개 정도의 수렵 채집인 사회에서 다른 집단과

싸우다가 살해당한 평균 사망률을 계산해 보면

20세기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다

 

&quot;alt&quot;:&quot;폭력에 의한 사망률&quot;

 

제2차 세계 대전 참전국 보다 높은 것이다

 

★  그렇게 죽여서 무엇을 얻었을까?

동물은 싸움의 보상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공격당할 위험이 줄어들고 수컷이 더 많은 암컷을 얻는다

수렵 채집인의 집단 간의 공격이 이뤄진

그 긴 역사를 우리가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공격하는 게 이득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다

좀 더 안전해지고 접경 지역의 자원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익과 비용을 따져 보면

진화적인 측면에서 폭력은 가치가 있다

상대를 죽여서 안전하고 이익까지 따라 온다

 

하지만 손해도 볼 수 있다

방어 측이 탄탄히 준비했다면 공격 측이

불의의 일격을 당한다

하지만 보통은 공격하는 게 이득이다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건 아주 특별한 유형의

공격성이다

 

♣  인간의 폭력 유형_선제적 공격성

선제적 공격성은 사전에 계획된다

공격을 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는 '반응적 공격성'과는

좀 다르다

선제적 공격성은 냉혹하다

공격성이 다른 집단의 구성원뿐 아니라 자기 집단의

구성원을 향할 수도 있다

요즘 인간의 선제적 공격성은 범죄 행위가 아니면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처형의 형태로 꽤 흔하게 나타났다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누구누구를 죽일지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군주가 되기 위한 경쟁 속에서 상대방을 처리하기도 하고

대규모 집단 간의 경쟁 중에 살상을 벌이기도 했다

내전 중에도 처형하고 범죄를 저지르다가도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스탈린이 러시아에서 수백만 명을 처형했던 것이다

처형할 수 있다는 건 다른 동물에게 없는 능력이다

 

Q. 침팬지들이 처형할 수 없는 이유는?

협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언어가 없다면 어느 침팬지를 죽이자고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물론 인간의 전쟁은 침팬지나 늑대의 싸움처럼

한 번에 하나의 희생자를 고르는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도가 결정을 내리면 수많은 사람이 군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니 인간의 전쟁은 침팬지의 싸움보다 훨씬 복잡하다

 

화식을 통해 사냥 기술이 발전하고 여유가 생기고

뇌가 커졌으며 그 결과 우리는 그동안 적을 죽일 수 있었다

(거의 위험 부담을 지지 않고!)

화식이 엄청난 파괴력을 준 탓에 우리는

보통의 동물과는 다른 살해를 벌이는 종이 됐다

인간의 주도적 공격성에서 관용과 협동의 능력이 생기기도 했다

 

 




(2024. 11. 08. 방송)

 

5강  인간은 왜 관대한가

 

 

 

★  인간이 놀라운 관용과 협동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우리는 동족을 죽일 만큼 여러 면에서 몹시 폭력적인 종이지만

그러면서도 가장 관용적이고 비폭력적인 종이다

정치학자들도 인간 본성에 관해 수백 년간 고민해 왔다

 

토머스 홉스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장 자크 루소
(18세기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인간은 원래 폭력적이지만
사회에 의해 문명화됐다"
"인간은 협동을 잘하고
관용을 잘 베풀지만 

사회가 인간을 타락시켰다"

 

두 이론은 상반된다

어느 쪽이 맞는지 오랫동안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둘 다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공격성의 유형은 두 가지이다

선제적 공격성과 반응적 공격성이다

 

♣  인간의 폭력 유형_반응적 공격성

자신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감정적,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성향이다

이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고

동물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동물들은 영역을 지키고 새끼를 보호하고 

먹이 경쟁을 할 때 서로 공격한다

사전에 계획한 게 아니라 순간에 일어난

충동과 감정에 따라 성급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최근 밝혀진바에 따르면 두 가지 공격성 사이에는

신경생물학적 차이가 있다

생물학적 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진화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 어떤 종은

어느 정도 선제적 공격성을 띠고

어떤 종은 어느 정도 반응적 공격성을 띤다는 것이다

 

침팬지나 보노보 같은 영장류를 관찰하면

반응적 공격성을  주기적으로 볼 수 있다

두 수컷이 암컷을 두고 싸우거나 

두 암컷이 새끼를 두고 싸운다

혹은 자신의 입지가 밀려나는 걸 우려해

싸움을 걸기도 한다

아마 하루에 한두 번은 싸운다

 

킴 힐은 파라과이에서 수렵과 채집을 하는

아체족을 43년 동안 연구하면서 아체족들의

우발적인 싸움을 몇 번이나 봤는지 물었다

"우발적인 싸움은 한 번도 없었지!"

반응적 공격성이 침팬지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호주 원주민들을 한 장소에 모아 두고

기거시 일하며 생활하게 했다

생활 환경이 현대의 소규모 사회와 비슷해서

할 일은 거의 없고 술만 마실 수 있었다

그러자 원주민들은 가끔 싸움을 했다

연구자들은 하루에 발생하는 싸움의 횟수를 

개인별로 측정했고 그 결과를 침팬지와 비교했다

알코올로 인한 공격성이 높은 사람들조차도

싸움의 빈도가 침팬지보다 약 2배 적었다

즉, 인간은 반응적 공격성이 매우 낮은 종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간은 상당히 특이해 보인다

우리는 선제적 공격성이 매우 높기도 하기 때문이다

Q. 왜 인간의 반응적 공격성은 낮은 걸까?

야생 동물과 가축화된 동물의 차이를 알면

반응적 공격성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서로 다르게 진화할 수 있다는 건 수많은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생물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가 1950년대에 

실험을 시작했고 그가 죽은 후엔 공동 연구자인

류드밀러 트루트가 이어서 실험하고 있다

벨랴예프는 시베리아 연구실 근처의 여우 모피 공장에서

여무 무리를 데려왔고 번식을 활발하게 시켰다

그리고 이 여우들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측정했다

실험을 도와주는 사람이 생후 6주의 새끼 여우에게

다가가게 한 다음 새끼 여우들이 으르렁거리며 

다가오는 거리를 기록했다

 

그랬더니 인간의 접근을 최대한 허락한

여우들을 가려낼 수 있었다

반응적 공격성이 낮은 여우만 번식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다시 결과를 측정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보이는 생물학적 변화가

여우들에게 나타났다

흰색 털이 나는 경우가 더 많아졌고

번식 체계도 변했고 번식의 빈도도 높아졌다

골격도 바뀌었다

 

고고학자 헬렌 리치는 가축화된 동물의

골격 변화를 연구했다

반응적 공격성이 낮은 동물들을 번식시킬 때

나타나는 변화를 연구한 것이다

이 골격 변화를 호모 사피엔스와도 비교하고

30만 년 전보다도 더 오래된 조상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와도 비교해보니

인간도 가축화된 여우와 같은 양상의 변화를 겪었다

몸이 가벼워지고 얼굴이 짧아지고 치아가 작아지고

두개골과 골격이 여성화됐다

남성의 외모가 여성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또한 눈에 띄게 변한 특성 중 하나는

안와상융기이다

초기 호모사피엔스의 안와상융기는 상대적으로

두꺼웠지만 현재로 올수록 훨씬 얇아졌다

또 하나는 얼굴 너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 너비 비율도 

초기 인류 조상에 비해 줄어들었다

 

&quot;alt&quot;:&quot;안와상융기&quot;

 

이런 특징이 아주 흥미로운 이유는

동물과 인간 모두의 반응적 공격성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대학 리그든 프로 리그든 아이스하키 경기에서는

선수끼리 충돌해 부상을 입으면 싸움이 많이 일어난다

그럼 심판은 싸움에 연루된 선수들을 패널티 박스로

보내고 그 선수들은 몇 분 동안 경기를 뛸 수 없다

선수들의 얼굴 너비를 관찰했더니

얼굴이 넓은 남성일수록 패널티 박스에 오래 머물렀다

 

&quot;alt&quot;:&quot;하키 선수의 얼굴 너비와 공격적 행동의 관계&quot;

 

여섯 개의 프로 하키팀과 여섯 개의

대학 하키 팀 모두 그랬다

하지만 아주 강력한 상관관계는 아니다

여러분이 넓은 얼굴을 가진 남성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공격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과 동일한 집단 안에서

얼굴이 좁은 사람들보다 좀 더 공격적일 확률이 크다

 

화석을 살펴보면 인간의 얼굴 너비가

점점 좁아지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인간의 반응적 공격성이 점차 

낮아진다는 뜻이다

 

&quot;alt&quot;:&quot;점점 좁아지는 얼굴 너비&quot;

 

왜 그렇게 된 걸까?

오늘날 사회에서 반응성 공격성이 너무 강한

사람들은 감옥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

300~400년 전만 해도 감옥은 별로 없었고

효과도 없었기 때문에 수감보다는 처형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수렵 채집인 사이에서는

너무 폭력적인 남성이 합의에 따라 처형될 수 있다

반응적 공격성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응적 공격성이 높은 남성은 보통 싸움에서 이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단결하면 그런 사람을 제어할 수 있다

선제적 공격성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회에서는 이렇게 합의한다

"저 친구가 행동이 불량한 조치를 취해야 겠어"

"그래! 처형하는 게 맞겠어"

세상의 어떤 다른 동물도 논의를 통해

자신이 속한 무리의 일원을 죽이기로 결정하진 못한다

인간만 할 수 있다

언어 덕분에 가능하다

 

우리의 언어 능력이 발달한 건 약 30만 년 전이었다

그 전에는 포악한 우두머리 남성이 다른 사람을

거뜬히 이겼지만 개인들이 힘을 합치자 

그런 인물을 처단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단결해 사회를 이루면서

규칙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이뤘다

남들과 싸워서 앞서 나가려는 사람을 위한

규칙이 아니라 협동을 잘하는 개인을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규칙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싸우려고만 하는 개인을 가려내면서 

우리는 가축화된 동물과 비슷해졌다

그래서 우리가 더 가벼운 몸과 짧은 얼굴, 작은 치아 같은

가축화의 흔적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는 선제적 공격성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반응적 공격성을 줄일 수 있었다

반응적 공격성을 지닌 사람들을 처형하면서 말이다

 

이런 특징의 기원을 찾아 과거로 돌아가 보면

인간은 사냥에 능하고 무기를 잘 다뤘기에

능력을 발휘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사회 문제를 잘 해결할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불이 발견된 2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이 우리를 다른 동물과는 다른 완전히 다른 길로 인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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