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지은이 조예은
펴낸곳 안전가옥
가격 10,000원
네 편의 공포/스릴러 장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익숙한 듯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일상의 일들과 사물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의 공포를 전해준다. 짧은 이야기들임에도 탄탄한 구성으로 전혀 아쉽거나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종류의 이야기라 생소하면서도 즐거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초대>에서는 어릴 적 가시가 목에 걸려 17년째 고통 받는 주인공이 나온다. 자신에게 괴로운 일이 생길수록 목구멍의 통증은 더 심해진다. 그리곤 폐업한 리조트 광고지를 통해 태주라는 인물이 자신을 초대한다고 느낀 채원은 늦은 밤 리조트로 향한다. 이 소설은 거부할 수 없었던 강요와 은근한 혐오를 통한 억압 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공포로 승화시킨 느낌이다. 먹고 싶지 않았던 회를 먹게 한 가족들과 남자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받았던 채원은 자신 속에 내재되었던 분노를 한순간에 폭발시킴으로써 목에 걸린 가시가 빠지듯 자신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_p.17
<습지의 사랑> 은 하천에 사는 '물 귀신'과 숲에 사는 '숲 귀신'의 존재를 통해 자연 그 자체와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과연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가능성과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하면서도 그 척척하면서도 서늘한 숲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 실제 하는 공간인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사실,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개인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달콤한보다는 섬뜩함이 더 강하게 들기도 했지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존재에 대한 색다른 감각이 느껴지는 이야기라 신선했다.
"숲에서 나갈 수 없으니 아마도 숲에서 죽은 거겠지. 어쨌든 나는 세상에 존재했고, 지금도 이렇게 있어. 외롭고 축축하고 차갑지만, 나를 보는 이들보다 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래도 있으니까."_p.62
<칵테일, 러브, 좀비>는 공포 스릴러보다는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이다.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된 아빠의 상황이 비극적이긴 하나 그것을 다루는 과정은 다소 실소가 터지게 한다. 흔히 좀비물이라고 하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나 난투극이 익숙하지만 좀비가 된 아빠를 두고 평범한 척 일상을 사는 가족의 모습은 어딘가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이 간다. 가부장적이고 고집붙통인 아빠였지만 그래도 가족이었고 가족이지만 또한 좀비인 것도 사실이라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빌어먹을 앙반, 끝까지 자식새끼한테 민폐나 끼치고."_p.103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두 사람의 시선이 번갈아 가며 전개되어 약간 헷갈리기도 하였지만 후에 일어날 일을 두고 보면 그 또한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정폭력, 스토킹 등의 사건을 둘러싸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받게 되지만 비극의 사실은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는 끝났다. 나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내가 쥐었던 칼날이 내 목을 꿰뚫었기 때문에, 그 차가운 쇠에 막혀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_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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