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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소설쓰는 쥐 퍼민_샘 새비지

by 상팔자 202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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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샘 새비지

옮긴이 황보석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값 9,800원

 

 

소설쓰는 쥐 퍼민 표지
책 먹는 쥐 퍼민의 기묘한 인생

 

이 책은 책 페이지 첫 장에 장자의 나비꿈 이야기를 싣고 있다. 나비로 바뀐 꿈을 꾼 사람인것인지 사람으로 바뀐 꿈을 꾼 나비인 것인지 하는 이야기. 줄거리는 지하 서점에서 태어난 쥐 퍼민이 12형제들에게 치여 엄마에게 젖을 먹지 못하다 궁여지책으로 책을 파 먹다 책에 빠져들며 느끼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절망을 가슴이 텅 빈 느낌이라든가 차가움 또는 메스꺼움으로 표현하지만 내 경우에는 그것은 언제나 내 입안에서 잇몸을 가로질러 빠져 달아나는 느낌일 것이다.

 

퍼민은 자신의 형제들을 보고 자랐고 쥐라는 사실에 대해서 인지하면서도 자신이 모습이 비칠 때마다 마치 괴물을 보기라도 한 것 처럼 겁에 질려했다. 하물며 쥐가 나오는 책, 영화의 주인공들과 비교하는 것조차 싫어한다. 시궁창을 떠돌며 악취를 풍기고 온갖 더러운 전염병을 옮기는 쥐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소설을 읽으면서도 문득 문득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퍼민은 서점 주인인 노먼이 '아이를 좋아하는 기질'의 증거로 균형잡힌 작은 언덕이 있는 머리통을 가졌단 이유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에게 반지며 꽃을 가져다 주는 장면에서도 마치 은혜 받은 고양이가 쥐를 물어다 줄 때의 난감함 내지는 꺼림칙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동물이 저 정도의 인지 능력의 소유자라면 동물의 입장으로서는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한 일일까? 저 보다도 지능이 떨어지고 보잘 것 없는 인간이 그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세상의 주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에 부조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퍼민은 인간과 소통을 하려 할때마다 배신을 당하고 죽음의 고비를 넘게 된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본체가 쥐로 있어서야 그저 찍찍 거리는 외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제리는 늘 살아온 삶을 다시 살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그 삶을 낭비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모른다. 설령 내가 속으로 이제껏 살아온 삶을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행운을 다시 잡고 싶지는 않다.

 

퍼민을 죽이려 하지 않은 인간은 제리가 유일하다. 제리 머군! 스스로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며, 비범하고 외계인적인 예술가라고 일컫는 사람. 그가, 다친 퍼민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쥐라는 존재 자체의 거부감이 좀 사라진 느낌이다. 책을 펼쳐 앞발로 붙잡고 읽는 척(실제로 읽는 것이지만) 하는 퍼민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으니까. 동물은 인간이 길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그 존재 가치가 달라진다. 따지고 보면 햄스터도 쥐과인데 퍼민과는 완전 다른 취급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엔 취향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일까. 인간도 날때부터 금수저 흙수저하는 식으로 가정 환경에 따라 삶 자체가 달라지니 동물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나마 좀 낫다면 그래도 그 작은 육체에 갖혀 있는 쥐에 비해 좀 더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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