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하나는 거짓말_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

지은이 김애란

펴낸곳 (주)문학동네

값 16,000원

 

 

 

 

쉽게 술술 읽히는 소설인데 쉽게 썼을 것 같진 않은 소설 같다

전에 '비행운'을 읽고 너무 우울하고 기분이 가라앉아서김애란의 소설은 다시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물론 작가의 모든 소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왠지 비슷한 분위기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또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다행히 이 책은 우울하지도 어둡지도 않게 읽을 수 있어서우선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다섯 문장으로 자기를 소개하면 되는데,
그중 하나에는 반드시 거짓말이 들어가야 해.
소개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이 어떤 게 거짓인지 알아맞힐 거고.
그럼 나머지 네  개는 자연스레 참이 되겠지?_p.14

 

소설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선생님의

독특한 자기소개 방법에서 시작한다자신의 이야기를 낯선 이들에게 전하면서한 가지 거짓말을 포함하는 것소설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스스로 이야기를 짓기 좋아하는 아이 지우비밀 이야기를 안고 사는 채운어느 날 손에 이상이 생긴 소리

 

앞으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은 될 수 없어도 그럭저럭 무난하고
무탈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일었다.
물론 그런 기분은 잠시뿐이고, 나쁜 일은 계속 일어나며,
사람들은 쉽게 잊는다는 걸 알았지만.
스스로에게 희망이나 사랑을 줄 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해
지우는 자신에게 겨우 '할일'을 했다._p.8

 

어린 지우에게 가혹하기만 했던 세상은

희망 대신 체념을 먼저 일깨우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삶 속에서 자신만의

소중함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뭉클하고 애틋하다

 

채운은 지금 자신에게 꿈이나 희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채운은 그저 다른 언어 뒤에 숨고 싶었다. _p.24

 

채운은 막연하게나마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 유일한 방법이 외국에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고때문에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영어 어플의 대화창 속에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씩 이야기해 본다

 

손에 이상을 느낀 뒤로 소리는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더 잃어갔다.
그림이 즐거움을 주는 대상이 아닌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수단이 되다 보니 그랬다._p.130

 

소리는 지우가 키우는 도마뱀 용식이를 대신 맡아돌봐주기도 하고 채운의 아버지를 만나 달라는어려운 부탁도 들어준다세 사람은 아주 끈끈한 관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우연을 통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그리고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타인을 위해 했던 행동이 자신에게 구원이 되기도 한다

 

'삶은 이야기와는 다를' 것이다비록 내 삶이 이야기처럼 희망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결국에는 성공에 다다르지 못하더라도우리는 살아갈 수밖에 없다가능하다면 더불어 살며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아주 미약한 떨림이라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그것만으로도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삶은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그 의미는 스스로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 어둠이 지나면 아침이 올 것이라고흐린 날이라도 가려진 구름 사이로 해는 있을 것이라고믿어본다진짜 믿어서일 수도 있고 믿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일수도 있지만

 

 

 

 

 

 

 

 

전에 '바깥은 여름'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