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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옛이야기와 어린이책(잃어버린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_김환희

by 상팔자 2021. 8. 4.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잃어버린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지은이 김환희

펴낸 곳 (주)창비

값 20,000원

 

옛이야기와 어린이책 표지
우리가 아는 얘기가 진짜 맞을까?

 

동/서양의 옛이야기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 [콩쥐팥쥐]가 대부분 서양의 [신데렐라]와 닮은꼴이 되어버려 우리 옛사람들의 우주관과 삶의 지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접하는 디즈니의 이른바 공주 시리즈들이 아이들의 정체성이나 가치관 형성에 은연중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주는 왕자를 기다리고 마법이나 그 밖의 인물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등 비현실적이면서도 수동적인 여성의 입장으로 비친다. 심지어는 분홍색은 여자 옷 파란색은 남자 옷 하는 정도로 색에 대한 고정관념까지 만들어 버리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 또한 인형/로봇 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듯 좀 더 자립적인 여성 캐릭터의 모습도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외모 지상주의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가족 내 친부의 역할은 사라지고 모녀간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여성들만의 싸움으로 전락시켰다. 좋은 남자와 결혼을 하기 위한 것이 마치 일생일대의 목표라도 되는 듯한 흐름의 내용은 어린 소녀들의 결혼관에 대해서도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 구전민담에서는 콩쥐팥쥐 또한 외모에 대한 언급은 없다고 한다.

 

옛사람들 이야기에서 콩쥐는 처음에는 악의 세력에 대항해 자기 행복을 지키기에는 티 없이 순진하고 나약했지만 죽음과 재생을 체함한 뒤 침착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바뀐다. (중략)
그림책에서 결혼 후일담이 삭제된 바람에 연꽃과 구슬 모티프가 사라져버린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서양의 [신데렐라]와 비교할 때 [콩쥐팥쥐]가 보여주는 가장 큰 특수성은 콩쥐가 물과 불의 세계를 통과하면서 연꽃과 구슬로 환생한다는 점이다.

 

보다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버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해피엔딩 결과는 구전민담의 매력을 반감시키며 아이들의 교육상에도 그리 좋지 않다.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원래의 이야기를 그대로 해 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귀한 모티브들을 가위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의 이야기가 그대로 살아났다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한결 깊어졌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팥쥐 모녀가 치르는 대가가 잔인하게 묘사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글의 전개상 필요한 짜임새라면 원래의 내용을 따르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아이가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려면 보기 좋고 예쁘기만 한 정제된 식품뿐 아니라 때론 날것의 신선한 재료도 제공되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매 어매 나 똥 매러"힜다. 호랭인가 싶어서 도망칠라고 한 꾀럴 내각고, "어매 어미 나 똥 매러"힜다. 호랭이넌 방이다 누라고 힜다. "구렁내가 나서 못써". "그럼 마룽이다 누어라." "나가다가 볾으면 어쩔라고." "그럼 토방에다 누어라." "사람덜이 볿응께 안 되어." "그럼 마당에다 누어라." "마당이다 누면 집 안이 더러워져." "그럼 칙간에 가서 누어라." "응 그려" 허고서 아그덜언 방이서 나와각고 칙간에넌 안 가고 시암 가상에 있넌 노송 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임석재전집7-한국구전설화:전라북도편1, 평민사 1990, 315~16면

 

[해와 달]에서 또한 똥마렵다고 둘러대는 오누이의 재치 넘치고 개성이 넘치는 내용을 전하지 않는 책이 많다. 너무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사투리가 너무 익살스러워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 주는 부분을 왜 많은 책들이 생략을 하는 건지 아쉬움이 든다. 뭐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표준어로만 쓰여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언어의 맛을 살리고 이야기의 재미도 함께 있다면 인터넷에 떠도는 그 수많은 줄임말이나 욕설들 보다는 훨씬 교육적이고 아름답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우선 이 많은 자료들을 분석하고 비교하여 연구한 그 노력에 놀랐고 우리가 알고 있던 지식이 얼마나 단편적인 것이였나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같은 이야기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영향력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나 미디어도 마찬가지로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재구성되기도 하고 더러는 그 의미를 왜곡하는 경우까지 있다. 옛이야기도 지금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결국엔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고 거기엔 주관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그에 따른 영향력과 책임 또한 함께 가져가야 하는 것이 이야기꾼의 의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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