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아이
지은이 장용민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3,800원
미래를 기억하는 '신가야'와 과잉 기억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앨리스'가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십 년 후 벌어질 일을 미리 알고 있던 신가야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여러 인물을 통해 곳곳에 단서를 심어두었다.
이 소설은 세계를 움직이는 거물들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싸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루면서 주워진 운명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한, 비범한 재주를 가지긴 했으나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거대한 권력을 가진 이들과의 싸움에서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다소 판타지 같지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낭만이나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다라는 느낌은 있었다. 물론 꽤 길었던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중간중간 들어가는 로맨스가 집중력이나 긴장감을 흐리게 만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펼쳐놓은 여러 단서들을 함께 추적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세계적인 배경을 토대로 펼쳐지는 스케일에 압도된다.
"어떤 놈은 가진 게 보이고 어떤 놈은 없는 게 보여. 어떤 놈은 십 달러를 쥐고도 배가 부른데 어떤 놈은 십억 달러를 갖고도 배가 고프지. 왜 그럴까."_p.492
99개를 가진 사람은 100개를 채우기 위해 1개를 가진 사람 것을 뺏는 것이 힘의 논리이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이 무한한 재산과 권력을 탐한다. 나는 부자가 되기는 영 그른 탓인지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도통 이해할 수가 없지만 한번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것을 더 이상 뺏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까지는 알 것도 같다. 권력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재산과 권력에서 비롯된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면 '신가야'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오직 가족의 생명과 행복이었다. 타인의 희생을 볼모로 하느냐 스스로를 희생을 자처하느냐의 차이가 결말을 다르게 만들었을 것이다.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박힌 거대한 뿌리라고.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_p.541~542
예언자의 입장에 섰던 '가야'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모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이용해 자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의 말인 만큼 힘이 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것은 굴복한 채 운명을 받아들이느냐, 그에 맞서 원하는 삶을 찾아가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비록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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