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내게 무해한 사람_최은영

by 상팔자 2021. 9. 18.
반응형

내게 무해한 사람

지은이 최은영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3,500원

 

 

내게 무해한 사람 표지
무해하게 날 울리는 소설

 

 

 

무심히 읽다가 눈물을 터트리게 만드는 소설이다. 살면서 만나는 사람과 인연 그 속에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상처와 외로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된다. 우리는 누구나 '수이'이거나 '이경'일수 있었고, '효진'이였다가 '윤희 주희 자매'였다가 '미주'이고 '선미'이며 '혜인'이면서 '하민'이기도 한 순간이 있었기에.

 

소설에서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그 사람의 본질과는 상관 없이 내가 보고 싶은대로 그 사람을 판단한 결과이다. '고백'편에서 주인공 미주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 자신만의 안도감을 느끼게 했던 친구에게 내린 정의였다. 너무나 쉽게 깨져버린 행복이지만.

 

 

수이를 만나기전의 삶이라는 것이 가난하게만 느껴졌다.

 

'그 여름'편에서 사랑에 빠진 '이경'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만남과 이별의 이야기지만 섬세한 감정의 묘사가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 둘의 만남에 이유가 없듯이 이별에도 이유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머리를 때리고 간 공처럼 왔다가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지나간다. 그저, 그때는 그래야만 했던 순간이 있었을 뿐이다.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는 남자라면 무조건 마음을 열고 보는 어리석음이 초래한 결과에 분노가 치밀었다.

 

'지나가는 밤'편의 자매 이야기는 너무 익숙하다. 실제로 그런 자매들이 너무 많고 가정에서 받지 못한 사랑의 부족함을 남자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여자들도 너무 많이 봤다. 그 끝이 좋았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또한 너무 익숙하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 상처 때문에 그게 더 어렵다. 내 아픔이 너무 커서 남의 아픔을 들쑤시고 만다. 그래서 화가 나고 그래서 또 상처입는다.

 

 

당시는 몰랐지만 오랜 시간 내 마음속에서 자라나던 공포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커졌던 것 같다. 절대로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것이 나의 독선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나를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게 했다.

 

'모래로 지은 집'의 세 친구의 관계는 참 난해하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 100% 완전하게 수평적인 상태를 유지하기란 친구라 해도 쉽지 않다. 어느 한쪽이 더 많이 챙겨주기도 하고 상처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상대가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인연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성향도 중요하지만 그 시점도 중요하다. 그 순간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인연이 있고, 지금이라면 조금 더 좋은 관계로 유지가 됐을 인연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과도기에 있다. 살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입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반드시, 필요한 성장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누구든 그런 과정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무거운 짐을 짊어질수록 박수 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알아서, 무리를 해서, 열심히 해서, 착하게 굴어서, 그렇게 조그마한 칭찬이라도 받아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다고.

 

'아치디에서'의 하민은 참 한국사람답다 싶으면서도 너무 짠하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거의 대부분 짠하긴 하지만 한국 사람들 중에는 꽤나 하민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워커 홀릭으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번아웃 증후군으로 무기력감에 빠지는 사람들. 일에 치여 살면서 삶의 목적을 잃은 채 일이 그저 삶인 줄 알고 사는 사람들. 다들 알고보면 일을 하나의 도피처로 삼는 경우가 많다. 내면의 치유받지 못한 상처를 성공으로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외부의 어떤 요인도 그것을 보상해 줄 수 없다. 우리에겐 내 상처를 들여다 볼 용기가 필요하고 내 스스로 상처에 연고를 바를 각오가 필요하다. 어쩌면 낯선 이의 처치가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나를 모르는 낯선 곳에서 좀 더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을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반응형

'독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식e season1_ebs지식채널e  (0) 2021.09.19
말공부_조윤제  (0) 2021.09.18
개인주의자 선언_문유석  (0) 2021.09.16
돈의 심리학_모건 하우절  (0) 2021.09.15
피리술사_미야베 미유키  (0) 2021.09.1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