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지은이 앤디 위어
옮긴이 강동혁
펴낸곳 (주)알에이치코리아
값 18,500원
약간의 설정을 가져왔거나 환상 문학 정도의 SF 소설은 읽어봤어도 이렇게나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SF 소설은 처음이라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움이 있기는 했다. 전반적인 스토리 자체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여러 과학 이론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알몸에 셀 수 없이 많은 관에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눈을 뜬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중력 가속도 실험을 통해 확인하 바로 자신이 있는 곳은 지구가 아님을 깨닫는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이름을 비롯해 자신이 왜 그곳에 와 있는지를 기억해 낸다. 자신은 헤일메리호라는 우주선을 타고 죽어가는 태양으로 인해 멸망을 앞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평범한 과학 선생이었던 라일랜드 그레이스에게 페트로마 대책위원회의 에바 스트라트가 찾아온다. 과거에 그가 쓴 논문을 보고 적임자라 생각하여 그를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합류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결정은 선택이 아니고 거부할 수 없는 강제력이 동원되는 상황이었다.
※ 헤일메리(Hail Mary):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주 낮은 성공률을 바라보고 적진 깊숙이 내지리는 롱 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
버저가 울리는 순간에 득점할 것을 노리고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슈을 뜻하는 농구 용어이기도 하다
※ 아스트로파지: 별을 뜻하는 아스트로(astro)와 세균을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를 의미하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의 합성어
685 페이지에 달하는 긴 소설이지만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술술 읽힌다기에는 과학적 지식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느라 여러 번 멈칫해야 하기는 했다. 물론 100% 이해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우주공간에서 벌어지는 예측 못한 극적인 상황들과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감정들이 잘 표현되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우주에서 처음 만나는 외계 생명체 로키와의 만남과 우정을 다룬 부분은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봤다. 또 인상적인 인물은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스트라트라는 인물인데 말 그대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으로 피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이지만 실은 그 또한 누구보다 지구와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사랑하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비록 그 방법은 다소 거칠 수는 있지만 말 그대로 재난에 가까운 대위기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네,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고대의 대부분 전쟁이 일어났던 것과 같은 이유, 즉 식량 때문에 말이죠. 종교든, 명예든 뭐든 핑계가 있었지만 진짜 문제는 항상 식량이었어요."_p.620
"전쟁, 기근, 질병, 사망. 아스트로파지는 말 그대로 종말입니다. 헤일메리호는 지금 우리가 가진 전부예요. 나는 헤일메리호의 성공확률을 눈곱만큼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희생할 거예요."_p.621
결말은 다소 아쉽기는 하면서도 기대했던 결론과는 또 다른 것도 나름 색다르긴 했다.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겁쟁이인 주인공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도 하다. 헤일메리호는 아예 돌아올 가망성을 베재하고 기획한 프로젝트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켜야 하며 그 승패의 결과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런 희박한 가능성에서 그야말로 그레이스는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천운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다. 평범한 과학 선생이었던 그가 지구나 국가를 구하기 위한 사명감 같은 게 있어서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과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그를 거기까지 이끌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타고난 그의 탐구정신과 기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든 선택이었든 그는 이 일에 최고의 적임자였던 것이다.
아무래도 글로서는 이해가 어려운 과학적 현상들이 있었는데 이 소설이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고 하니 개봉한다면 꼭 찾아서 보고 싶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과 외계 생명체는 얼마나 같을지 내가 이해한 이론들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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