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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쇼코의 미소_최은영

by 상팔자 202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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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지은이 최은영

펴낸곳 문학동네

값 12,000원

 

 

쇼코의 미소 표지
가려진 너의 얼굴은 무슨 표정일까

 

 

이 표지 약간 사다코가 생각나서 무섭기도 함. 원래 이 소설이 대표작이라고 들어서 이 소설을 먼저 읽으려고 했었는데 도서관에서 못 찾고 「내게 무해한 사람」을 먼저 봤다. 너무 무해하고 착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쇼코의 미소」도 읽어 봤는데 일단 조금 얄밉다. 이 소설은 자꾸 나를 이불 킥 하던 시절의 부끄러운 과거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현재의 나도 그리 떳떳하고 결함이 없는 인간은 아니지만 더 어리고 더 미성숙했던 내 모습을 자꾸 들추게 해서 좀 얄미운데 또 뭐라고 할 수 없다. 막 나한테 뭐라고 해서 실컷 울리고 나서 치킨 사주는 언니 같은 느낌이다. 일단, 이 소설도 내게 무해한 사람처럼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데뷔작인 쇼코의 미소를 위주로 리뷰할까 한다.

 

쇼코는 나를 보고 조용히 웃었다. 친절하지만 차가운 미소였다. 다 커버린 어른이 유치한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웃임이었다.

 

할아버지가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 싫다는 쇼코에게 소유는 그럼 우리 할아버지를 주겠다고 한다. 그에 쇼코는 미소를 짓는다. 저 당시의 쇼코도 소유도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은 알아채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항상 갈증을 느끼곤 한다. 비슷한 또래 친구의 경우에는 그 시기와 질투가 더 커지기도 한다.

 

어렸을 때 쇼코가 지었던 웃음과 같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차갑고 어른스럽게 보이던 그 웃음에서 나는 쇼코의 나약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읽었다.

 

성인이 된 소유는 일본으로 쇼코를 찾아간다. 이상한 그림들과 그 그림의 제목을 소개하고 자신과 같다고 말하는 쇼코. 모든 것을 체념 한 채 자신의 삶을 방관했던 그녀에게 소유의 방문은 자신의 치부를 들킨 것 같은 수치심이 듦과 동시에 그녀가 알아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유는 몰랐거나, 모른 척하고 싶었을 것이다. 

 

보딩패스를 내밀고 자동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는 쇼코의 얼굴. 그때 쇼코는 그 예의 바른 웃음으로 나를 쳐다봤다. 마음이, 어린 시절 쇼코의 미소를 보았을 때처럼 서늘해졌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소유와 쇼코. 이후 두 사람은 다시 만났을까.

 

외국에서 만난 사람이나 외국인과의 만남은 묘한 일탈 내지는 비밀스러움을 갖게 하는 특징이 있다. 언어가 통하든 통하지 않든 나와 내밀한 관계의 사람이 아니며 원래의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 주는 일종의 해방감 같은 것이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내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꾸며 나를 소개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상대이면서 언제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누구나 인간은 관계를 맺을 때 적당히 자신을 꾸미거나 숨기기도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필터를 거치게 되면 그 가면이 더 두터워지기도 한다. 쇼코가 나오는 것은 아마 그런 관계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서 쇼코의 미소는 세 번 정도 묘사가 되는데 상반되는 두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닌 가 싶다. 밝아 보였지만 실은 밝은 척을 한 것이었고 가장 말하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솔직할 수 없었고 소중한 인연이지만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낀 것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은 인간의 그런 복잡한 심리를 보여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잘 보이고 싶은 사람한테는 내 치부를 들키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알아서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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