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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지식 사이

EBS 위대한 수업 3 (그림은 어떻게 이야기 되는가) 1~4강

by 상팔자 2024.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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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5 방송)

 

 

EBS 위대한 수업 3 (그림은 어떻게 이야기되는가)

위대한 백네 번째 강연 '그림은 어떻게 이야기되는가' (시즌 3 스물세 번째)

 

 

 

앤서니 브라운(Anthony Browne) 그림책 작가
1983, 1992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

1983 커트 매쉴리상

2000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2009 영국 계관 아동문학가

2021 대영제국 훈장(CBE)

 

 

"alt":"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

 

 

1강  첫 번째 그림책 '거울 속으로'

 

 

 

 

"alt":"앤서니 브라운의 어린 시절"

 

"alt":"왕바보 태클"

 

4살 때라 왜 '왕바코 태클'인진 모르지만 슈퍼히어로였다

내가 사는 세상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그 술집은 참 이상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아저씨가 있는데

툭하면 자기 배를 힘껏 때리라고 했다

그런데 때려도 전혀 아파하지 않았다

자기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려 했던 거다

 

그런 추억들이 내 책에 나오는 캐릭터에 영향을 줬다

그때 형과 하던 그림 놀이가 있었는데

 

"alt":"모양상상놀이"

 

그런데 나중에 세계 각국의 학교에 가봤더니

많은 아이가 그 놀이를 만들거나 부모에게 배웠다

내 모든 책에 그 모양 상상 놀이가 쓰였다

 

"alt":"모양상상놀이 방법"

 

"이 모양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다른 색으로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모양을 변형하는 놀이인 것이다

작품 활동 내내 그 변형의 개념을 활용했다

 

"alt":"앤서니 브라운이 8세 때 그린 그림"

 

걷고 있는 사람의 다리이다

 

"alt":"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양말에 해적이 숨은 그림"
"alt":"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해적의 다리 그림"

 

 

잘 보면 반바지 안으로 기어드는 해적의 다리도 보인다

처음엔 그냥 다리를 그렸다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재미없고 지루해", "신발에서 뭔가 나오게 해 보자"

이 그림은 그렇게 그려졌다,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다리가 첫 모양이고 나중에 해적을 덧붙여 모양을 바꾼 것이다

이 그림도 모양 상상 놀이였던 것이다

 

내가 나고 자란 환경에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야 했다

그래서 미대 대신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래픽 디자인 학과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홍보 아이디어를 내거나 제품을 그렸는데 너무 싫었고 재능도 없었다

과제를 바꿔 모양 상상 놀이를 했고 교수들은 그런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예비 과정까지 4년을 다녔다

 

"alt":"리즈 미술대학 시절 앤서니 브라운"

 

우연히 동물 행동학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

동물과 인간의 습성이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전공과는 무관한 유화 연작과

정교한 선화와 채식화가 실린 책자를 만들었다

 

"alt":"사람은 동물이다 책자"

 

그리고 그림 밑에는 동물의 행동을 설명하는 글을 썼다

 

"alt":"사람은 동물이다 설명과 그림"

 

지금의 작품과 비슷하다

내 책은 그림과 글이 대비를 이룰 때가 많아서

글을 읽은 다음 그림을 본 독자들은

내용과 다르거나 자기 생각과는 다르단 느낌을 받게 된다

 

"alt":"사람은 동물이다 내용 중"

 

 

교수들은 내 졸업 작품에 점수를 줄 수 없다고 했다

"이건 그래픽 디자인이 아닙니다"

학점 2.1로 겨우 심사를 통과했고 진로도 정하지 못한 채 졸업했다

아무 기술 없이 대학을 졸업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도서관에서 직업에 관한 책을 찾아봤다

책에서 답을 찾고 싶었다

 

"alt":"소녀들을 위한 직업 이란 책을 본 앤서니 브라운"

 

<소녀들을 위한 직업>을 보는 게 창피했다

그 책에서 '의학 일러스트'라는 직업을 봤다

좋아하는 두 가지를 합친 일이었다

생물학에도 관심 있고 그림도 좋아했기 때문이다

 

런던의 큰 대학에 관련 학과가 있다길래

그 대학에 지원했고 면접이 잡혔다

그래서 모교 생물학부에서 생쥐 표본을 구해왔다

아이들한테 쥐의 구조를 가르칠 때 쓰는 교보재였는데

그 쥐를 해부하며 각 부위를 자세히 그려 봤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쥐 해부도&quot;

 

그 포트폴리오를 들고 런던에 면접을 보러 갔다

스스로 그림에 만족한 건 처음이었다

재능이 있는 것 같았고 면접 분위기도 괜찮았다

집에 돌아와서 입학 통지서가 오길 기다렸는데 불합격 통지서가 도착했다

너무 속상했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면접관 중 한 명이 편지를 보내왔다

그 사람은 맨체스터 종합 병원의 의학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

자기 조교를 뽑는다며 지원해 보라고 했다

 

조교에 합격했고 교수들은 내 일러스트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조교 일은 너무 힘들었다

수술 장면을 지켜보며 과정을 기록하는 일이었는데

의사는 장기의 원리를 설명하거나 혈관의 위치와 살점 따위를 보여줬다

그러면 작업실로 돌아와 수술실에 본 것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야 했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의학 일러스트&quot;

 

정말 끔찍하고 싫었다

그래도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자신감도 생기고 일도 즐거웠다

2년쯤 지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술은 비슷비슷해서 발전이 없어"

"다른 일을 하고 싶다"

 

그때 누군가 축하 카드를 그려보라고 했다

축하 카드에 대해 잘 몰랐지만 괜찮은 신생 회사가 있었다

'고든 프레이저'라는 갤러리였는데

사장이 예술을 좋아하는 지식인이었다

축하 카드 수익으로 예술가에 관한 책을 내곤 했다

고든은 출시하지도 않을 거면서 그림을 사 주며 격려해 줬다

그렇게 축하 카드를 그리게 됐고 회사에서는

각각 다른 작가가 그린 것처럼 그리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들여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축하카드&quot;

 

다양한 그림 도구들도 써 봤다

카드를 그리면서 미대에 다닐 때보다 그림 실력이 훨씬 많이 늘었다

고든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땐 몰랐지만 이야기에 진심이었고

진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몇몇 출판사에 축하 카드를 보냈다

삽화를 그릴 생각이었는데 한 출판사에서 

글과 그림을 맡아서 직접 이야기를 써 보는 건 어떠냐고 했다

 

그때 술집 탁자 위에 올라가 이야기하던 때가 생각나면서

내가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문>이라는 시를 참고해 책을 쓰기로 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시인의 시였다

 

&quot;alt&quot;:&quot;미로슬라프의 문이라는 시&quot;

 

닫혀 있는 신비한 문에 관한 시였다

그래서 내 책 제목도 <문을 열어요>였다

 

&quot;alt&quot;:&quot;문을 열어요&quot;

 

문 너머에 있을지 모르는 것을 그린 초현실주의적인

그림책이었는데 그림의 절반이 '문'이라 정말 지루했다

문의 디자인을 다르게 했는데도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출판사는 그 책에서 가능성을 봤는지

편집장을 만나게 해 줬다

편집장한테 문 그림과 거울을 보는 소년의 그림을 보여줬다

 

&quot;alt&quot;:&quot;금지된 재현을 참고한 거울 보는 소년의 그림&quot;

 

'거울을 들여다보는 소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자

어울리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뻔하고 평범한 일상에 질린 소년이

어느 날, 신비한 거울을 발견하는 것이다

 

&quot;alt&quot;:&quot;거울 속으로의 이야기&quot;

 

투명 인간도 있고 이젤 위에 그림이 있는데

이젤은 그림 안의 그림 안의 그림이다

계획한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쓴 것이다

거울에서 자기 뒤통수를 보는 소년에서 출발한 것이다

모양 상상 놀이였던 것이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은 등장인물이 왜, 특정 행동을 하는지 계획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찾아온다

등장인물들을 생각하고 다듬다 보면 인물들은 변하고 사건이 일어난다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가 온다

이야기가 찾아오면 그걸 다듬을 뿐이다

 

 

 

 

(2024.02.16 방송)

 

 

2강  왜 고릴라인가 '고릴라'

 

 

 

 

&quot;alt&quot;:&quot;왜 고릴라인가&quot;

 

이유를 들자면 300가지는 될 것이다

첫 번째로 고릴라는 사람과 정말 비슷하다

실제로 고릴라의 눈을 보면 그 안에 사람이 있어서

나를 보는 것만 같다, 아주 특별한 느낌이다

 

두 번째로 고릴라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아버지&quot;

 

권투와 럭비를 했고 전쟁에서 끔찍한 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난폭하기는커녕 다정하고 상냥하셨다

고릴라도 힘이 정말 세고 덩치도 크고 강하다

겉보기엔 사납고 실제로는 잔인할 수도 있지만

평소의 수컷 고릴라들은 아이들과 잘 놀아 주는 다정한 아버지이다

 

세 번째로 고릴라를 그리는 게 즐겁다

털과 근육이 있고 주름이 울퉁불퉁해서 그릴 때 너무 재밌다

그런 이유로 고릴라에 빠진 것 같다

 

1983년에 <고릴라>라는 책을 냈다

 

&quot;alt&quot;:&quot;책 고릴라&quot;

 

<고릴라>는 제대로 된 그림책이다

글에도, 그림에도 힘이 있었고 어린 독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여백도 있었다

여러 곳에서 <고릴라>의 영감을 받았다

부모님께 생일 선물로 트럼펫을 사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트럼펫을 기다리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밤중에 깨보니

선물 상자가 있길래 열어봤다

트럼펫은 트럼펫인데 플라스틱 장난감이 들어있었다

 

&quot;alt&quot;:&quot;장난감 트럼펫을 받은 어린 앤서니 브라운&quot;

 

그 트럼펫은 낮은음 네 개만 나는 형편없는 물건이었다

결국 트럼펫을 배울 수 없어 그 트럼펫을 처박아 두고 잊어버렸다

그게 첫 번째 경험이었다

 

대학 때 본 영화 '킹콩'도 책 <고릴라>에 영감을 줬다

초현실주의 영화를 다루던 시간에 보게 됐다

'킹콩'은 아주 감동적인 영화이다

'킹콩'을 보고 인간과 닮은 고릴라에게 매료됐다

1994년에 영화 '킹콩'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그림책 <킹콩>을 출간한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킹콩 중&quot;

 

 

세 번째 영감은 옛날에 살던 마을의

 

&quot;alt&quot;:&quot;트라잔이란 남자아이&quot;

 

트라잔은 아버지가 뉴질랜드에 살고 계셔서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했다

트라잔은 종종 아침부터 놀러 와 함께 고릴라를 그리곤 했다

트라잔은 같이 그림도 그리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고 고릴라 탈도 만들었다

 

<고릴라>는 그 세 가지 영감으로 쓴 책이다

고릴라를 좋아하는 여자아이 '한나'의 이야기다

한나는 고릴라가 너무 좋아서 고릴라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고릴라 프로그램도 챙겨 보지만 진짜 고릴라는 본 적이 없다

아빠가 너무 바빠서 동물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한나와 아빠는 함께 있어도 대화가 없다

하지만 한나는 생일 전날 밤, 들뜬 채 잠자리에 든다

아빠가 생일에 고릴라를 사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깬 한나는 선물을 발견하고 열어본다

선물이 고릴라이긴 한데 고릴라 인형이었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의 내용 중&quot;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의 내용 중2&quot;

 

한나는 신이 나서 좋다고 한다

둘은 몰래 계단을 내려와 코트를 입는데

아빠의 모자와 외투가 고릴라한테 딱 맞았다

둘은 나무도 타고 동물원에도 들어가

다른 고릴라와 오랑우탄, 침팬지 친구들과 행복하게 논다

그렇게 한나가 고릴라와 즐겁게 노는 내용이 이어진다

아빠와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을 고릴라와 전부 한다

 

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깊이를 더하는 법을 익혔다

배경에 숨은 요소들을 넣음으로써

글로만 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한나와 아빠의 아침 식사 장면에서

음식 없이 흰 식탁보만 깔린 휑한 식탁을 그렸다

 

&quot;alt&quot;:&quot;차가운 느낌이 드는 색깔&quot;

 

파란색, 흰색 같은 차가운 색을 썼고 아빠 뒤에는 커다란 냉장고를 배치해

이야기 초반에 아빠의 차가움을 강조했다

한나를 사랑하지만 아빠는 몰랐다

아빠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식탁의 원근감을 과장해서 아빠가 한나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처럼 그렸다

 

&quot;alt&quot;:&quot;원근감을 과장해 거리감을 표현&quot;

 

한나의 감정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다

색과 형태, 인물의 배치를 통해서 말이다

그림 속 모든 요소를 활용해 아빠와 한나의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책 후반에서 고릴라와 신나게 놀던 한나는 또 식사를 한다

그 장면을 아침 식사 장면과 똑같은 구도로 그렸다

 

&quot;alt&quot;:&quot;원근감을 축소해 가까운 사이를 표현&quot;

 

고릴라는 한나와 가깝고 한나와 같은 시점으로 보고 있는 독자와도 가깝다

미소를 띤 고릴라는 바나나를 먹으면서 한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있다

식탁엔 한나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밝은 빨간색, 따뜻한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을 썼는데

이는 한나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장치들로 독자들이 인물들의 감정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어릴 때 틀린 그림 찾기에 빠졌었다

매주 만화책을 사면 똑같아 보이는 두 개의 작은 그림이 있었는데

다른 부분이 몇 개인지 찾는 놀이였다

얼핏 보면 같은 그림인데 자세히 보면 다르단 게 좋았다

 

&quot;alt&quot;:&quot;틀린 그림 찾기를 활용한 그림&quot;

 

그리고 다음 두 장면에서도 쓰였다

 

 

고릴라와 아빠 사이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빠가 고릴라 분장을 했다거나 꿈이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건 독자의 해석에 맡기고 싶다

좋은 책이나 영화의 조건은 얘깃거리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림책을 볼 때만 가능한 대화란 게 있다

아이는 그림을, 어른은 글을 읽다 보면

그 둘은 중간에서 만나게 된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가 그림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계속 묻고 들어줘야 한다

 

&quot;alt&quot;:&quot;그림책의 그림엔 답이 있다&quot;

 

아이들은 아직 본 게 많지 않아서 그림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처음 보는 게 많은 아이에겐 모든 게 새롭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나 공원을 산책하는 그림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아이들에겐 새롭다

그래서 책의 결말을 모호하게 만든다

물론 슬픈 결말은 싫어하지만 <고릴라>에선 결말을 설명하지 않았다

부모와 아이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그런 작품을 쓰려고 한다

 

 

 

 

(2024.02.19 방송)

 

 

3강  가족은 변한다 '돼지책'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가족들&quot;

 

가족은 중요한 존재였기에 다양한 가족에 대해 책을 썼다

특히 '아버지'를 많이 다뤘다

가끔 나쁜 아버지가 나오는 책을 썼다

<헨젤과 그레텔>의 아버지는 아주 나약했고

<돼지책>의 아버지는 게을렀고

이기적인 아버지도 있었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책 속의 나쁜 아버지들&quot;

 

17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영향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아버지가 미운 건지도 모른다(버리진 기분을 느끼는 걸지도)

모든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일 순 없고

자식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는 걸 안다

 

<돼지책>은 교훈적인 작품이다

그 점이 민망했지만 이젠 좋아하게 됐다

한집에 사는 남자와 두 아들들의 얘기다

남자에겐 멋진 집, 멋진 정원, 멋진 차가 있고

집에는 아내가 있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돼지북 중&quot;

 

식사가 끝나면 피곳 부인은 설거지와 침대 정리, 청소를 하고 일하러 간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돼지북 내용 중&quot;

 

보다시피 아주 이기적인 가족이다

 

하루는 두 아들이 집에 왔는데 반겨주는 이가 없었다

피곳 씨가 돌아왔을 때도 아내는 없었다

대신 벽난로 위에 봉투가 있었다

봉투 안에는 편지가 있었다

 

&quot;alt&quot;:&quot;아들과 남편을 두고 떠난 피곳 부인&quot;

 

남자들은 요리는 했지만 설거지는 안 해서

집안은 돼지우리처럼 더러워졌다

그들은 점점 더 심술궂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quot;alt&quot;:&quot;돌아온 피곳 부인&quot;

 

남자들은 제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한다

그래서 피곳 부인은 집에 있기로 했다

피곳 씨는 설거지를 했고 패트릭과 사이먼은 침대를 정리했다

남자들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요리는 재밌었다

엄마도 행복했다

 

<돼지책>은 한 익명의 가족을 모델로 해서 쓴 작품이다

책을 반쯤 쓰다 보니 영 재미가 없었다

쓰다가 자꾸 막히고 느낌도 별로여서 서랍에 넣어두고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책을 썼는데 다시 서랍을 뒤지다가 

<돼지책>의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머리와 몸속의 무언가가 문제를 해결해 줬다

<돼지책>의 문제점은 너무 어둡다는 거였다

 

돼지로 변한 남자들은 사람 몸에 돼지 머리를 한

기괴한 모습이어서 너무 음침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분위기를 확 바꿔서 책을 다시 쓰기로 했다

 

&quot;alt&quot;:&quot;달라진 돼지책의 그림&quot;

 

그리고 그림책에 돼지 이미지를 숨기기로 했다

일종의 숨은 돼지 찾기 놀이인 동시에

이야기 전개에 힌트를 주는 복선이기도 했다

 

&quot;alt&quot;:&quot;돼지 그림 힌트&quot;

 

그래서 엄마가 차를 고치면서 행복해한다는

가벼운 농담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자동차 번호판에 작은 단서를 숨겨 놨다

 

&quot;alt&quot;:&quot;그림에 숨겨 놓은 단서&quot;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단서다

독자들이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좋다

그 집 남자들이 바뀌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단서를 숨긴 것이다

 

초기 작품에서 아빠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건

나에 대한 자아비판이기도 했다

그때 아이가 둘이었는데 완벽한 아빠가 나오는 책은 쓰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완벽한 아빠라고 생각한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완벽한 아빠를 그리는 게 겁이 났지만

기존 책에 대한 비판이 하도 많아서 새 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릴 적 아버지에게 느꼈던 심정을 담은 책을 썼다

아버지에 대해 어떤 책을 쓸지 고민했는데

어느 날 어머니의 집에서 오래된 여행 가방을 찾았다

그 안에 아버지의 가운이 있었다

돌아가신 지 몇십 년 만에 처음 보는 거였다

가방에서 가운을 꺼냈는데 아버지가 느껴졌다

 

&quot;alt&quot;:&quot;아버지의 가운을 입어 보는 앤서니 브라운&quot;

 

오래돼서 살짝 냄새도 났는데 그 냄새도 아버지 같았다

 

그 순간,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버지가 최고라고 생각하던 때로 말이다

그땐 아버지가 무적인 줄 알았다

그 가운 덕분에 어떤 책을 쓸지 결정할 수 있었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나의 상상 미술관 중에서&quot;

 

사실 이 책은 이야기라기보단 세상 아빠들에게 바치는 찬사다

 

&quot;alt&quot;:&quot;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가 최고야&quot;

 

첫 장에서 아버지는 생전에 즐기시던 차를 들고 계시고

아버지 뒤쪽 벽에는 태양 그림이 걸려 있었다

아빠는 어딜 가나 가운을 입고 있었다

 

&quot;alt&quot;:&quot;가운을 입고 있는 아빠의 그림&quot;

 

우리 아빠는 물고기만큼이나 헤엄을 잘 친다

아빠는 고릴라만큼이나 힘이 세고 하마만큼이나 늘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나를 얼마나 웃겨 주는지 모른다

나는 우리 아빠가 정말 좋다

왜 그런지 알아?

 

&quot;alt&quot;:&quot;아빠의 사랑을 표현한 그림&quot;

 

이 그림은 예술성이 뛰어난 그림은 아니지만 나에겐 최고의 작품이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그린 요소도 있지만 

그리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느낌이 생기기도 한다

아빠의 배경을 그릴 때 태양은 의도했다

 

&quot;alt&quot;:&quot;반고흐의 그림을 보고 그린 배경그림&quot;

 

부모나 교사들이 내 책을 읽고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나

숨겨진 요소를 찾았다는 생각들이 싫다

예를 들면 오마주 같은 것들인데

부모들만 알아보길 바란다고 생각하는 게 싫다

 

전부 이야기와 관련지어 생각해야 한다

그림의 요소엔 두 가지 역할이 있다

하나는 약간의 '농담'이다

인물의 감정, 생각을 이해하고 복선의 역할을 하는 장치

다른 하나는 교사나 부모가

아이들에게 예술을 알려주는 역할이다

 

전에 침팬지 '윌리'가 나오는 책을 쓴 적이 있다

예술가를 꿈꾸는 윌리의 이야기인데

다양한 초현실주의 작품을 오마주 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원본을 알아보는 날이 오면 좋겠다

 

&quot;alt&quot;:&quot;초현실주의 작품을 오마주한 그림들&quot;

 

그러니까 모든 요소에는 다 목적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몰랐던 목적이 생기기도 한다

 

 

 

 

(2024.02.20 방송)

 

 

4강  세상의 모든 겁쟁이에게 '윌리'

 

 

 

 

'윌리'는 침팬지로 내가 만든 캐릭터다

겁쟁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일단 손 가는 대로 그려봤다

옷을 입은 침팬지가 나왔다

 

&quot;alt&quot;:&quot;윌리의 탄생&quot;

 

한마디로 인싸는 아니었다

'윌리'는 내 분신이다

어릴 때 덩치가 작았고 툭하면 형이랑 경쟁했다

축구, 크리켓, 권투 같은 스포츠를 같이 했는데 

늘 힘센 형한테 당하곤 했다

형은 없지만 자기보다 크고 힘센 고릴라들과 함께 자라며

이들과의 관계에서 삶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사과하며 살아간다

동네 불량배들한테 맞으면서도 사과했고

길 가다 실수로 부딪혀도 사과했다

하지만 윌리는 많은 책에서 수줍고, 겁 많고

왜소한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려 한다

 

&quot;alt&quot;:&quot;윌리와 찰스 애틀러스&quot;

 

광고 속 강한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람한 근육과 힘센 팔뚝, 모두를 찍어 누를 힘을 원하는가"

윌리는 그곳에 등록한다

덩치를 키워서 힘세고 강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운동을 배우면 지금의 인생이 바뀔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도 운동을 좋아했고 형과 시합하곤 했다

툭하면 뒷마당에서 형과 권투 경기를 열고 이웃들을 불러 모았다

경기는 매번 똑같았다

1라운드 벨이 울리면 기술이고 뭐고 없이 형한테

마구 주먹을 휘둘러 댔고 형은 주먹 한 방으로 경기를 끝냈다

 

윌리는 몸을 키우는 데 성공한다

정말로 몸이 커진 건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겉보기엔 몸도 커졌고 힘도 세졌다

자신감에 차서 가슴을 쫙 펴고 걸어가던 윌리는

불량배 고릴라들이 밀리를 괴롭히는 현장을 목격한다

불량배 고릴라들은 윌리를 보자마자 도망쳤다

 

&quot;alt&quot;:&quot;영웅이 된 윌리&quot;

 

&quot;alt&quot;:&quot;자신감에 가득 찬 윌리&quot;

 

마지막 그림에선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은 윌리가

가로등에 손을 얹고 말한다, "미안해"

 

&quot;alt&quot;:&quot;윌리의 다른 두 모습&quot;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얘기 나누며 결말을 내리는 게 좋다

결론을 안 내도 상관없다

 

윌리는 고릴라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침팬지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더 중요한 세상에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삶이 비참한 건 아니지만 힘들 것이다

형, 누나, 학교의 덩치 큰 친구들이나

선생님, 부모님, 경찰, 변호사 같은 존재들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우리는 때때로 윌리처럼 

불안하고 걱정되고 예민하다

 

그리고 아이들도 윌리한테 공감한다

괴롭힘 당하는 게 아니더라도

남이 시키는 대로 휘둘리며 사는 기분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 삶에 대한 통제권이나 선택권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결국 윌리는 역경을 이겨낸다

그래서 아이들이 윌리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윌리가 운이 좋아서든 아니면 머리를 써서든

위기나 곤경에서 직접 빠져나오길 바랐다

 

윌리의 3번째 시리즈인 '윌리와 휴'에서

윌리는 자신과 정반대인 친구를 만난다

'휴'는 무섭게 생긴 커다란 고릴라다

하지만 윌리의 친구가 되고 윌리를 괴롭히는 악당 벌렁코를 쫓아내 준다

둘은 도서관에 함께 가고 윌리는 친절한 고릴라 휴에게 책도 읽어 준다

그런데 도서관을 나가던 고릴라 휴는 거미를 보고 깜짝 놀란다

윌리가 벌렁코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휴는 거미를 무서운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윌리가 부드럽게 거미를 감싸 쥐며 말한다

 

&quot;alt&quot;:&quot;휴를 도와주는 윌리&quot;

 

둘은 정반대이면서도 닮은 존재다

이야기 마지막에 둘은 또 만나기로 한다

그림 속 둘은 서로 반기며 팔을 활짝 벌리고 안아 주려 하고

이때 윌리는 휴처럼 청바지를 입었고 휴는 윌리처럼 조끼를 입었다

 

&quot;alt&quot;:&quot;다르지만 닮았다는 걸 인정하는 윌리와 휴&quot;

 

 

둘은 친구가 된 것이다

 

 

Q. 올해 마흔 살이 된 윌리는 어떤 어른이 됐을까요?

 

A. 이젠 윌리도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세상의 다양한 문제나 인간관계 혹은 고릴라 사이의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어쩌면 윌리는 그림 실력이나 글쓰기 실력을 더 키웠을 수도 있다

그림책 작가가 됐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계속 그림책을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지 말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림 없는 책이 더 중요하다는 듯 말이다

그러다 보면 다음 세대는 시각적 문해력이 점점 떨어진다

그림은 깊이가 없다며 아이들한테서 그림을 빼앗고 있다

모든 아이는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어른들은 흔히 자신은 그림도, 이야기도 못 쓴다고 한다대여섯 살 땐 했는데 왜 못하는 걸까?우리가 어른이 돼서 만화를 보는 이유는 어렸을 때 그림책을빼앗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정말 중요하다

아이와 어른은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와 꿈을 나눌 수 있다

 

최근 쓰고 있는 작품은 '숲 속의 할머니'라는 현대 동화이다

장난꾸러기 세 소년이 어느 날 밤 숲에 갔다가

한 할머니의 오두막을 발견한다

셋은 창문 너머로 할머니를 보고

 

&quot;alt&quot;:&quot;숲속의 할머니 내용 중&quot;

 

아이들은 그 장난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셋은 다시 그 집에 간다

셋 중 대장 격인 소년이 이번엔 할머니를 제대로 놀래 주자고 한다

그러다가 늑대에 관한 어떤 사건을 겪으며

할머니와 대장 소년이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할머니가 소년을 도와주고 둘은 자신의 삶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소년들은 할머니와 친구가 되며 끝이 난다

 

&quot;alt&quot;:&quot;나의 상상 미술관 중에서&qu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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