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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 3 (협력의 뇌과학) 1~5강

by 상팔자 2024. 2. 28.

 

(2024.02.21 방송)

 

 

EBS 위대한 수업 3 (협력의 뇌과학) 1~5강

위대한 백다섯 번째 강연 '협력의 뇌과학' (시즌 3 스물네 번째)

 

 

"alt":"성인의 뇌 무게"

 

 

 

크리스 프리스 신경심리학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명예교수

장 니코드 상 2014

피센재단 국제상 2019

유러피안 라티스 상 2009

 

 

 

 

 

1강  마음과 뇌는 어떤 관계일까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을 인지심리학이라고 한다

인간의 마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밝혀내는 것은 특히 흥미롭다

 

당시에는 대형 정신 병원에서 평생을 보내는 환자들도 많았다

그런 환자는 대부분 조현병 증상을 갖고 있었다

그들에게 현실감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아무도 없는데 목소리를 듣고

현실에서 자신이 쓸모없다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그런 환자들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에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연구했다

하지만 뇌는 교육의 대상이 아니었다

환자들의 문제는 나쁜 가정교육이 원인이라고 여겨졌다

'조현병을 유발하는 엄마'라는 용어도 등장했고

역기능적인 문화나 형편없는 정치까지도 원인으로 봤다

뇌가 원인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신의학 연구소에서 임상심리학의 중요한 분야인 신경심리학을 알게 됐다

그땐 뇌 영상법이 없었다

뇌 손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들을 보면

뇌졸중, 두부 손상 등 다양한 원인일 수 있는데 어느 부위가 손상된 것일까?

그걸 알아내는 게 임상신경심리학자의 몫이었다

 

우리는 환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인지 검사를 시행해 손상 부위를 알아냈다

 

"alt":"뇌의 손상부위에 따른 환자 분류"

 

이런 검사들은 손상된 뇌 부위를 찾고

재활 프로그램을 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게다가 마음과 뇌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예를 들면, 뇌손상 환자를 연구한 덕분에

기억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알고 보니 기억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고

 

"alt":"저마다 다른 뇌 시스템"

 

유명한 환자가 한 분 계셨는데 어제 일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새 단어나 기술을 익히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alt":"기억 뇌 시스템"

 

단기 기억력이 나빴던 환자도 있었는데

이분은 아주 짧은 수열만 기억할 수 있었다

최대 숫자 두세 개 정도였다

전화번호 외우는 걸 특히 어려워했다

하지만 장기 기억력은 멀쩡했다

 

추론해 보면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뇌 시스템은 따로 있는 것이다

단기 기억이 먼저 형성되어야만 장기 기억이 형성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에 문제가 생긴 환자를 심리학적으로 연구하면

뇌의 작동 원리를 알 수 있다

 

당시에 조현병은 '기능 정신증'으로 불렸다

조현병을 신경학적 장애가 아니라 정신의학적 장애라고 단정한 것이다

뇌 손상과 결부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경심리학자들이 검사를 진행해 손상 부위를 알아낼 기회도 없었다

뇌 손상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alt":"청각 피질이 손상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못 듣는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환청이다

환자들은 아무도 없는데도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에 우연히 밝혀진 사실을 말씀드리면

특정 약물들로 환각, 망상의 빈도와 중증도를 낮출 수 있다

이 약물들(1세대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졌고

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정신 병원에서 나왔다

대형 정신 병원 대부분이 문을 닫게 됐다

그 후에 이 약물들의 신경 메커니즘이 발견됐다

모두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했다

 

차단 효과가 커질수록 임상적 효과도 커졌다

도파민은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은 뉴런의 상호 작용을 돕는 뇌의 화학 물질이다

도파민은 운동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환각과 망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지각이나 신념 같은 고차원의 정신 기능이

변질된 환각이나 망상을 연구하는 것이 

뇌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달았다

 

신경심리학은 읽기에 관한 연구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읽기 능력은 뇌 손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증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읽기 능력을 시험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예를 들면 환자에게 단어를 읽어 보라고 하는 것이다

혹은 단어의 뜻을 말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해내지만 다른 건 하지 못할 수 있다

단어를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은 모르는 것이다

어떤 환자는 종이에 적힌 문자를 소리로 바꾸고

그 소리를 적절하게 입의 움직임으로 바꿀 수 있었다

단어를 말할 수는 있지만 의미는 모르는 것이다

반면 단어의 뜻은 알지만 문자를 소리로 못 바꾼 환자도 있었다

 

"alt":"읽기의 뇌 경로"

 

각 상자에는 '문자 인식', '단어 발화' 같은 기능이 적혀 있다

도식 위쪽 경로에서는 문자가 소리로 가는 동안 의미 단계를 거치지만

아래쪽 경로에서는 문자가 소리로 직행한다

 

여기서 어떤 상자나 연결고리가 손상되면

환자들이 보이는 다양한 읽기 장애 증상이 발생한다

그리고 환자들의 뇌 손상 부위를 알면

상자가 뇌 속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곧 알게 될 줄 몰랐다

물리학이 발전하고 컴퓨터 성능이 크게 나아지면서

살아 있는 뇌를 자세하게 3D로 볼 수 있게 됐다

 

"alt":"뇌의 스캔 사진"

 

위는 죽은 사람의 뇌를 자른 사진이고 

아래의 사진은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MRI로 촬영해서

3D 이미지로 만든 후 그 이미지를 자른 것이다

두 사진은 거의 똑같다

 

뇌 스캔의 등장 이후

손상 부위를 찾기 위한 신경심리학 검사는 불필요해졌다

환자가 스캐너에 잠깐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alt":"뇌의 단면 스캔 사진"

 

이 환자는 발화뿐 아니라 소리 자체를 인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놀라운 발전은 계속됐다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볼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됐다

이제는 매 순간에 뇌의 어느 부분이 가장 활동적인지 볼 수 있다

 

"alt":"건강한 청각 피질의 반응"

 

소리를 들을 때 이렇게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신기술에도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뇌를 스캔하려면 지원자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최대한 가만히 있어야 했다

지원자들이 가능한 한 적은 활동을 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

행동하는 대신에 생각하기를 요청했다

 

"alt":"움직인다고 상상했을 때와 움직였을 때의 뇌의 모습"

 

 

이런 연구는 마음과 뇌 연구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됐다

인간의 행동 없이도 뇌 활동을 관찰해 정신 작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뇌 영상은 무의식적 과정을 탐구하는 새 길을 열어줬다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연구해 보니

읽기에도 여러 뇌 시스템이 관여하고 있었다

문자를 소리로, 문자를 의미로 바꾸는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해 읽는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이 효율적인지는 우리가 말하는 언어에 달려 있다

이탈리아어 같은 언어에서는 문자가 소리를 나타낸다

 

"alt":"이탈리어의 문자체계"

 

한국의 훌륭한 문자 체계인 한글도 같은 원리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alt":"영어의 문자체계"

 

난독증이 있는 사람도 덜 어려워하는 언어다

다양한 문자 체계에 노출되면 뇌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alt":"영국인과 이탈리아인의 뇌 스캔"

 

영국인의 뇌에서 더 활발했던 영역은

의미를 읽는 시스템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탈리아인의 뇌에서 더 활발했던 영역은

청각 피질 가까이 위치하고 소리를 읽는 부분이다

뇌가 문화와 상호 작용하는 놀라운 방식을 보여주는 연구이다

 

 

 

 

(2024.02.22 방송)

 

 

2강  사회성은 어떻게 생기는가

 

 

 

 

사회성을 만드는 뇌

 

 

왜 문화에 노출되기만 해도 우리의 뇌가 변하고 사회성이 생길까?

 

많은 사람이 본성후천적 양육대립 관계라고 생각한다

본성을 중시하는 측은 우리 뇌와 행동이 유전자에 따라 결정되며

그 유전자는 세세한 계획을 통해 뇌와 정신이 어떻게 발달할지 

미리 정해 두었다고 한다

 

반면 후천적 양육을 중시하는 측은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나고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될지 결정하는 것은 오직 경험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본성과 양육은 그런 대립 관계가 아니다

양쪽이 함께 지금의 우리를 만든다

우리 뇌는 태어날 때 이미 고도의 구조화를

마친 상태이지만 이후에도 변할 수 있다

 

뇌가소성으로 인간이 문화에 반응하고 사회적 존재가 될 수 있다

 

"alt":"뇌가소성"

 

 

뇌가소성의 예

 

1. 색 경험

색은 우리 눈에 들어오는 빛의 파장에 의해 결정된다

 

"alt":"인간의 빛의 파장"
"alt":"인간의 빛의 파장 중 가장 긴 빨간색"

 

하지만 어떤 물고기는 파장이 더 긴 적외선을 감지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빛 중 파장이 가장 짧은 건 보라색이지만

나비와 벌 등 수많은 동물은 파장이 더 짧은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다

 

"alt":"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빛의 파장"

 

색맹이 아니라면 색 경험은 눈 속의 세 수용체로 형성되는데

 

"alt":"색의 수용체"

 

빨강-초록 축과 노랑-파랑 축이 있는 이 공간으로

수백만 가지의 색을 나타낼 수 있다

각각의 색은 이 공간에서 특정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가 본래 가지고 태어나는 맨 처음의 색 공간이다

우리가 신생아일 때는 이 공간에 경계가 없고

바로 옆 색상 간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문화를 경험하면서 색 공간이 영향을 받는다

 

3살쯤 되면 빨강, 파랑 같은 색이름을 학습하게 되는데

색이름을 알게 되는 순간 연속적이던 색 공간에 경계가 생긴다

 

"alt":"경계가 생기는 색의 공간"

 

색 이름을 학습하는 게 색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alt":"색의 범주 구별"

 

문화는 색을 인식하는 데 더 미묘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언어가 다르면 색이름도 다르고

이름 때문에 색의 범주도 다르게 형성된다

 

러시아에서는 밝은 파란색을 '골루보이'

어두운 파란색을 '시니'라 한다

 

"alt":"러시아에서 파란색의 범주"

 

파란색을 같은 범주로 보는 자의 색 공간과는 약간 다르다

색 공간이 이런 영향을 받는다는 건

문화가 뇌 기능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세상 보는 방식이 문화로 인해 비슷해지기도 한다

 

갓 태어났을 때는 사람마다 색 공간이 조금씩 다르다

색 수용체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색맹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색맹인 사람의 색 공간도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

색맹이 아닌 사람들과 비슷해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서야 자신이 색맹인 걸 깨닫는 사람들도 있다

문화는 우리를 한 집단으로 묶고 세상을 같은 방식으로 보게 한다

 

그래서 사회적 상호 작용이 더 쉬워지는 것이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는 '빨간색'이 뭔지 쉽게 알아듣는 것처럼 말이다

 

 

2. 음성 언어

음성 언어를 지각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하다

문화가 색 지각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작지만

말을 인식하는 데는 엄청난 영향을 준다

언어의 이해는 말을 인식하는 데 달려 있는데

말은 '음소'라는 다양한 소리 요소로 구성된다

 

음성 언어는 소리와 파장으로 구분한다

언어음의 수와 성격은 언어마다 다르다

다른 언어에는 없는 언어음이 어떤 언어에는 존재하고

언어음의 수도 언어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모국어를 학습해야 한다

 

모국어 학습의 핵심은

모국어의 특정 소리를 익히는 게 아니라

모국어 소리가 아닌 모든 소리를 망각하는 것이다

뇌에는 모든 색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모든 언어음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언어음 공간은 색 공간과 비슷해서 처음에는 경계나 범주가 없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는 가능한 모든 언어음을 지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후 1년 동안 언어음 공간은 아기가 듣는 언어음에 따라 변한다

단순히 모국어 소리에 노출되기만 해도 

아기의 언어음 공간에 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모국어에 없는 언어음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영어가 모국어인 아기는

힌디어의 중요한 소리를 지각하지 못하고

일본어가 모국어인 아기는

영어에서 중요한 L과 R의 차이를 지각하지 못한다

 

색 공간처럼 언어음 공간에서도 범주가 같으면 구별이 어려워진다

영어 사용자가 L과 R로 구별해 듣는 소리들을

일본어 사용자는 하나의 범주로 인식한다

 

유아는 언어음 범주를 인식하기 위해 일부러 배울 필요가 없다

앞서 말했지만 뇌의 언어음 공간은 단순한 노출만으로도 변한다

성인이 되어도 말을 소리 단위로 인식 못하고 단어와 의미로 인식한다

유아기 언어음에 노출되는 동안 성인,

특히 엄마는 아이가 듣는 소리를 의도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때 엄마들이 사용하는 말을 특별히 '모성어'라고 한다

목소리를 높이고 모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기의 뇌가 언어의 말소리 특징을 인식하기 쉬워진다

 

'shoe', 'sheep', 'shark'라는 세 단어가 만든 모음 공간과 모음의 위치를 보라

 

"alt":"엄마에 의해 달라지는 모음 공간"

 

모국어의 소리와 말하기를 학습하면 언어 능력이 고정된다

나이가 들어서 다른 언어에 아무리 많이 노출된다고 해도

외국 억양을 버리거나 특정 음을 구별하는 게 어려워진다

R과 L을 구별하기 어려워했던 일본인들 역시 성인들이었다

 

 

3. 얼굴인식

얼굴은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얼굴을 보면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고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도 알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얼굴을 보면 상대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랑 비슷한 사람인지, 외국인인지 얼굴로 판단하는 것이다

 

뇌 속에는 색과 언어음뿐 아니라 얼굴 공간도 있다

 

"alt":"뇌의 얼굴 공간"

 

"alt":"달라지는 얼굴 특징"

 

우리가 듣는 소리에 따라 언어음 공간이 변화하는 것처럼

얼굴 공간도 우리가 보는 얼굴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언어음 공간은 생후 몇 년이 지나면 고정되지만

얼굴 공간은 평생에 걸쳐 바뀌었다

평균 얼굴은 우리가 최근에 본 얼굴에 따라 변한다

 

"alt":"유럽인의 얼굴과 일본인의 얼굴"

 

일본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오른쪽의 두 얼굴을 보며 살 것이다

그런 노출로 인해 새로운 평균 얼굴이 중앙에 위치하고

왼쪽의 세 얼굴은 일본인으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 사는 사람 대부분은 왼쪽의 두 얼굴을 보며 살 것이다

역시 오른쪽의 세 얼굴은 유럽인으로 인식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 살던 사람이 영국에 가면 유럽인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새 평균이 생기고 이 사람은

유럽인과 같은 방식으로 얼굴을 인식하게 된다

 

단순한 노출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뇌의 신경 세포들끼리 상호작용하고

연결을 조정하는 기본 메커니즘을 따른다

 

이게 바로 도널드 헵이 최초로 설명한 '연합 학습'의 기초이다

'헵식 학습'이라고도 한다

 

"alt":"헵식 학습"

 

어떤 신경 세포들이 각각 조금씩 다른 밝기의 빨간색에 반응한다면

이 세포들은 빨간색이라는 범주하에 모두 연결된다

이렇게 연합이 생기고 나면 어떤 빨간색을 보든

그 모든 세포가 함께 활동한다

이러한 뇌 가소성 덕분에 우리가 문화에 적응하고 사회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뇌 속의 얼굴 공간과 언어음 공간이 다르다는 건

문화와 사회적 상호 작용에 뇌가 반응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결정적 시기'라는 짧은 발달기를 거치고 나면

연합이 고정되는데 언어음이 그런 경우다

 

♣  결정적 시기: 뇌가 환경과 경험의 영향에 민감한 시기

 

반면 뇌 시스템이 계속 변하는 경우도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 맞추기 위해

가소성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얼굴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의 지각만 문화에 맞게 조정되는 건 아니다

우리의 행동도 문화에 맞게 조정된다

한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하게 된다

 

영국 차들은 좌측통행을 한다

여러 문화적 관습 중 하나인데 서로 충돌하는 걸 막아 준다

보행자의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영국인은 길을 건너기 전에 오른쪽부터 살핀 다음

차고 오는지 확인하고 건넌다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동으로 오른쪽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길을 건넌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면 이 습관이 방해가 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차들이 우측통행을 한다

 

이 습관에 저항하려면 온 힘을 다해 일부러 생각을 해야 한다

습관이 얼마나 강력하고 자동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의 사회성에 도움을 주는 습관은 많다

방금 설명한 습관도 타인과 협동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간 외의 여러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뇌 메커니즘인

'시행착오 학습'은 우리가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보다 세상을 더욱 효과적이고

친사회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은 바로 타인을 관찰하는 것이다

 

 

 

 

(2024.02.23 방송)

 

 

3강  공감 능력은 왜 생기는 걸까

 

 

 

 

모방과 조정

 

 

모든 동물이 그렇듯 우리도 무지한 상태로 태어난다

뭘 먹어야 하는지, 어디서 식량을 구해야 하는지

누가 친구고 누가 적인지 모르는 상태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세상을 빠르게 학습하도록 설계돼 있다

바로 '강화 학습' 메커니즘이다

 

"alt":"강화 학습"

 

어떤 음식을 먹었는데 맛있고 몸에 이상이 없다면

보상을 받았다고 느끼고 그 음식은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어떤 음식을 먹었는데 맛도 없고 몸이 아프면

벌을 받았다고 느끼고 그 음식은 나쁜 음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뇌가 타인을 통해 학습할 때 사용하는 메커니즘은

우리가 스스로 학습할 때 사용하는 메커니즘과 동일하다

우리는 보상과 관련된 것과는 가까워지려 하고

처벌과 관련된 것들은 피하려 한다

 

타인이 받는 보상과 처벌에도 반응한다

마치 우리 자신이 보상과 처벌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보상받는 걸 보면 우리 뇌의 보상 시스템이 활성화한다

내가 보상받은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 처벌받는 걸 보면 고통스러워한다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은 다른 존재가 보상과 처벌받는 걸

관찰하기만 해도 세상을 학습할 수 있다

 

왜 타인의 행복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타인의 고통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걸까?

 

방금 설명한 강화 학습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이유는

우리의 뇌 시스템이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기 때문이다

 

지원자가 고통스러운 자극을 받았을 때

뇌에서 어떤 활동이 발생하는지 실험해 봤다

그런데 지원자의 친구가 고통받고 있다고 들었을 때도

똑같은 뇌 영역에서 활동이 발생했다

 

"alt":"내가 고통을 받았을 때와 타인의 고통을 알았을 때의 뇌의 변화"

 

다른 감정의 경우도 결과는 같다

역겨운 냄새를 맡았을 때와 역겨워하는 표정을 봤을 때

동일한 뇌 활동이 발생한다

두려움도 마찬가지다

두려운 표정을 봤을 때와 두려움을 느낄 때의 뇌 활동이 같다

 

이런 현상은 사고를 거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두려워하는 표정을 보면 우리 자신도 함께 두려움을 느낀다

그 표정을 봤는지 모를 만큼 잠깐 봤더라도 그렇다

뇌 속의 이런 거울식 모방 시스템을 처음 발견했을 때

연구자들은 감정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의 자코모 교수 연구진이 발견했다

연구진은 원숭이의 운동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었다

일단 원숭이가 땅콩을 집는 행동을 할 때

어떤 신경 세포가 활성화하는지 알아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원숭이가 직접 땅콩을 집지 않고

땅콩을 집는 실험자를 볼 때도 같은 신경 세포가 활성화한 것이다

 

"alt":"원숭이의 운동 시스템 연구"

 

원숭이가 본 행동과 하는 행동 사이에 거울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뇌 영역을 포함하고 있는 인간의 뇌에서도

 

"alt":"원숭이와 인간의 거울 시스템"

 

거울 시스템의 흥미로운 특징은

신경 세포가 시각 시스템이 아닌 운동 시스템에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움직이는 걸 보면 우리의 운동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보통 따라 움직이진 않지만 모방하려는 경향을 의도적으로 억제해야 한다

누가 움직이는 걸 보면 우리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는다

 

"alt":"타인의 행동에 따른 변화의 차이"

 

하지만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은 대체로 이롭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특히 그렇다

협력이 필요한 순간에는 행동을 똑같이 맞춰야 한다

뇌의 거울 시스템은 이런 일을 수행할 때 행동을 맞출 수 있게 도와준다

행진과 춤 같은 단체 활동에서 장점이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규모가 클수록 행동을 맞추기가 쉬워진다

 

사람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때 추가적인 이점들이 있다

의식이나 활동에서 행동을 맞추면 사회적 결속력이 높아진다

남들과 더 어울리려 하고 서로에게 이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집단행동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무리 지어 움직일 때 정렬하여 움직이는 동물이 많다

물고기 떼나 새 떼, 영양 무리를 보면 멋진 대열을 이룬다

 

"alt":"찌르레기 무리"

 

 

하지만 인간은 다소 특별한 정렬을 보여 준다

'과잉 모방'이라고 한다

이것도 타인을 관찰하며 학습하는 방식이다

복잡한 상황에서 일어나곤 하는데 퍼즐 상자의 예를 보자

 

 

 

보통의 동물이라면 다른 동물이 음식을 꺼내는 방법을 보고 학습한다

그러나 인간은 상자 여는 법을 학습할 때 특이한 행동을 보인다

실험자가 아이들에게 간식 얻는 법을 보여 주면서

불필요한 과정을 추가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상자를 열 수 있다

오히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목적 달성과는 무관하게

괜히 들어간 단계를 모방했다

 

반면 침팬지는 불필요한 단계를 생략했다

그럼 침팬지가 인간보다 더 이성적인 걸까?

최대한 빨리 음식을 얻는 게 목표라면 침팬지가 더 이성적이다

하지만 인간은 비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이 타인을 모방할 때는 다른 목적이 있다

우리가 무리의 일원이라는 걸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게 우리 방식이고 난 그걸 올바르게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올바르게'라는 말은 틀린 방식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그 틀린 방식을 따르는 집단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심리학의 창시자인 윌리엄 맥두걸은 이렇게 말했다

 

"alt":"윌리엄 맥두걸의 말"

 

영국인은 프랑스인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서로 친절하게 대한다든지

사회적인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에게 친절한가?

모두에게 친절하진 않다

여기서 사회성의 어두운 면이 나온다

우리는 같은 집단 사람에게는 친절하지만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에게 늘 친절하진 않다

그리고 내집단이 있다면 외집단도 존재한다

 

외집단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감정은 모방하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자극을 받는 사람을 지켜보게 하고

뇌 활동을 관찰하는 실험이 있었다

 

고통을 받는 사람과 피험자가 둘 다 유럽인이면

통증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에서 활동이 나타났다

 

"alt":"내집단의 거울 반응"

 

피험자는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피험자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지켜본 경우,

즉 유럽인이 아시아인을 지켜보거나

아시아인이 유럽인을 지켜봤을 때는 공감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거울 반응과 모방은 내집단 안에서만 일어난다는 뜻이다

 

우리는 외집단 사람들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 학습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불필요한 행동일지라도 내집단 사람들을 모방한다

이게 과잉 모방이다

 

물론 과잉 모방에는 목적이 있다

우리가 같은 내집단에 속한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다

내가 속한 집단의 방식을 따라서 그 일원이 되고 싶은 것이다

과잉 모방은 구성원이 되고 싶은 우리의 강한 욕망을 보여 준다

집단 내의 위치가 위태로워지면 이 욕망은 더 강해진다

 

우리는 모두 배척을 두려워한다

소외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alt":"배척에 반응하는 통증 영역"

 

그만큼 배척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한 실험에서는 배척을 경험한 아이들이

내집단 아이들을 더욱 철저히 모방했다

누가 배척당하는 걸 보기만 해도 결과는 같았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행동한다

그러나 다른 집단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을 가진다

이 때문에 다른 집단 사람들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진다

서로를 이해하는 게 어려우니 그냥 피해버린다

외집단의 동기를 의심하게 되고 적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이 사회적 과정은

집단 간의 증오와 반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까?

다행히도 이런 사회적 과정은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의 이기적 욕구와 외집단 혐오를 억제할 수 있다

 

전두엽은 고차원적인 통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백인 미국인들에게 흑인 얼굴을 보여 준 실험이다

거의 무의식적인 처리 과정이 일어나게 하니

 

"alt":"백인에게 흑인의 얼굴을 보여 준 실험 결과"

 

편도체의 활동은 줄어들고 전두엽의 활동이 증가했다

정확히는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전대상피질이다

전두엽의 활동이 고차원적 통제 과정으로

자동적인 지각 과정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고차원적 통제 과정이 인종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4.02.26 방송)

 

 

4강  소통은 왜 우리의 행동을 바꿀까

 

 

 

 

의식적 정신세계

 

 

우리는 단순히 세상을 보고 그에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지각과 행동을 고찰할 수 있고

다른 동물들과 달리 고찰한 것을 타인과 나눈다

우리는 색이 보이면 그에 반응할 뿐 아니라

보이는 색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봉쇄기간 동안

사람들은 하늘의 색깔이 더 파래졌다고 얘기하곤 했다

주관적인 경험을 얘기 나누다 보면 실제로 경험이 바뀐다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보는 공통된 모델을 만들어낸다

세상을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똑같이 본다고 생각한다

이건 집단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다

저마다 세상을 다르게 본다면 옳은 방식이 뭔지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 모두가 세상을 같은 방식으로 볼 때

우리의 경험을 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 보이는 진짜 세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제각각 다른데 어떻게 세상을 같게 보는 걸까?

 

우리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똑같지 않다

몸도 감각도 조금씩 다를 것이다

필연적으로 세상에 대한 경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게 드러났다

 

2015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이 큰 화제가 됐다

 

"alt":"드레스 색 논쟁"

 

실제로는 검은색 레이스가 달린 파란색 원피스였다

 

"alt":"다르게 인색한 드레스 색"

 

그런 색 같다는 추측이 아니라 그 색이라고 확신했다

그만큼 논쟁도 뜨거웠다

같은 사진을 왜 다르게 보는 걸까?

같은 세상을 왜 다르게 인식하는 걸까?

바로 우리가 세상을 카메라처럼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다방면으로 뛰어났던 과학자 헬름홀츠는

우리의 뇌가 카메라보다 훨씬 정교하다는 걸 알았다

눈과 귀 같은 우리의 감각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들의 증거가 돼 준다

하지만 그 증거는 불분명하고 모호할 때가 많다

 

우리는 감각이 주는 증거와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이용해

지금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추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막에 있는데 

먼지 속에 하얀 생명체가 희미하게 보인다면

북극곰보다는 흰색 낙타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막에서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예측이 지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alt":"검은 얼룩 그림"

 

대부분은 아무렇게나 튀어 있는 검은 얼룩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얼룩이 아니라 소라면,

 

"alt":"소그림"

 

지각이 '경험에 의한' 예측에 따라 쉽게 바뀌는 걸 알 수 있는 예이다

원피스 색을 다르게 보는 이유도 경험 예측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체의 색을 인식하는 것은 늘 모호할 수밖에 없다

우리 눈에 도달하는 색은 물체의 색으로 부분적 결정되지만

물체를 비추는 빛의 색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주황색 가로등 밑에 세워진 차의 색상을 생각해 보라

그러니 물체의 진짜 색을 보려면

물체를 비추는 빛의 색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원피스의 색을 다르게 보는 문제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마다 원피스를 비추는 빛의 색을 다르게 예상하기 때문에

같은 옷인데도 다른 색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예측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일부는 과거 경험에서 생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에 대해 아는 것들은

대부분 타인과 문화를 통해 배운 것이다

우리의 지각도 예측의 영향을 받고

예측은 문화로부터 형성된다

 

 

물리적 세계에 대한 지각이 문화에 의해 변하는 

이 현상은 정신세계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우리는 타인과 문화를 통해 감정을 해석하는 법을 학습한다

 

커다란 케이크 한 조각이 눈앞에 있다고 해 보자

먹고 싶지만 몸에 안 좋다는 걸 안다

어떤 행동도 않고

케이크를 안 먹으려 애쓰는 것만으로도 힘들게 느껴진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 어떻게 될까?

 

어떤 사람은 정신노동도 육체노동만큼 힘들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면 일단 쉬어야 다시 일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한  획기적인 실험에서 두 실험군에게 각각 다른 믿음을 갖도록 지시했다

한 실험군에는 정신노동이 인간을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힘든 정신 활동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고갈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실험군에는 오히려 기운이 날 거라고 말했다

정신력은 자동으로 회복돼서 힘든 정신 활동 후에도 지속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지시는 뚜렷한 효과가 있었다

첫 번째 실험군은 힘든 정신 노동 후 성취도가 낮아졌지만

기운이 난다는 말을 들은 실험군은 더 나은 성과를 냈다

힘든 정신노동에 뒤따르는 내면의 감정을 해석하는 방식이

미리 주입된 믿음 때문에 바뀐 것이다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특히 잘 보여 주는 신호가 확신이다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어떤 종류의 결정이든 이런 확신이 뒤따른다

내가 보는 것을 '무엇'이라고 결론을 내릴 때도 그렇다

 

예를 들어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처음 토성을 발견했을 때

 

"alt":"갈릴레오가 그린 토성"

 

갈릴레오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토성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내려 했을 것이다

토성의 고리를 인식한 후에는 자신이 본 것에 대한 확신이 커졌을 것이다

 

확신은 행동을 결정할 때도 개입한다

도시로 이사를 해야 할지, 직업을 바꿔야 할지 생각할 때 말이다

우리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후회할까 봐 불안해한다

확신을 느끼려고 애써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확신이 드는 느낌을 잘 활용하려면

그 느낌이 믿을만한 잣대로 기능을 해야 한다

즉 확신이 강하면 옳은 결정을 내렸던 것이고

확신이 약하면 그른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커야 할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확신의 세밀함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그럴수록 확신은 더욱 유용해진다

타인이 드러내는 확신도 나에게 유용하다

확신의 정도는 결정을 내리는 속도로 알 수 있으며

사람의 능력을 보여 주는 척도가 된다

하지만 이런 간접적인 신호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얼마나 확신이 있는지 우리는 서로 말해줄 수 있다

 

이렇게 확신을 공유하는 건

집단 의사 결정 같은 사회적 상호 작용에 아주 중요하다

한 실험에서 어려운 지각력 과제를 내고

두 참가자가 함께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처음 그들은 본 것에 대해 각자 결정을 내렸다

의견이 어긋나면 토론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이 협력할 때의 과제 성취도가

최고 전문가가 혼자 할 때보다 나았다

머리 두 개가 더 나은 것이다

확신을 공유한 결과가 이득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낮아지고 목표가 흐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집중력이 동시에 떨어질 확률은 낮다

집중력 저하는 확신의 저하와 관련돼 있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더 확신하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면

집중력 저하의 영향을 피할 수 있다

실험의 참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참가자들은 확신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고

매번 더 확신이 있는 사람의 의견을 따랐다

참가자들은 특정한 표현을 통해 확신의 정도를 드러냈다

 

그런데 더 확신하는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게 항상 좋을까?

누군가 확신을 보이면 모든 걸 잘 알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거라 가정한다

이 가정은 틀렸을 수 있다

자신의 결정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사람은 항상 있다

그 모습에 몇 번은 속을 수 있지만 나중에 상대의 무지가 드러나면

그때부터 우리는 그 사람의 확신을 무시해 버린다

반면에 확신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옳은 의견을 이야기해도 무시당할 때가 있다

주목받고 싶다면 그들은 확신을 과하게 표현해야 한다

우리가 타인에게 드러내는 확신과 

자신의 능력에 따라 느끼는 확신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뇌가 공과 사를 구분하는 건 전두옆 끝의 활동에서 나타난다

 

"alt":"다른 영장류에 비해 발달한 인간의 이마극"

 

 

우리는 전두엽 끝쪽 부분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신감을 표현한다

협력과 경쟁을 구분해서 확신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확신이 과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이 함께 일하면 어떻게 될까?

확신이 과한 사람의 의견을 너무 따르면 집단 의사 결정의 장점이 사라진다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옳은 말을 해도 무시당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확신감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면

각자 서로에게 맞춰 자신의 확신 정도를 조정한다

확신이 과한 사람은 확신의 표현을 줄이고 확신이 부족한 사람은 확신의 표현을 늘린다

 

서로 균형을 조정하며 협력의 덕을 본다

우리는 물리적 세계와 마찬가지로 정신세계에서도 자신을 조정한다

 

 

 

 

(2024.02.27 방송)

 

 

5강  뇌는 왜 공정함에 민감한가

 

 

 

 

뇌와 문화

 

 

뇌 영상 실험은 지원자가 스캐너 안에 있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lt":"카드의 규칙을 찾는 방법"

 

구두로 몇 분만 설명해도 과제 수행법을 숙지시킬 수 있다

원숭이에게도 같은 과제를 훈련시킬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원숭이의 전두피질도 활성화된다

 

하지만 말로는 원숭이를 훈련시킬 수 없다

 

"alt":"원숭이와 인간의 전두피질"

 

그럼 구두지시는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신뢰게임 중의 인간 뇌를 관찰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이체한다

협조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이자를 더해 돈을 갚고

반사회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돈을 거의 갚지 않을 것이다

 

누가 협조적인지, 반사회적인지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예상보다 협조적이고 원금보다 더 큰돈을 갚으면

예측 오류가 발생하고 우리는 그 사람의 협조 점수를 높인다

누가 예상보다 돈을 덜 갚아도 예측 오류가 발생한 것이고

이번엔 반사회적 점수를 높일 것이다

 

예측 오류와 관련된 활동은 뇌 중간 영역에서 나타난다

특히 꼬리핵에서 우리가 시행착오를 통해 학습할 때마다 활동이 발생한다

하지만 누군가 지시를 통해 정보를 주면 뇌 활동 패턴이 바뀐다

신뢰게임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누가 협조적인지, 반사회적인지 미리 알려준다

 

예를 들어 프레드는 영문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하고

불이 난 콘서트장에서 친구를 구한 적이 있다

반면 짐은 경영학 전공 대학원생으로

우주 왕복선의 타일을 온라인 경매로 판매하려다

체포된 이력이 있다

 

"alt":"신뢰 게임 실험의 예"

 

이렇게 지시를 받으면 더 이상 뇌의 꼬리핵에서

예측 오류와 관련된 활동이 나타나지 않는다

피험자들이 상호 작용을 통한 학습을 멈췄기 때문이다

프레드가 협조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

행동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뇌 활동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변화가 생긴다

누가 협조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람이 가끔 돈을 갚지 않아도 계속 투자하게 된다

예측 오류가 이제 무시되는 것이다

 

 

꼬리핵에서 나타나는 예측 오류는 어떻게 무시될까?

 

먼저, 상대방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지시'가 들어온다

상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는 내측 전전두피질에 숨겨져 있었다

 

"alt":"내측 전전두피질"

 

그런데 상대가 사전 믿음과 반대로 행동하면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반응을 억제한다

 

"alt":"배외측 전전두피질"

 

이게 지시가 작동하는 중요한 방식이라고 본다

지시를 통한 사전 믿음이 주입되면서

우리가 시행착오 학습에 의존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모두 항상 가십을 즐긴다

가십의 주제는 언제나 타인이다

예상치 못한 타인의 좋은 행동보다는 나쁜 행동에 관해 얘기할 때가 많다

짐이 반사회적이라는 정보 역시 전형적인 가십에 속한다

우리는 가십을 통해 누구를 믿거나 피할지 학습한다

 

신뢰는 사회에서 아주 중요하다

신뢰해야 할 사람과 피해야 할 사람을 알아야 하고

우리 자신도 남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우리는 좋은 평판을 쌓고 지켜야 한다

좋은 평판에는 많은 이점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에 따라 믿음이 가는 정도가 다르고

개인의 신뢰성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여긴다

어떤 사람이 오늘 믿을 만하다면 다음 주에도 믿을 만할 것이고

돈 문제에서 신뢰할 수 있다면 비밀도 잘 지킬 거라고 믿는다

 

미지의 상태 신뢰성은 타인의 행동을 예측할 때 꼭 알아야 한다

접시에 과자 하나가 남아 있고 주변에 사람들이 서 있다

짐이 과자를 가져간다, 왜 그랬을까?

배가 고파서 가져간 것이다

짐은 이기적이라 다른 사람 생각은 하지 않았고

우연이 아니라 일부러 과자를 가져갔다

 

이렇게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면 그 행동을 이해 혹은 예측할 수 있다

짐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면 마지막 과자를 가져갈 거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이 쉽진 않다

 

"alt":"측두엽-두정엽 경계영역"

 

이 영역들의 정확한 역할과 협동 방식을 아직 모른다

경쟁하든, 협력하든 타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건 중요하다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경쟁은 항상 어렵다

속임수와 편법으로 다른 사람을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새로운 편법도 그 편법을 가려내는 방법이 나올 테니

우리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협력 관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협력하려면 이기심을 누르고 상대의 욕구를 생각해야 한다

이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뇌와 문화의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는 욕망을 쉽게 억제하는 요령과 지름길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책임감과 공정성이라는 개념

 

짐이 마지막 과자를 가져간 얘기에서

짐에게 일부러 그랬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할 것이다

아마 자기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는 뚜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 봐 빨리 집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늦게 행동했을 때 느낄 후회를 예상한 것이다

 

우리가 행동할 때 경험하는 감정의 두 가지 측면을 방금 언급했다

첫째, 우리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낀다

우리는 행동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게 한다

둘째, 우리는 선택권이 있었다고 느낀다

달리 행동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말 걸 그랬다 싶으면

후회라는 감정이 생긴다

행동의 결과를 보고 다른 선택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행동에 대한 통제권과 선택권을 가졌다는 느낌은

우리가 자유 의지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기초가 된다

자유 의지는 환상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일이 물리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는 것이다

만약 이 주장이 옳다고 해도 자유 의지가 있다는 믿음 자체는

문화뿐 아니라 사회적 결속력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짐이 과자를 가져간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이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그게 우연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한다

예측의 또 다른 예이다

만약 짐이 과음해서 몸을 가눌 수 없었다면?

과자를 집으려 했지만 대신 접시를 집었다면?

이건 우연이다

또는 다른 사람에게 접시를 전해 주려다 실수로 과자를 집었다거나

이 경우도 우연이다

 

이렇게 우연을 감지하는 뇌 메커니즘은 진화 초기에 나타났

인간뿐만 아니라 곤충과 물고기도 가지고 있다

동작을 수행하라는 명령이 운동 시스템에 전달되면

곧이어 감각 체계로도 메시지가 전달돼서

우리가 행동의 결과로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지 예측하게 된다

이 메커니즘 덕분에 행동의 의도성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문화를 경험하며

의도성을 구분하는 걸 학습하게 됐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런 구분을 배운다

내 손자는 종종 자기 여동생을 때리고는 사고였다고 주장한다

우연이라고 하면 덜 혼난다는 걸 아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나쁜 행동을 하면 벌을 받고

좋은 행동을 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걸 배운다

하지만 처벌과 보상은 고의로 인한 행동에만 뒤따른다

우리는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걸 배우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테니 어떤 행동은 하지 말라는 말도 듣는다

하지만 그게 우연이라면 내 책임이 아니다

책임 의식은 사회적 결속력을 지켜 준다

 

사회적 결속력은 좋은 행동 규범이 유지되는 데 달려 있는데

여기에는 처벌이 역할을 한다

나쁜 의사는 면허를 잃는 처벌을 받는다

문화적 규범을 어긴 사람도 차별을 받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면

잘못된 행동을 한 후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나중에 후회할 거라 예상해 그런 행동을 피하게 된다

우리의 뇌와 문화가 상호 작용하는 양육 과정을 통해

이기적인 행동을 나쁘게 이타적인 행동을 좋게 느낀다

 

이타적으로 행동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하려면 불편한 감정과 싸워야 한다

우리 행동을 기발하게 정당화해야 한다

무책임해 보이면 평판이 깎이고

좋은 평판에 따라오는 모든 보상을 잃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욕구를 억누르는 또 다른 방법은

공정성이라는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공정성은 특히 자원의 분배와 관련이 있다

어린아이들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크게 불평한다

다른 형제들보다 작은 케이크를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내가 남보다 적게 받을 때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지만

남보다 많이 받을 때도 그렇게 느껴야 올바른 것이다

이런 현상을 '불공정 회피'라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 양육을 받으면서 불공정을 혐오하게 된다

불공정한 상황에 자동으로 반응한다

부당한 상황을 겪는 건 물론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편도체를 활성화시킨다

 

"alt":"편도체의 활성화"

 

우리의 불공정한 행동을 어떻게든 정당화해야 하고

부당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가 높은 수준의 문화적 개념(책임감, 공정성)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협력의 비결이다

영국에서 길을 건널 때 오른쪽을 살피는 것처럼

지시가 갖는 하향식 정보전달을 통해 책임감 있고

공정하게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

 

이런 행동을 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도 밝혀지고 있다

특히 세 가지 영역이 중요하다

안와전두피질사물의 가치와 연관된 영역으로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에는 높은 가치를 매기고

싫어하는 음식에는 낮은 가치를 매긴다

이 영역은 공정성에 민감하고

공정성은 맛있는 음식처럼 높은 가치를 얻는다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지금 상황에 가장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는데 관여한다

우리 사회의 규범에 맞는 행동을 하는 뇌 영역이다

양육 과정에서 적절한 행동에 대해 학습을 마쳤기 때문에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보처리를 할 필요는 없다

내측 전전두피질타인과 관련된 영역이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과 의도를 파악한다

우리가 타인의 행동을 해석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alt":"세 가지 전전두피질"

 

이런 뇌와 문화의 상호 작용들 덕분에

우리가 매우 정교한 사회적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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