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지은이 헤르만 헤세
옮긴이 전영애
펴낸곳 (주)민음사
값 8,000원
이 가독성 낮은 소설이 최근에 인기가 많아지고 한정판이니 초판본이니 해서 양장본이 나오는 게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뭐, 어떤 식으로든 좋은 책이 많이 읽히는 게 좋기는 한데 진짜 팔리는 만큼 읽기는 하는지 궁금하다. 데미안은 무작정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 또한 구미가 당긴 거 보면 그래도 유명세가 그만큼 마케팅 효과가 있는 거 같긴 하다. 독일 문학, 종교적 관점, 자아 성찰 등의 독서 방지턱을 넘어서야만 하는 쉽지 않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진정한 나를 찾아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인생이라는 고난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이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소년시절 프란츠 크로머를 만나 악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다. 나쁜 짓거리를 일삼는 그들 앞에서 두려움에 차 저도 모르게 도둑질을 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는 크로머가 싱클레어를 괴롭힐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돈을 가져오라고 협박하며 가져오지 않으면 도둑질한 것을 고자질하겠다고 하는 크로머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싱클레어. 그런 그에게 막스 데미안이 등장한다. 유복한 미망인의 아들로 뭔가 또래와 달리 성숙해 보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그에게 매료되는 싱클레어. 성경에 나오는 카인의 이야기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그를 보고 혼란에 빠져든다. 여태껏,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신성모독에 가까운 이야기를 듣고 끝없는 생각에 빠진다. 잔잔했던 싱클레어의 세계에 파문이 일어난 것이다. 어떤 영문인지 알 수는 없으나 크로머의 일을 데미안에게 말한 이후로 크로머의 괴롭힘도 사라졌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다.
그리고 긴, 몹시 긴 시간 동안 카인, 쳐 죽임, 표적은 바로 인식, 회의, 비판에 이르려는
내 시도들의 출발점이었다.
전학을 가게 되어 데미안과 한동안 만나지 못하게 되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싱클레어는 방탕한 생활에 빠지기도 하지만 짝사랑의 상대 베아트리체를 만나 그 마음을 다잡는다. 그녀를 생각하며 그린 초상화는 어딘가 데미안과 닮아 있다. 데미안을 그리워하던 어느 날 그는 꿈 속에서 보았던 집 현관 문에 붙어 있던 문장의 새 그림을 그려 보낸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에게 답장이 도착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시스
대학에 진학한 싱클레어는 교회를 지나가다 오르간 소리를 듣고 연주자를 무작정 따라간다. 그리고 아브락식스에 대해 아는 또 다른 인물을 만나게 된다. 피스토리우스 한때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를 꿈꿨던 그와 꿈과 아브락식스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바로 우리 자신 속에 들어 앉아 있는 무언가를 보고 미워하는 거지.
우리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우연히 데미안과 재회하게 된 싱클레어는 자신이 항상 꿈 속에서 보아왔던 인물이자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과 만나게 된다. 에바부인과 데미안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구도자들을 만나고 서로의 비밀스러운 꿈을 존중한다. 그러던 중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포탄으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싱클레어의 앞에 데미안이 나타난다. 에바부인의 키스를 대신 전해주고 간 데미안은 다음날 사라지고 없다.
나를 찾아 가는 기나긴 여정을 끝내고 거울을 본 싱클레어는 자신의 모습이 데미안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나는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싱클레어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크로머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그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데미안이라는 우상을 만들어내고 스스로가 그와 같은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었던 것이 아닐까. 방황의 시절을 지나면서 끊임없이 데미안을 그리워하고 또 짝사랑의 상대를 그린 그림에서조차 그와 닮아 있었던 것을 보면 자신을 투영시킨 상상의 인물을 통해 이상향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로서 존재한 것이라고 보았다. 결국 굳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그와 나를 동일시 함으로서 내가 가고자 했던 길에 다다르고 원했던 세계로 진입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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