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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법정의 얼굴들

by 상팔자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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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얼굴들

지은이 박주영

펴낸곳 모로

값 17,000원

 

 

아는 세상의 모르는 이야기들

 

 

 

저자가 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로 일하며 겪은 일들을 모은 이 책은 

우리가 뉴스 등을 통해 한번쯤은 봤을 법한 피상적인 이야기들의 속내를 담고 있다.

덧붙여 법관이자 한 인간으로서 사건과 사람을 통해 느끼게 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재판은 오직 해당 사건에만 효력을 미친다. 어떤 범죄도 미리 막을 수 없다.
형사재판이 단죄하는 건 국가나 사회가 아니다. 이미 발생한 오직 한 사건, 한 개인뿐이다._p.5

 

평소 사건 관련 방송 영상이나 범죄 수사물을 좋아하는데 그때마다 느꼈던 것은

법이 너무 무르고 보수적이다라는 인식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죄라는 것이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처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에 합당한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이 모진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이유는 세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세상이 부조리하고 엉망진창임에도 우리가 미련스럽게 살아가는 이유는,
거부할 수 없는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살고 싶습니다._p.31

 

지속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이들에게 내려진 어느 판사의 판결문 내용의 일부이다.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돌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그렇다고 아무런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더구나 그들의 안타까운 삶의 이야기를 들은 후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판결문이라는 것이 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삶에 대한 깊이에서 나오는 것인 줄은 몰랐다.그저 사건에 대한 기록이고 그에 대한 결과만 있으리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진심으로 나를 위해 말을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생겨날지 모르겠다.

 

 

공감과 언어가 가진 힘을 알기에, 사람들이 법정에 서는 순간이 흔치 않은 것이기에,
그 순간이 각인된다면 그들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될 수도 있기에
나는 법정에서 말과 글로 인간힘을 쓰고 있다._p.197

 

공감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의미일 것이다.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확장하느냐에 따라 이해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사건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세상을 만나는 사람들은 그만큼 보이는 세상도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물론 같은 경험을 했다고해서 모두가 같은 결과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저자는 자신이 만난 피고인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그가 고난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지은 죄를 벌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재범을 방지하는 것일 것이다.보통은 전과자를 만날 일도 없고 전과자라고 하면 선입견부터 갖고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그러한 사회의 분위기나 따가운 시선이 어쩌면 그들을 다시 범죄의 세상으로 이끄는지도 모른다.공감해 주고 믿어주고 진심으로 격려하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만난다면저자의 말대로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일은 세상의 변화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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