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지은이 이희영
펴낸곳 (주)창비
값 12,000원
이런 소설이 참 좋은 소설인 것 같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
전국에 퍼져 있는 NC 센터에서는 아이들을 관리한다. 갓난아기부터 19살까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부모가 낳은 아이를 키우기 원치 않을 때 이 센터에서 국가의 관리하에 자라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페인트'(parent's interview의 은어)는 센터에서 자란 아이가 부모 면접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열세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 면접이 진행되며 면접을 통해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한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고 상대를 원망하기 전에 그 상대를 그렇게 만든 진짜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지만 이 인과 관계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_p.42
열다섯에 센터를 떠났다가 반년 만에 제 발로 돌아온 노아는 친부모에게서 자란 자식들이 부모를 귀찮아한다며 자식들이 부모를 귀찮아 하지만 어쩌면 부모들 또한 자식들을 귀찮아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면서 말이다.
원산지를 따져가며 농수산물을 사 먹듯 인간도 누구에게서 생산되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누구에게서 비롯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중략)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부모가 누구인지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 아닐까?_p.44~45
센터의 아이들은 자신이 들어온 달에서 이름을 따와 이름을 짓는다. 예를 들어 1월에 센터에 들어온 남자는 제누, 여자는 제니 그리고 뒤에 숫자가 붙여 구분한다. 주인공 제누301은 하루빨리 양부모를 만나 센터를 떠나고 싶어 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이 정한 명확한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이다.
진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에만 쓸모가 있다. 그게 진실의 역할이었다._p.104
열아홉이 될 때까지 입양이 되지 못한 채 사회로 나가게 되는 NC센터 출신의 아이들은 사회에서 차별을 받는다.
때로는 그들을 배척하기 위해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퍼뜨리기도 한다. 입양이 되면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고 센터 출신이라는 기록은 사라진다. 차별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입양은 필요한 일인 것이다.
'결국 내가 나를 이룬다고 믿는 것들은 사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잖아. ······그럼 기억이 형성되기 전의 나는 어떻게 키워졌을까?_p.159
부모 면접에서 만난 하나는 자신과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엄마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삶을 살았었다. 부모들이 흔히 말하는 '너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하나 엄마의 욕심을 채웠던 것이다. 이후 하나는 스스로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소설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위로가 될 것 같은 책이다. 지금 세상에서 자신의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우리에게 부모 면접과 이어서 부모 선택권을 아이게에 주는 시스템을 가진 소설의 세계는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친부모에게서 자랐지만 학대를 받는 이도 있고 양부모에게 입양되었지만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또한 어렸을 때 입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사회성을 가진 상태에서 부모를 스스로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러한 그 과정에서 제누 301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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