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지은이 김진영
펴낸곳 ㈜문학동네
값 13,800원
전에 곰탕이라는 소설도 참 재밌게 읽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국내 작가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추리소설 작가로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은 공교롭게도 고전을 제외하고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 추천으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작가이기도 해서 나 또한 유명하다는 소설을 하나둘 찾아 읽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추리소설을 다작하는 작가가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팔리는 책은 마케팅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국내 작가들의 소설이 좀 더 많이 유명해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왜냐하면 몰라서 그렇지 재밌는 책들이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 소설 또한 어렵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몰입감이 있다. 또한 단순히 이야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한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작가는 전망이 없는 곳에 사는 것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여겼지만 정작 멋진 전망을 가진 곳에서 지내게 되었을 때 감정적으로 더 나쁜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멋진 전망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멋진 창을 가진 여자와 그렇지 못한 여자의 뒤틀린 연대를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소설은 빛이 들어오는 신도시의 단아한 목조 주택으로 이사한 주란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면서 시작한다. 한 친구가 화단에서 냄새가 난다며 동물 사체가 있을지 모르니 파보라고 한 것이다. 10살 차이 나는 의사 남편과 어린 나이에 결혼한 주란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듯한 삶을 살지만 주변 사람들이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상은은 계약직인 탓에 임신 사실을 직장에 숨기고 침실매장에서 일하며 제약 회사에서 영업일을 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폭력적인 남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이혼의 증거로 쓰려고 했으나 임신 사실을 안 이후로 남편의 신체적 폭력은 없었다. 그리고 밤낚시를 가려는 남편에게 자신을 근처에 있는 친정집에 데려다 달라고 말한다.
이수민이 미성년자이면서 성매매를 하게 된 이유를 상은은 궁금해하지만 이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인지 생각한다.
넌 어쩌다 이렇게 불행해졌니?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란,
결국 상대방의 불행의 역사를 들으며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싶은 위선자일 뿐이다._p.188
나보다 불행한 혹은 불행해 보이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내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잠시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내 삶이 달라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그 불행이 나한테 옮겨 붙을까봐 두려워 거리를 둘지도 모른다. 혹은 타인에 대한 연민을 통해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타인의 불행에 가지는 호기심이라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이다.
결국 두 여성의 서사는 인간에 대한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믿음의 부재에서 오는 불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실인 것도 맞고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두 남자 모두 자신의 아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가 부족했고 그런 남편들을 아내는 신뢰할 수 없었다. 뜻밖의 사건들로 인해 가정이 와해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미세한 균열이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이 일을 완수했다는 홀가분함과 결국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나빠졌다는
스스로에 대한 증오가 뒤섞여 막막한 밤을 보냈다._p.259
나와 남편이 십육 년 동안 별다른 마찰과 싸움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건 우리의 역할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군림했고 나는 그걸 보호라 여기며 받아들였다 ._p.295
이 세상에 쉬운 삶은 없어요. 우린 모두 다 평범하게 불행한 거예요._p.375
특히나 남에게 보여지는 삶이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 우리는 스스로마저 속인 채 행복한 척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래야만 겨우 버틸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사람일지 모른다. 삶에 온전한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일생동안 함께하기 마련이다. 다만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삶에 대한 만족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객관적으로 그녀들의 삶은 더 나빠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짜 삶을 되찾았는지도 모른다.
곧 드라마로도 방영이 된다니 매우 기대가 된다.
'독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_서미애 (0) | 2023.06.05 |
---|---|
궁극의 아이_장용민 (0) | 2023.05.29 |
페인트_이희영 (0) | 2023.05.10 |
가면 산장 살인 사건_히가시노 게이고 (0) | 2023.05.02 |
가재가 노래하는 곳_델리아 오언스 (0) | 2023.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