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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눈부신 안부_백수린

by 상팔자 2024. 3. 16.

눈부신 안부

지은이 백수린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6,000원

 

 

눈부시게 따뜻한

 

 

도시가스 폭발 사고로 언니를 잃은 해미의 가족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슬픔을 견뎌내려 한다.

소설은 엄마와 아빠의 별거로 엄마를 따라 유년 시절 독일에서 생활하게 된 해미의 이야기와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를 살고 있는 해미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그리고 있다.

독일에는 '파독 간호사'로 불리는 해미의 '이모들'이 있었고

해미는 그곳에서 만난 레나와 한수와 함께 선자 이모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를 은밀하게 진행한다.

 

 

그의 말이 반갑게 들렸던 것은 우재가 늘 마흔이 되기 전에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살겠다고 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선 모든 게 너무 소란하잖아. 빛조차도 시끄러워,라고 말을 했던가?_p.15

 

 대학 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우재를 해미는 전시회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다.

우재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며 해미가 말했던 이모 이야기가 궁금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제주도에 사는 우재가 서울을 올 때마다 만남을 이어가지만 

왜인지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있다.

 

그 시절 나는 엄마에게 무척 많은 거짓말을 했지만 그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엄마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당시 내가 한 거짓말은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는 것들이었으니까._p.33

 

그곳에서 나는 온전한 나였고, 레나는 온전한 레나였으며, 우리는 온전한 우리였다.
그런 시간은 이모가 시장에서 떨이로 사온 무른 산딸기나 살구로 만들어주던 잼처럼
은은하고 달콤해서, 나는 너무 큰 행복은 옆은 슬픔과 닮았다는 걸 배웠다._p.40

 

해미는 잘 지내야 했고 그게 아니면 잘 지내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거짓말을 통해서 자신의 슬픔과 엄마의 슬픔까지 묻으려 했다.

그런 해미의 고충을 알아봐 주고 새 친구를 소개해 준 것도 이모였다.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
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는 것과 똑같이 칠해버리려 하거든."
"그건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이번엔 내가 물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하니까."_p.106~107

 

무언가에 몰두하는 엄마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고

해미의 가족도 점점 행복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 그 일을 했던 오 년간 깨달은 건 사람은 누구나 갑자기 죽는다는 거였어.
멀리서 보면 갑작스러워 보이지 않는 죽음조차 가까운 이들에겐 언제나 갑작스럽지.
그리고 또 하나는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뿐이라는 것."_p.225~226

 

이모는 자신이 독일에서 일하며 겪었던 일을 말해주며 해미에게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까.

 

 

추리소설이 아님에도 선자 이모의 첫사랑 찾기 프로젝트의 결말이

궁금해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했다.

또한, 잔잔하면서도 무해한 볕 아래 있는 듯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과거에 선의로 행했던 거짓말이지만 그로 인해 생겨난 마음의 부채를 

현재에 와서 스스로 갚아나가며 해미는 또 한 단계 성장한다.

그 과정이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게 표현되어서 좋았고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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