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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체공녀 강주룡_박서련

by 상팔자 2024. 3. 18.

체공녀 강주룡

지은이 박서련

펴낸곳 한겨레출판 (주)

값 13,000원

 

 

 

 

이런 인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겠지만 소설 자체로도 재미가 있다.

책 제목의 체공녀는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인 주인공을 뜻하는 말이다. 

독립 운동가이며 노동 운동가였던 강주룡의 일대기를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매우 사실적이면서 유쾌하게 그려냈다.

강주룡의 삶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강단 있게 자신이 할 말은 하고

모던걸을 꿈꾸는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히 좋았다.

 

오래 주렸다.
씹어서 연하게 만든 것이 목구멍을 지나가는 느낌이 어땠는지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_p.7

 

주룡은 굶주리다 못해 자신이 뒤집히는 상상을 한다. 대체 무엇이 그 고통을 감내하게 한 것인가?

 

 

나도 마찬가집네다. 보시라요, 나 공부 배운 것 없고 뾰족이 타고난 지혜도 없는 보통 간나임메.
그래도 내 서방이 큰일 하고자 하는 뜻을 막을 만치 무식하지는 않습네다.
내 손으로 직접 키워 더 큰일 하게 만들고자 하면은 하였지._p24

 

나이 스물에 열다섯의 어린 신랑을 맞이하게 된 주룡은

독립운동을 하려 하는 남편과 뜻을 같이 하게 된다.

그러나 남편 전빈과 다투고 홀로 친정으로 돌아간 주룡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

 

친정에 돌아와 지낸 반년 간 주룡은 제가 스무 해 넘게
아버지를 오해해왔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달았다.
아버지는 제 식구를 위해서가 아니고
밖으로 나돌지를 못해서 얌전히 지낸 것이었다._p103

 

'남편 죽인 년'으로 억울하게 옥살이까지 한 주룡을 아버지는 부끄러워했다.

그런 이유로 사리원으로 이주하게 주룡은 어떻게든 네 식구 입에 풀칠은 하고 살려 노력하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아버지뻘의 지주와 혼인시키려 하자 평양으로 홀로 떠난다.

 

평양에서 고무 공장에서 일을 하는 고무공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지만

시대는 주룡을 그냥 노동자로만 남게 하지는 않았다

 

주룡을 처음 만나고 돌아온 날 달헌은 제 일지에 이렇게 기록했다.
싸우려고 태어난 사람 같다._p.197

 

을밀대상의 체공녀, 여류 투사 강주룡은 그렇게 탄생한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했던가.

그리고 영웅의 삶은 너무 파란만장해 늘 짧은 듯하다.

여전히 노동운동은 계속되고 있고 생을 걸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그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고공농성은 사라지지 않았다.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본다면 강주룡 선생은 무슨 말을 할지 문득 궁금해진다.또한, 주룡이 꿈꾸었던 모던 걸의 모습보다 을밀대 위의 사진으로 기억될강주룡의 모습이 훨씬 곱고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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