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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한국이 싫어서_장강명

by 상팔자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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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지은이 장강명

펴낸곳 ㈜민음사

13,000

 

 

 

 

 

요새의 현실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다. 주인공 계나는 한국이 싫다는 단순한 이유로 호주행을 결심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다니던 중 회식 자리에서 '이민 따위 생각한 적도 없다'는 노래를 듣다가 왜 안 되지?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다들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데 그것을 부정한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너 나 사랑한다며. 나를 사랑한다면 그냥 내 옆에서 한국에 있어 주면 안 돼?
호주에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해?"
난 그 말을 이렇게 받았지.
"너도 나 사랑한다며. 나 사랑하면 날 따라서 호주에 가면 안 돼?
기자가 되는 게 그렇게 중요해?"_p.62~63

 

호주행을 결심하며 오랫동안 만난 연인과도 이별했다. 이상형의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타인에게 삶을 위탁하고 살 수는 없다. 물론, 주변에 그런 선택을 하는 여자들도 더러 있지만 적어도 계나는 아니었다.

 

분명히 한때 우리 집에서는 쥐가 나왔어. 그런데 쥐가 나오지 않게 됐다고 해서 집의 위생 상태가 나아진 건 아니야. 쥐가 사라지자 바퀴벌레가 들끓었고, 바퀴벌레 다음에는 개미가 나오고, 그랬던 거야. 뭐가 바뀌긴 했는데 나아진 건 아니었어._p.102~103

 

세상이 변하고 주변이 변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말처럼 과거에 비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불행해지고 있을 뿐이다. 발버둥친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을 수도 없다. 

 

(중략)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 하나가 안펴지면 예비 낙하산을 펴면 되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한테는 그럴 시간도 없어. 그러니까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해."_p.125

 

신분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사이에도 계급 차이는 분명히 있다. 흔히, 금수저라고 말하는 계급까지 갈 것도 없다. 같은 흙수저 사이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존재한다. 그것은 얼마나 보장된 직업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순서를 매기고 자신이 우위를 점해야만 안심하기도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같은 취급을 당한다면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그런 우를 범하고 만다. 그것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세뇌를 당한 탓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_p.160

 

 

'한국이 싫어서' 택한 호주에서의 삶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계나는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해서 조금씩 무언가를 이루어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행복을 스스로의 힘으로 찾아가고 있다. 비록 시작은 도피였을지 모르나 좀 더 자신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행복한 삶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이제 더는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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