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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

by 상팔자 2021.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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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은이 김초엽
펴낸곳 허블
값 14,000
 
 

 

미래의 어디쯤

 
 
SF소설은 처음이다. 김초엽의 소설도 처음이다. 어렴풋이 상상해봤던 미래에 대해 뭔가 더 현실감 있어 보이는 소설의 내용은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느낌이 든다. 문명이 아무리 발전하고 인간의 생활이 달라진다고 해도 그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조인간이나 로봇이 대신할 세상이 온다고 해도 우리는 지금과 똑같이 먹고 자고 일하며 살 것이다. 안나와 같이 경제적 효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를 당하게 되는 일도 여전히 있을 것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비롯한 여러 단편들을 통해 우리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미래의 삶들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떠올려 본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사무친 그리움에 가족들이 떠난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떠나려 하는 안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한다. 희망이 없는 삶은 지옥과 같다. 자살 행위에 가까운 무모해 보일지 모르는 안나의 선택이지만 그녀는 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만의 안나의 삶에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감정에 매몰되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정에 빠진 스스로에 취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에 벅찬 경우도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나의 감정'에 취하는 것이다. 눈물 셀카를 찍기도 하고 병원에서 링거 맞고 있는 순간을 기록에 남기기도 한다. 일종의 허세 같은 것도 있긴 하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하나의 조각으로 남겨두고 싶은 심리가 있는 거 같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가여운 나를 동정하는 마음에 취하는 사람도 있다. '감정의 물성'은 그런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물건으로 사고팔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부적이나 행운의 팔찌 같은 거 정도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까지 사고 싶은 인간의 심리는 무엇에 기인할까. 돌멩이에 불과한 물건을 손에 쥐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이모셔널 솔리드의 상품은 결국 마약성분인 것으로 밝혀지지만 감정을 소유하고 싶고 그것으로 그 감정을 통제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노린 상품은 미래에 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소유하고 싶은 감정은 아마도 불안함이 그 안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상황을 깨치고 나가야만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그럴 용기가 생기지 않으니 불안의 상태에 머물러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 부정적인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우울, 고독, 슬픔 따위의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에 비해 더 고급진 것, 쿨한 것으로 여겨지는 부분도 약간은 있는 것 같다. 실체가 무엇인지보다는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중요한 사회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나친 정보의 다양성 속에서 진짜 내 것을 찾지 못해 감정마저도 일회성 소비의 형태로 취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오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남들은 하지 않는 것 평범하지 않은 것이 나만의 특별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즐거이 기쁜 마음으로 미래를 받아들이 돼 정신은 바짝 차리고 있어야겠다. 단단하게 스스로를 단련하지 않으면 금세 휩쓸려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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