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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느낌의 공동체_신형철

by 상팔자 202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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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공동체

지은이 신형철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3,000원

 

느낌의 공동체 표지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어떤 공동체를 향해 노를 젓는 일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0% ·$&*%ㅐ#@!$#*?(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
그녀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좋겠다, 죽어서·····" 아, 뭔가를 무너뜨리는 말이다. 뭔가를 쑤셔박는 말이다. 이 구절에서 아득했다. 너무 슬프면 그냥 화가 난다.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이것이 날개다] 중에서

마지막 연이다. 이제야 시인이 끼어든다. 정식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겨우 말했다.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 몸부림쳤던 일생이었는가. 그리되어서 라정식씨의 얼굴은 이제 이토록 고요한가·····시인은 이렇게 이해해버렸고, 읽는 나도 수긍해버렸다. 그래야 망자의 영혼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위와 같이 여러 책 속에서의 구절구절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들을 쓰고 있다

이것이 날개다는 문인수 시인의 시집 [배꼽]의 내용이라고 한다. 저 글귀를 읽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슬프다는 것도 동정에 지나지 않는 것 같고 우는 것도 가식 같은 느낌이라 섣부른 행동을 못하겠다. 그냥 일순간 정지 상태가 된다. 최근엔 글보다 영상이 익숙한 생활을 하다보니 책이라고 읽는 것도 거의 대부분 실용서 내지는 화제의 도서가 고작이다. 그래서 더욱 저런 글은 그 동안 얼마나 문학에 대한 편식 내지는 절식에 가까운 취향을 갖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지은이가 문학평론가인 만큼 그 지식의 폭과 깊이에 빠져 읽다 보면 스스로의 무지함에 주눅이 들기도 하고 새로운 앎에 대한 욕구가 솟아나기도 한다. 예술에 대한 작품의 감상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므로 평론이라는 것 또한 정답은 없겠지만 작품을 대함에 있어 하나의 나침판이라 생각하고 알아가면 그건 그거대로 또 좋지 않을까 싶다. 숨겨진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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