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8 방송)
EBS 위대한 수업3 (과학의 풍경) 3강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위대한 아흔세 번째 강연 '과학의 풍경 '(시즌3 열두 번째)
프랭크 윌첵 MIT 물리학과 교수
스톡홀름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상하이 리정다오 연구소 창립 소장
윌첵 양자 센터 수석 과학자
템플턴상(2022)
노벨 물리학상(2004)
로런츠 메달(2002)
3강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오늘 할 이야기는 기술 발전에 관한 것이나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과학을 탐구할 때는 '당위성'을 찾아야
무엇이 사실인지 똑바로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이 진실로 이끈다"
아름다우려면 일단 간결해야 한다
사물을 분명하고 짧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화로워야 한다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운 상태다
또 '대칭'과 '놀이'가 있는데
이에 기반해 무엇이 그래야만 하는지 생각하면
사실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다
◆ 간결함
프톨레마이오스(고대 그리스 천문학자)는 수 세기 전에
천문학을 책(알마게스트)으로 정리했는데 그 내용이 뛰어났다
수백 년간 항해술과 역법 등 다양한 분야의 참고서로 쓰였다
아주 정확하고 수학적인 책이었다
그 책은 행성들이 원형으로 돈다고 했다
일명 '천구의 음악'이라는 건데
겹겹이 싸인 천구가 완벽한 원형으로 돌고
행성들은 그 천구에 얹혀 같이 돌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도 예측해 냈다하지만 조금 부정확했고 너무 복잡했다
행성마다 천구의 크기가 달랐고 별도의 천구를 도입해야 할 때도 있었다
하늘에서 행성이 이상하게 움직일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하늘에서 화성을 관찰하다 보면
일정하게 움직이다가 가끔 후진한다
'역행'이라는 후진 현상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 이유를 안다
수백 년 뒤, 코페르니쿠스 이론이
프톨레마이오스 이론을 대체한 덕이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은 오늘날의 빅데이터 방식이다
데이터를 수집해 정리하고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복잡한 틀을 만든 것이다
기계학습과 비슷한 방식이다
데이터를 잔뜩 모으고 패턴을 찾으면 성공이다
하지만 간결하지 않았다
자연의 근본을 표현했다고 할 만큼 아름답지는 못했다
아이작 뉴턴은 더 정확하고 일반적인 체계로
행성의 운행을 설명한다
"자연은 낭비가 없고 필요 이상으로 많은 원인은 낭비다"
"자연은 단순해서 불필요한 원인이라는 낭비를 피한다"
잘 쓴 바로크식 글귀에는 자연은 단순하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문학은 데이터를 수집해
여러 천구들이 돌고 행성이 그 천구에 얹혀
움직인다는 복잡한 가정을 세웠지만
뉴턴은 모든 행성의 움직임을 간단한 힘의 법칙으로 정리했다
바로 그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이 이론은 지적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뉴턴이 생각하기에 '그래야만 하는 것'에도
더 잘 맞았고 실제로도 아주 유용했다
이 이론은 행성 말고 다른 것의 움직임도 계산할 수 있다
핼리 혜성도 그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들 혜성이 갑자기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핼리는 뉴턴 법칙으로 혜성이 돌아올 날을 예측한다
오늘날 인류는 세상의 근본 법칙을 아주 간결하게 정리할 수 있다
◆ 조화
19세기에 맥스웰은 그때까지 알려진
전자기장 법칙을 정리하려 했다
사실 그땐 전자기장이 존재하는지도 논쟁거리였다
하지만 패러데이가 증명했듯 공간에 '장'이라는
전자기적 요동 혹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야
이해할 수 있는 법칙들이 있었다
맥스웰은 기존의 법칙들을 모아
아주 아름다운 기하학 공식으로 정리했다
'맥스웰 방정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존 법칙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맥스웰은 공식에 그런 효과를 넣으면 더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했다
공식을 더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런 효과를 넣어 버렸다
전하량 보존이라는 일반적인 원리에도 들어맞았다
맥스웰은 그렇게 오늘날의 '맥스웰 방정식'을 유도했다
전기와 자기에 관한 이 방정식은 지금까지도 활용되고 있으며
현대 통신 기술의 기반을 이루었다
또한 인류는 빛을 전자기장의 요동으로 이해하게 됐다
우리는 새로운 빛들을 예측하고 만들 수 있게 됐다
전자기장의 요동이긴 하지만 가시광선과는 파장이 다른 빛이다
헤르츠가 맥스웰 방정식에 감명받아 한 말이 있다
맥스웰 방정식은 조화와 간결함을 추구해 좋은 결과를 거뒀다
원자핵을 연구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만 이루어진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양성자와 중성자에겐 불안정한 친척이 잔뜩 있었다
강입자의 행동을 빅데이터로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데이터를 아무리 줄여도 두꺼운 책이 된다
강입자를 이해하게 해 준 건 데이터가 아니었다
추측이 우리를 진실로 이끌었다
더 간결하고 조화롭고 균형 잡힌 설명을 찾으려 한 것이다
강입자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양자색역학(QCD)'이라고 한다
맥스웰 방정식을 일반화한 이론인 셈인데
전하의 종류를 하나에서 셋으로 늘린 것이다
인간 역시 세 종류의 원추세포로 색을 구분한다
그렇게 맥스웰 방정식에 색을 입혔더니
강한 상호작용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었다
실험으로 직접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쿼크나 글루온은 절대 독립적으로 관측되지 않는다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강입자들 사이에서만 관측된다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했다
몹시 복잡해 보이는 강입자에
균형 있고, 조화롭고, 간결한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려 했다
결국(덕분에 노벨상을 받았으니) 보람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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