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리뷰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_정보라

by 상팔자 2024. 6. 22.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지은이 정보라

펴낸곳 (주)인플루엔셜

값 16,800원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다

장편 소설도 단편 소설도 아닌 연작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도 신선했고

묵직한 사회 문제들을 이야기 속에 담고 있으면서

유쾌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등 각각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저주토끼'를 기억에 남을 무서운 소설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역시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재밌는 이야기도 잘 쓰나 보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농성을 벌이던 한 학교에 문어가 나타났다

 

그랬는데 위원장님이 문어를 먹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한 마리처럼 보이는 두 마리를 말이다_p.19

 

문어를 먹어버린 죄로 검은 차를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검은 빌딩에 끌려와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취조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농성 천막에 돌아온 시각 다시 의문의 문어와 마주하게 된다

 

거대한 문어는 말한다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말하는 문어를 개의치 않고 다시 먹으려던 위원장을 돕던 나는

문어의 먹물 속에서 단단하고 빛나는 물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또 검은 사람들에게 끌려가 취조를 당한다

 

대게는 씹히고 먹힌 채 칩이 꽂힌 모습으로 떠내려온 다리의 주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다._p.60~61

 

두 주인공 앞으로 계속해서 해양 생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묘하게도 주인공은 알아듣는다

 

(권력기관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생명조차 존중하지 않아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_p.84

 

대게는 러시아산이라 러시아 말을 한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의 계획과 자신들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대게를 살리기 위해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있잖아, 모험이란 그저 고생의 다른 말일 뿐이야.
그러니까 사실은 나 자신도 모험을 그토록 원했는데, 얼마 전까지도 말이야,
모험이란 아주 아름답고 매혹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알고 보니까 그저 골칫거리일 뿐이야,
전부 아주 굉장히 커다란 골칫덩어리일 뿐이라고······)_
p.163

 

"어째서요? 돌고래는 착한 동물이 아니었어요?"
"착하거나 나쁜 동물 같은 건 없습니다."_p.172

 

그렇다, 사실 우리는 모두 동물이고 인간 또한 동물이다

저마다 자신의 습성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인간의 소멸이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에게는 진정 자유로운 삶의 시작인지도 모른다._p.208

 

최근 저출산 문제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에서도 저출산 대책으로 수조억원의 금액을 들이기도 한다

(거의 실패했지만...)

하지만 나는 인구의 감소가 필연적인 자연현상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기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자연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소설은 해양생물들을 통해 포괄적인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문어가 처음 말했던 것처럼지구 생명체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비인간 생명체에 대한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되고 투쟁을 통해삶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진정한 저출산 대책은 임시방편적인 육아비 지원이 아니라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있다전쟁이 없고, 환경오염이 없고, 사회적 불평등이 없고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