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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페스트_알베르 카뮈

by 상팔자 202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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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지은이 알베르 카뮈

옮긴이 김화영

펴낸곳 책세상

값 10,000원

 

 

 

페스트 표지
페스트는 다시 찾아온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페스트로 인해 변화하는 도시와 사람의 모습을 그린 이 소설은 코로나를 겪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 백신을 맞고 후유증에 한 동안 시달렸던 나로서는 더욱 남다르게 느껴진다. 읽다가 앓다가 읽다가 앓다가 하다 보니 이 감각만큼은 소설 못지않게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눈을 끌 만큼 특이한 것도 없고, '초목도 없고 넋도 없는' 이 도시는 마침내 푸근한 인상을 주기에 이르러, 결국 사람들은 거기서 잠이 들어버린다.

 

계절의 변화도 하늘을 보고 읽을 수 있을 만큼 특별할 것이 없는 도시 오랑. 그런 도시에 20년 전에 사라진 페스트가 다시 발병했다. 비둘기도 나무도 공원도 없는 중성적인 도시. 그리고 병을 앓는 사람은 아주 외로운 도시. 그러한 도시에서 일어난 연대기이다.

 

 

그 느낌이 어리석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명예로운 괴벽에 열중하고 있는 겸손한 관리들을 찾아볼 수 있는 도시에 정말로 페스트가 퍼진다는 것을 그는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소설에는 페스트에 대응하는 오랑시의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데 그중 한 명이 시청 서기 그랑이다. 그랑은 자기주장에 소극적인 인물이지만 페스트의 발병으로 인해 영웅적인 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랑이 보건대의 서기 비슷한 역할을 맡아하는 등 실직적 대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페스트를 버틸 수 있게 한 것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오랑과 같은 인물들 덕이다. 의사 리유 또한 영웅심이나 숭고한 인류애 때문이 아닌 자신의 직업이기 때문에 성실히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이 질병의 무지막지한 침범은 그 첫 결과로서 우리 시민들로 하여금 마치 사적인 감정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시는 급작스럽게 폐쇄조치가 되고 사람들의 감정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편지도 전화도 쉽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말들은 의미를 잃어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은 새로워진다. 얼마나 더 지속될지 모르는 감금생활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기도 하고 소홀했던 감정이 소중해지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는 페스트가 결국 끝나고 사람들은 환희와 기쁨에 들뜨지만, 의사 리유는 생각한다. 페스트 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 간 우리 생활 속에 잠들어 있다가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 주기 위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은 페스트가 발병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코로나를 비롯한 다른 질병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은 그 무엇은 있는 모양이다. 코로나 감염이 한창 늘어난 시점에 교회에 사람들이 모인 점까지 똑같다. 불안한 마음에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예나 지금이나 종교는 아무도 구원해주지 않았고 그저 발병률만 높였을 뿐이다. 인간의 불안감이 증폭될수록 이기심은 점점 높아지고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신념과 다른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 올 때 자신의 신념을 끝내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신념을 바꿀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어쩌면 사랑만이 구원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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