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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_김지수

by 상팔자 2022.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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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지은이 김지수
펴낸곳 도서출판 열림원
값 16,500원
 
 

 
평소 말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지루하지 않게 말을 하면서도 그 속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알는 사람. 그의 책이나 글을 많이 읽어 보진 않았지만 확실히 그런 느낌을 받았다. 참, 말을 잘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구나. 어떤 질문을 해도 그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그에 대한 인터뷰 형식의 책이 나왔다고 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스스로 여러 책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 비하자면 약간 치트키를 쓰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죽음을 앞둔 지식인의 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매 챕터마다 명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보다 그래서 받아 적는 횟수가 많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와의 대화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에 대한 답변에 그치지 않고 그 카테고리를 점점 확장해 나아간다. 
 
 

한밤에 까마귀는 있고,
한밤에 까마귀는 울지만,
우리는 까마귀를 볼 수도 없고
그 울음소리를 듣지도 못해.
그러나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 분명히 한밤의 까마귀는 존재한다네.
그게 운명이야.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 그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바로 운명이다. 수많은 우연들이 모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삶을 이루며 그 관계가 퍼져 나간다. 어쩌면 그냥 일어나는 일이라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루하루 매 순간 자신의 삶에 충실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이라든지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평소 생각하며 살지 못하기 때문에 또 그런대로 의미없이 살아가는 날들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이 컵을 보게.
컵은 컵이고 나는 나지. 달라.
서로 타자야
그런데 이 컵에 손잡이가 생겨봐.
관계가 생기잖아
손잡이가 뭔가? 잡으라고 있는 거잖아.
손 내미는 거지. 
그러면 손잡이는 컵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사물을 어떤 방향에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달라진다. 단순히 컵 하나를 두고서도 손잡이가 있고 없음에 차이를 만들어 낸다. 모두가 다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진리라는 것도 어쩌면 발견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칠 뿐이다. 그는 생활 속의 생각이 시가 되고 에세이가 되고 소설이 되고 철학이 된다고 말한다. 컵을 들어 마실 생각은 했어도 컵에 대해 생각 해 본 적은 없다. 아니, 생각할 시간을 가져 본 일이 거의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삶에 대해 또는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가능한 것이라고 먹고 살기 바쁜데 쓸데 없는 생각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단순한 생각의 발견이 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시야가 사방에 흩어져서 훑고 다니는 초식동물과와
한 점으로 쏠려서 목표만 보고 달리는 맹수과가 다르군요.
기질에 따라 보이는 '시계'가 달라진다고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이제껏 생각해보지 않은 관점의 생각이라 또 한번 놀랬다. 어떤 기질을 타고 났느냐에 따라 다른 삶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타고난 본성 못지 않게 어떻게 적응해서 살아갈지도 중요하다. 맹수인데 우리에 갇혀 살 수도 있고 초식동물이지만 생존을 위해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지하고 사느냐 그렇지 못한 채로 사느냐의 차이가 아닐가 싶다. 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느냐고? 당장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생각의 카테고리가 축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왜 아는 것이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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