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술사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옮긴이 이규현
펴낸곳 도서출판 북스피어
값 14,800원
총 6장으로 되어 있는 이 소설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주머니 가게에서 펼쳐지는 미스테리한 비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시대적 특성을 잘 묘사한 문장들이 많다는 것인데 이것은 독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복식의 설명이나, 무사 계급에 대한 설명 등이 그에 해당하는데 세밀하고 자세해서 좋다고 생각하거나 낯설고 이해하기 어럽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것을 제외하고 보면 따뜻한 화롯가에 앉아 할머니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 듣는 느낌의 소설이다. 미스테리하지만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주머니 가게인 미시마야는 괴담을 수집하는 특이한 주인이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 온 이야기 손님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버리고 청자 또한 듣고 버리는 것이 규칙이다. 가게 주인의 조카 오치카는 약혼자가 혼인을 목전에 두고 친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이에 어설픈 위로보다는 온갖 인생담을 듣는 편이 위로가 될 것이라는 숙부의 생각에 따라 괴담 수집의 청자로서 등장하게 된다. 오치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에게 집중하며 살피고 편히,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배려가 매우 돋보이고 화자로 하여금 동질감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화자는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해서 후련하고 청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이것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하나씩 살펴보면, 넋을 빼앗는 다마토리 연못, 기계장치를 기치장치로 잘못 발음한 어린 시절 친구와의 이야기,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보면 우는 아기, 괴담 모임의 다섯가지 이야기, 산에 사는 괴물을 잠재우는 피리소리, 24절기마다 망자의 얼굴로 바뀌는 사내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점점 그 강도를 높여간다. 하나하나 다 흥미롭고 미스테리한 이야기한 이야기이면서 적절하게 강약을 조절하는 구성이라 무서운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숨을 고를 만한 여유도 같이 주고 있다.
괴이한 일을 이야기하거나 들으면 일상생활에서는 움직일 일이 없는 마음속 깊은 곳이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무엇인가가 웅성거린다. 그 때문에 무거운 생각에 짓눌릴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득 정화된 듯한, 혹은 각성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미스테리한 이야기에는 꼭 하지말라는 행동을 구태여 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뭐, 그래야 이야기가 시작 되는 것이겠지만 이것은 만국 공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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